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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요원 Jan 28. 2018

개꿈

흔히 꿈은 무의식의 반영이라고 한다. 그래서 나도 이 세상에 개꿈은 없다고 생각한다. 아는 언니의 어머님이 상담을 해주시는 분인데 꿈은 그 꿈속 상황에 자아가 반영되는게 아니라 그 상황에서 일어나는 감정에 자아가 반영된거라고 말씀하셨다.


캐나다에 온지도 5일째 되고, 이제는 지하철이 익숙해지고 옆방에 다른 게스트가 나가 죽은듯이 조용한 저녁에 나는 또 꿈을 꾸었다.


나는 어느 새로운 사회에 던져졌고 (학교 비슷한) 옆자리 짝이 운동을 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남자였다. 그 남자애가 날 좋아했고, 내 손을 잡았고, 나에게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 경기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난 딱히 널 배웅하러 공항에 갈게 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꿈속에서도 자존심을 부렸다. 그날 약속이 있는 척 친구들을 만나야한다고 했고 친구를 만났지만 그 남자애를 만나고 싶은 마음에 확답을 주지 못한터라 금방 헤어지게 됐다. 난 공항을 갔고 그 애를 찾아다녔다. 그 나라로 가는 항공편을 찾아가 그 애를 만나고 싶었다. 막상 도착한 그 곳에서 그 애는 날 거들떠도 보지 않았다. 자기 일하느라 바빠서 나는 안중에도 없었다. 계속 그 주위를 강아지마냥 빙빙 돌다가 나를 아는 사람이 날 발견해 그 애에게 말해주었다. 그 남자애는 나에게 친구만나러 간다고 하지 않았어? 라는 퉁명스런 말을 던지고 또 자기 일에 일중했다. 날 아는 사람이 위로 비슷한 걸 해주려했으나 끝끝내 뿌리쳤다. 잠에서 깨어나보니 기분이 별로였다.


부쩍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사랑표현이 많은 요즘, 그 사람이 떠나갈까 두렵다. 물론 그사람도 날 좋아한다고 어쩌면 나보다 더 많이 표현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나는 이 사랑이 빨리 식어버릴까 두렵다. 점점 이사람이게 의지하게 되는데 이게 나중에 저 꿈속 이야기처럼 주변을 떠나가지 못하고 사랑을 바라면서 빙빙돌까봐 무섭다.


자기 일에 열중하는 사람에게 호감을 느끼고 그렇지 못한 사람을 한심하다고 느끼면서 사랑때문에, 연인때문에 자신의 일을 포기하는 사람을 별로라고 생각했으면서 정작 내가 우선순위에서 밀리면 굉장히 기분나빠하는 모순덩어리었다. 사랑은 주는 것도 어렵지만 받는 것도, 어떤 식으로 받아들이냐도 무척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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