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워킹홀리데이 2

| 게으름이 부른 대참사

by 영화요원

| 게으름이 부른 대참사

워홀에 앞서, 버킷리스트 중에 하나인 뉴욕 타임 스퀘어 새해 카운트다운을 보기 위해서는 뉴욕과 가까운 곳에서 지내야 했다. 그래서 토론토를 택했다. 지리적으로 많이 가깝고 많은 사람들이 여유가 되면 뉴욕에 다녀온다는 얘기도 들었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캘거리는 너무 춥다고 들었고, 비가 많이 오는 레인 쿠버, 밴쿠버를 제외하고 나니 세금이 비싸고 땅값이 비싼 토론토밖에 안남기도 했다. 그렇게 토론토 피어슨 공항에 오후 4시쯤에 도착을 했다.

KakaoTalk_Moim_4yYKKEi5Ky0BSmKWok46gk3zcJsTCx.jpg 안개가 자욱한 공항

1. 입국심사

나와 같은 한국인 또래들이 서로의 행방과 목적을 물어가며 친해질 무렵, 나는 출국하기 전까지 육체적으로 힘들어서 계속 불편한 자세로 잠을 잤고, 옆사람에게 먼저 말을 건네는 스타일도 아니라서 계속 이어폰을 꼽고 입국심사장으로 갔다. 꽤 빨리 도착했다고 느꼈는데도 이민을 온 것처럼 보이는 외국인들이 한 25명 정도 줄을 서 있었다. 한국사람들 중에서는 내가 한 세 번째였다. 캐나다 사람들은 여유가 넘치는 건지 아니면 원래 일하는 속도가 느린 건지 아주 천천히 업무를 봤는데, 빨리빨리의 나라 한국에서 온 나는 내 배낭에 노트북, 카메라 등의 무게에 지쳐서 계속 앓는 소리가 나왔다.


내 차례가 돼서 9번으로 갔고 내 업무를 봐준 직원에게 비자를 건네고 기다리라기에 기다렸다. 내 추측으론 이 직원이 일한 지 얼마 안 되어서 상사에게 워홀 비자에 대해 질문을 한 것으로 보였고 상사는 계속 나를 보면서 무언갈 설명했다. 내 옆에 사람이 두 번이나 바뀔 때까지 얘기하고 다시 돌아와서는 직장동료와 또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이게 이 사람들 문화일 거라고 인내하면서 워크퍼밋을 받았는데 2019년으로 찍혀야 할 유효기간이 2018년으로 찍혔다. 간호 날짜를 잘못받기도 한다던데 그게 나일 줄은 몰랐다.


워크퍼밋을 받자마자 너무 오래 걸려서 빠이하고 나오느라 물어볼 새도 없었다. 그렇다고 날짜 때문에 줄을 다시 서기는 또 끔찍해서 다른 직원에게 날짜가 잘 못 나온 것 같다고 말하니까 제일 앞줄에 세워줬다. 사실 이때 당황해서 안 되는 영어가 더 안 나오고 계속 인코 렉트만 말했던 거 같다. 2019년으로 해달라고... 8번 직원에게 가니까

'이거 누가 발급해줬어?라고 물었고

'네 옆에 있는 직원이...'라고 대답했다.

9번 직원이 종이를 보더니 앗 내실수야 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미안 나 아직도 2017년에 살고 있네. 2018년이 내년인 줄 알았어.'라고 하기에 조금 화났지만 웃어줬다.

8번 직원이 빨리 처리해줘서 맞는 날짜를 받았고 SIN넘버 받으라고 말해줬지만 한인 라이더분을 만나야 해서 바쁘다고 하고 입국심사장을 나와버렸다.


