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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요원 Oct 17. 2017

곤란한 꿈

꿈은 무의식의 반영이라고 나는 항상 지각하는 꿈을 꾼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웃음거리가 되는 꿈도 자주 꾼다. 나는 나를 과연 어떻게 생각할까. 어떻게 생각하길래 날 항상 곤란하게 만드는 걸까.


최근에 꾼 꿈은 학교에  가는 길에 버스를 놓쳐서 다른 버스를 타러 가는 길이었다. 버스정류장으로 가는 길에 혹여 버스가 지나갈까 뒤를 몇 번이나 돌아봤고 아직 버스정류장에 도착하지도 않았는데 버스가 내 옆을 지나갔다. 그 버스 안에는 내가 평소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 타있었고 나를 보더니 나를 태우려고 기사님을 향해 버스를 멈춰달라는 듯 소리쳤다. 버스에 탔는지 못 탔는지는 알 수 없다. 그 후 꿈에서 깨버렸기 때문이다.


꿈을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은 난 잠을 잘 때도 지각할까 봐 걱정을 한다는 것이다. 거의 학교를 가야 하는 꿈에서 모두 지각을 했다. 항상 나도 모르게 시간이 빨리 갔다. 실제로 지각을 많이 하는 것은 아니지만 행복 중 하나를 꼽을 때 '버스에서 시계를 쳐다보지 않고 음악을 들으며 창밖을 내다보는 것'일 정도로 여유로움을 지향한다.


두 번째 나는 내가 곤란한 상황을 싫어한다. 모두가 그렇다고 할 수 있겠지만은 조금 쓸데없는 데에 까지 자존심이 센 편이라 다른 사람에게 질문하기를 꺼려하고 내가 스스로 하려고 한다.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곤란한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 물건을 더 챙긴다던가, 한번 더 확인해 본다. 그렇기 때문에 예상하지 못한 곤란한 상황이 닥치면 매우 난감하다. '공감성 수치'란 본인이 창피를 당할 때 뇌에서 반응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것이 드라마 주인공에게 투영되어 나도 부끄러움을 느낄 때가 아주 간혹 있다. 대부분 재미로 보지만 싸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나는 곤란하고 싶지 않고 결국 곤란함을 무서워한다. 나에게 곤란함이란 지금 내가 지갑이 없어서 밥값을 못 내는 그런 상황보다 남들이 나를 평가하거나 조롱하는 것으로 연결되는 곤란함이다. 다른 이들을 평가하면서 평가받길 무서워하는 이런 이기적인 존재는 평생을 평가받는 직업을 가지려 한다. 그런 곤란함을 꿈꾸던, 앞으로의 곤란함을 동반한 미래를 꿈꾸던 나에게 필요한 건 곤란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보다 곤란함에도 이겨낼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한듯 하다.


재능만큼 절대적으로 중요한 작가의 자질들 중 하나는 처벌을 견디는 능력이다. 
세상이 가하는 처벌도, 자신이 스스로 가하는 처벌도 견딜 수 있어야 한다.    - 어윈 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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