입국심사를 끝내고 나니 총 46KG의 짐이 날 기다리고 있어서 빨리 짐을 찾으러 갔고 짐을 찾은 뒤에 공항 밖에서 한인 라이더분을 만나서 에어비엔비 숙소로 갔다. 총금액은 40불이었다. (거리마다 금액이 차이 난다)

KakaoTalk_Moim_4yYKKEi5Ky0BSmKWok46gk3zcJYNqN.jpg

2. 에어비엔비 in RUNNYMEDE

대부분 처음 워홀이나 교환학생, 유학을 가면 홈스테이를 한다. 홈스테이 그러니까 남의 집에서 방 한편을 쓰는 것이다. 물론 이런 생활에 잘 적응하는 학생도, 정말 자식처럼 챙겨주는 부부나 집주인도 있다는 걸 알지만 이미 4년 동안 기숙사에 살면서 '누구와 같이 사는 것'에 대해 지쳐버리기도 해서 홈스테이는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홈스테이를 하지 않으면 룸 렌트나 하우스 렌트를 해서 사는 것밖에 없고, 내 기준 내 눈으로 방을 꼭 보고 결정하고 싶었다. 그래서 캐나다에 도착한 22일부터 2월 1일 전까지 에어비엔비에서 지내면서 방을 구하기로 했다.


에어비엔비는 처음이었고, 다운타운 쪽으로 갈수록 비쌌다. 임시숙소에 큰돈을 들이기 싫어서 공항에서도 적당한 위치에 있고 합리적인 가격에 깨끗한 집을 찾았고 평도 좋아서 선택했다. 평이 워낙 좋아서 예약이 빨리 빠지는 집이어서 캐나다에 오기 한 달 전에 9박에 26만 원 정도를 지불하고 예약했다.


집은 예상대로 깨끗했지만 층간 방음이 잘 안되고 방에 테이블이 없어서 노트북이나 책을 읽을 땐 개방된 공간으로 나가야 했다. 그 점이 불편하긴 했지만 고양이도 있어서 외롭지 않게 지냈다. 22일에 도착해서 다음날 위클리 패스를 사야 했는데 시차 적응도 너무 못하기도 했고 몸이 천근만근이어서 그냥 내리 잤다. 여기서부터 토큰 인생이 시작됐다.


사실 이떄까지만 해도 몰랐는데 31일까지 잠을 자고 2월1일에 나오는걸로 예약했어야했는데 31일에 나오는걸로 예약했다. 그래서 방을 구할때 하루빨리 이사해도 되는지 양해를 구했었다.

KakaoTalk_20180129_125034464.jpg
KakaoTalk_20180129_125036240.jpg
KakaoTalk_Moim_4yYKKEi5Ky0BSmKWok46gk3zcJA2UF.jpg
내가 사용했던 방이다.

3. TTC와 토큰 (TAKE THE CAR)

캐나다에 지하철과 버스, 시티버스는 TTC라는 회사에서 운영한다. 교통비는 한국보다 비싼 편이고 한번 탈 때 3.25불을 내야 한다. 잔돈은 거슬러주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토큰이라는 교통 전용화폐를 사서 하나씩 쓰면 된다. 교통비가 비싸다 보니 매트로 패스를 판매하는데 크게 4가지가 있다.

KakaoTalk_Moim_4yYKKEi5Ky0BSmKWok46gk3zcJMHdv.jpg
KakaoTalk_Moim_4yYKKEi5Ky0BSmKWok46gk3zcJEaEV.jpg
TTC의 뜻이 TAKE THE CAR는 아니다

- 먼슬리 패스 약 146불

- 위클리 패스 약 40불

- 원데이 패스 약 12불

- 토큰 3개 구입 시 9불


말 그대로 한 달, 일주일, 하루 동안 TTC의 대중교통을 횟수에 상관없이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하루에 두 번 이상 TTC를 이용한다면 먼슬리 패스가 이득이기 때문에 직장인이나 대학생들이 많이 구입한다. 내가 알기론 위클리 패스는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월요일과 화요일에만 살 수 있다. 23일 화요일에 위클리 패스를 샀어야 했는데 못 사서 토큰을 이용해야 했다. 원데이 패스는 작정하고 돌아다닐 거 아니면 오히려 손해이기 때문에 그때그때 토큰을 사기로 결정했다.


문제는 토큰은 지하철역에서만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 임시숙소는 지하철에서 걸어서 40분, 버스로는 13분 정도 가야 하는 위치였다. 아주 운이 좋게 제일 작은 돈이 10불짜리였던 나는 바람이 부는 날 40분을 걸어서 RUNNYMEDE역으로 걸어갔다. 토큰을 15불을 주고 5개를 샀고 손해보지 않으려고 대중교통을 이용한 날 모든 것을 끝내려고 애썼다.

KakaoTalk_Moim_4yYKKEi5Ky0BSmKWok46gk3zcJPrIR.jpg
KakaoTalk_Moim_4yYKKEi5Ky0BSmKWok46gk3zcJNNq9.jpg
KakaoTalk_Moim_4yYKKEi5Ky0BSmKWok46gk3zcJR61j.jpg
지하철에서 주는것, 토큰, 버스에서주는 POP

매트로 패스는 그 자체가 환승할 수 있는 도구가 되는데 토큰을 이용하면 그 작은 동전 같은걸 내버리니까 환승을 하는 방법이 따로 있다. POP라고 proof of payment로 버스에 토큰을 내면 기사님이 날짜와 지역이 몇 군데 적힌 종이를 주신다.(사실 이 지역들이 뭘 의미하는 건지 아직 모르겠다) 그게 POP가 되는 거고, 지하철로 환승을 할 때 역무원에게 그 종이를 보여주면 된다. 또 지하철에서 버스나 시티투어로 환승하고 싶을 땐 빨간 기계에 버튼을 누르면 POP종이가 나온다. 그 종이를 보여주면 된다. 사실 어렵진 않은데 귀찮다. 잃어버릴까 봐 꼭 쥐고 있어야 하고 환승시간이 90분으로 긴 편이지만 시간도 잘 봐야 한다.


에어비엔비에서 지내는 동안(약 9일) 토큰을 15개 정도 구입했고 45불이니까 위클리 패스를 사는 게 더 손해 일정도로 돌아다닌 것이다. 역시 돈 앞에 장사 없다.


4. 은행 CIBC, SIN넘버 - 아직은 노잡

40분을 걸어간 날, 역 앞에 CIBC가 보이길래 은행계좌를 만드려고 무작정 들어갔다. 다들 한인 텔러와 예약을 해서 계좌를 만드는데 귀찮기도 하고 어련히 알아서 잘 해주시겠지 하는 마음으로 들어가서 계좌를 열러 왔다고 말했다. 한 20분 정도 기다리니 은행 직원분의 방으로 들어가서 여권과 워크퍼밋, 부모님 성함, 주소 등을 물어보고 계좌를 만들어주셨다. 카드는 총 데빗카드와 비자카드를 만들었는데 비자카드는 일주일 후에 임시숙소로 발송된다고 했다. 계좌를 만들고 가져온 현금을 다 집어넣었다. 이제 카드를 긁으면서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KakaoTalk_Moim_4yYKKEi5Ky0BSmKWok46gk3zcJxipP.jpg

여담인데 은행 직원분이 직장 있니?라고 물었을 때, 아니 아직이라고 답했다. 계좌를 만들면서 직원분도 뭔가 매뉴얼을 보고 만들어주셨는데 내 신분 체크 항목에 노잡...노잡... 자꾸 언급해주셔서 빨리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네... 저 아직 노잡입니다...

KakaoTalk_Moim_4yYKKEi5Ky0BSmKWok46gk3zcJyWIh.jpg

SIN넘버를 만들 겸, 다운타운에 나가볼 겸 그린라인 2호선은 타고 St. George에서 엘로우 라인 1호선으로 갈아탔다. 토론토 시청에 SIN넘버를 발급받을 수 있는 service canada가 있어서 시청으로 갔다. 시청 앞에 아이스링크를 만들어놔서 사람들이 스케이트를 많이 타고 있었다. 사진을 찍고 시청으로 들어갔다.


SIN넘버는 Social Insurance Number로 워홀에게 꼭 필요한 것이다. 시민권자도 아닌 사람들에게 고유한 번호를 발급해주어서 신분을 확인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역시 시청이라서 그런지 사람들도 많았고 꽤 오래 기다리다가 워크퍼밋을 제출하고 간단한 질문에 답하면 쉽게 나온다. 어렵지 않게 발급을 받고 해지기 전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서 구글 지도로 근처를 보다가 이튼센터를 발견해서 들어갔다.


5. 이튼센터 Eaton Centre, 주문은 어려워

이튼센터에 가보니 사람들이 추워서 다 여기 있구나 싶었다. 평일 점심시간이었는데도 사람들이 많아서 놀랬고 쇼핑을 즐겨하지 않는 나에게는 그다지 흥미 있는 곳은 아니었다. 아마 돈을 벌고 있지도 않아서 더 그런 걸 수도 있다. 내가 잘 아는 브랜드도 있었고 확실히 모르는 브랜드로 많았다. 약간 상기된 상태여서 어딜 들어가서 여유롭게 뭘 보고 구경하고 할 마음 상태가 아니어서 금방 나왔지만 인디고는 가볼만했다. 책이 그렇게 비싼 편이 아니더라. 나중에 쉬운 책부터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어야겠다.


점심때여서 지하 푸트코트에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팀 홀튼은 역시나 있었고 여러 나라 음식점들이 즐비해있었다. 직장인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혼밥을 하기도 했고 커피를 마시면서 얘기를 나누는 사람들도 많았다. 나도 배가과파서 뭐 먹어볼까 쭉 둘러봤는데 새로운 도전에 겁을 내는 편이라 엄두가 안 났다. 써브웨이가 있길래 갈까 했지만 주문할 용기도 안 나고, 뒤에 사람들이 나 때문에 기다릴까 봐 걱정되기도 해서 다음에 먹기로 하고 QUEEN'S PARK역에서 토큰을 이용해 지하철을 타고 임시숙소로 돌아왔다.


6. 먹고살자. 장보기. 팀 홀튼

KakaoTalk_20180205_124320351.jpg
KakaoTalk_20180205_124005909.jpg
KakaoTalk_Moim_4yYKKEi5Ky0BSmKWok46gk3zcJIzst.jpg
소세지 종류도 다양한다

집 구하기에서 상세하게 다루겠지만 나는 300만 원만 가지고 온 워홀러라 그렇게 여유가 있는 편이 아니었다. 그래서 외식은 최대한 안 하려고 했고, 다행인지 쫄보여서 음식점에서 주문은 못하고 마트에서 장을 두어 번 봤다. 캐나다 마트는 확실히 싸다. 고기도 싸고 과일도 싸다. 대신 초콜릿 같은 간식거리들은 가격대가 좀 있는 편이다. 지에의 추천 마트는 No frils, Food basic, Metro 가 있고 한인마트나 다른 편의점들은 가격대가 좀 있는 편이었다. 첫 번째 장은 임시숙소에서 거리가 있는 편이라 많이는 못 사고 물(수돗물 못 먹겠더라), 소시지, 사과주스를 샀다. 두 번째 장은 Loblaws라는 대형마트에서 달걀, 베이컨, 주스, 과자를 샀다. 확실히 한국에서 가격대가 높은 제품들이 저렴한 것 같다. 단점은 짜다는 것. 과자도 짜고 베이컨도 짜서 이사한 후에는 되도록 나트륨을 줄이려고 채소와 버섯 등을 사서 구워 먹었다.

KakaoTalk_Moim_4yYKKEi5Ky0BSmKWok46gk3zcJBqa5.jpg
KakaoTalk_Moim_4yYKKEi5Ky0BSmKWok46gk3zcJCNpv.jpg
세모금 마셨는데...

팀 홀튼도 한 번 방문해봤다. 지에의 추천메뉴인 STDD(스팁 티 더블더블)를 시켰고 밀크티 맛이 났다. 치킨 베이컨 토르티야와 웨지감자 세트도 사서 10불 정도 나왔고 먹으려는데 저 차를 엎질렀다. 다 쏟아져서 진짜 너무 당황했다. 근데 놀랍게도 아무도 신경 안쓰더라. 흘린 양이 상당해서 내가 닦으려는데 청소하는 직원이 자기가 할 테니 두라고 했다. 너무 미안해서 쏘리를 연신 반복하고 내 옷을 닦고 다른 자리로 옮겼는데 그 직원이 그 자리를 안 치우더라. 왜지? 빨리 치워야 다른 손님들 앉을 수 있을 텐데. 그래도 내가 테이블이랑 의자를 닦아놔서 그런지 다른 손님이 아무렇지도 않게 거기 앉았다. 충격. 나라면 근처에도 안 갔을 텐데. 여기 사람들 어떤 생각을 하면서 사는지 궁금해졌다. 창피한 일을 한바탕 하고 예전에 친구가 우유 쏟은 에피소드를 떠올렸는데, 나는 그나마 손님이라서 다행이지 직원이 그랬으면 좀 힘들었을 것 같다.


음료 쏟아서 그런 거 절대 아닌데 아직까지 팀 홀튼에 다시 방문한 적이 없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캐나다 워킹홀리데이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