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화요원 May 11. 2018

캐나다 워킹홀리데이 3

| 다운타운에는 뭐가 있나

| 다운타운에는 뭐가 있나

1. 토론토에서의 첫 주말에는 라멘과 도서관이지!

 머나먼 이국땅에서 맞이하는 주말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었는데, 막상 여기서 생활해야 하는 입장이 되자 주말이 새삼 반가웠다. 워낙 가족과 함께 휴일을 보내는 문화가 발달해서 큰 마켓은 문을 열지 않는 경우나, 식당이 빨리 닫는 경우가 많다. 하필 아는 오빠와 함께 태국 음식을 먹고 세인트 로렌스 마켓에 가려고 마음먹은 날, 둘 다 방문하지 못했다. 태국 음식점 대신 라멘집을 갔고, 세인트 로렌스 마켓 대신에 토론토 도서관에 잠시 들렸다. 우리나라 도서관과 다르게 1층에서는 간단한 음식을 먹을 수 있고 대화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공부하는 사람들도 많고 무료 와이파이를 쓰기 위해서 잠시 기다리거나, 친구들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름 대학교 다닐 때 도서관을 잘 이용한 편이라 도서관 서적 위치에 대해서 조금 아는 편인데 워낙 큰 도서관이기도 하고 도서 검색대를 찾을 수 없어서 한번 쭉 훑고 발길을 돌렸다. 

영엔 블로어에 있는 도서관

오랜만에 만난 오빠와 대화를 나누려고 첫 번째 아로마에 들렸는데 자리가 없어서 나왔다. 주말인데도 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결국 스타벅스에 가서 알지도 못하는 음료를 시키고 그동안 어떻게 살았는지 한국말로 맘껏 이야기하니 먼가 즐거우면서도 죄책감이 들었다. 영어 해야 하는데...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던다스 역 쪽으로 걸어가다가 정말 번화가 같은 곳에 도착했더니 '와 정말 외국에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위하는 사람들도 있고 구급차가 지나가는 소리도 들리고 눈앞에 광고가 번쩍이는 걸 보니 뉴욕에 가면 이런 느낌이지 아닐까 싶었다. 던다스 역에 있는 영화관이 가장 큰 영화관이라고 하길래 영화가 반값인 화요일 꼭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캐나다는 영화를 많이 소비라는 문화는 아니라고 한다. 우리나라처럼 데이트 코스가 밥 영화 카페가 아니라 활동적인 경험을 함께 하기도 하고 조금만 밖으로 나가면 좋은 자연경관을 볼 수 있으니 더욱이 그런 것 같기도 하다. 

2. 아직도 시차 적응 그리고...

 시차적 응이 이렇게 힘든 건 줄 몰랐다. 2주 넘게 제시간에 잠을 못 자니까 깨어있을 때도 무기력하고, 잠을 자기 위해 10시간 넘게 침대에서 뒹굴거려도 결국은 아침이 돼서야 잠에 들곤 했다. 그렇다고 생산적인 활동을 하지도 못했다. 내가 묶었던 방에 책상이 없어서 소파나 침대에서 노트북을 하는 건 허리와 목에 무리가 많이 가고 와이파이도 느려서 글도 못쓰고 이제야 쓰고 있다. 


 사람이 잠을 못 자니까 별에 별 잡생각이 많이 들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지, 시차 적응도 못하는데 어떡하지를 시작으로 한참 방을 구하는 시즌이어서 걱정도 많이 하고 아무도 게시물을 올리지 않는 새벽에 인터넷 카페에 새로고침을 몇 번이나 눌렀는지 모른다. 그러다 결국 다시 우울감이 찾아왔다. 지금 내가 힘들어하는 게 힘들었다. 이것도 못 견디나 싶은 마음에 스스로를 책망하고 미워했다. 그러다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까지 미워하기 시작했다. 괜히 엄마가 밉고 나한테 연락해주는 고마운 사람들에게 답장도 안 보내기도 했다. 도저히 잘 살고 있는 척을 할 수가 없었다.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되는걸 잘 알지만 난 잘 살아야 한다는 강박에 이미 빠져서 힘들었다. 그렇다고 지금 괜찮은 건 아니다. 지금도 여러 고민들이 많고 하루에도 내가 왜 내 주변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했나 후회하고 나의 워킹홀리데이를 성공과 실패로 구분 짓고 평가하고 있다. 더 나은 사람이 되기엔 아직 멀었다.

그래도 잘 먹고 잘 산다

3. 이사했다! 내 집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내 집은 아니지만, 이사를 했다. RUNNYMADE역에서 벗어나 한국인들이 그렇게 많다는 FINCH역 주변으로 이사를 가기로 결정했다. 총집을 3군데 방문했는데 결국 답은 핀치였다. 첫 번째 집은 교통이 편리한 OSSINGTON역 근처였다. 한 달에 580불이었고 지하와 3층에 방이 있다길래 방문했다. 처음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아 여긴 아닐 거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부를 개조해서 1층에 방을 3-4개 만들고 2층에도 3-4개 만들고 3층에도 방을 여러 개 만들어서 기숙사처럼 만든 집이었다. 주방과 화장실을 봤는데 청결도가 엉망이었고 아무도 안 쓰는 것 처럼보였다. 그래도 방은 괜찮겠지 하며 방을 봤는데 나에게 쓸데없이 큰 방이기도 했고 제일 위에 있는 방이라 덜 따뜻하다는 솔직한 주인분의 말씀을 듣고 편리한 교통에 대한 미련을 버렸다. 나는 돈을 더 주고서라도 깨끗한 방에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장점과 단점을 정리하고 나니 여길 계약할 이유가 없었다.

<OSSINGTON역 집>

- 장점 : 교통이 좋음, 가격 대비 방이 크고 빛이 잘 들어옴

- 단점 : 남녀가 같이 살아야 함, 내방은 3층인데 화장실은 1층과 2층에만 있음, 청결하지 않음, 방음이 잘 안됨, 주방과 화장실은 너무 많은 인원과 공유함, 추움, 코인세탁을 이용해야 함


집 뷰잉을 한 곳만 잡았는데 실패하고 나니까 할 일이 없어졌다. 이때만 해도 토큰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했을 때라 나온 김에 뭐라도 해야 했다. 그래서 집 뷰잉을 한번 더 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급하게 핀치 역 주변으로 뷰잉을 잡아서 지하철을 타고 올라갔다.


핀치에 처음 방문했을 때, 러니메이드역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 때문에 약간 주춤했다. 다운타운도 아닌데 역이 크고 주변에 높은 빌딩도 많아서 내가 생각했던 한인타운이 아니라서 더 그랬나 보다. 역에서 버스를 타고 15분 정도 가고 또 5분 정도 걸으면 주택가가 나오는데 그중에 한 집을 봤다. 

<FINCH역에서 더 먼집>

- 장점 : 가격이 착함, 난방이 잘됨, 청결함

- 단점 : 남녀 공용 화장실, 너 무조용, 역에서 너무 멀음


다른 게 다 좋아도 역에서 버스를 타고 가는 게 별로 마음에 안 들어서 알겠다고만 하고 집을 나왔다. 토론토 넓은 땅덩어리에 내 집 한편 없을까 하는 걱정과 함께 에이 비엔비로 돌아왔고 주말에는 좀 쉬어야지 하고 씻고 누웠다. 체력이 원래 안 좋은데 잘 모르는 길을 뽈뽈다니니까 소모가 더 심했고, 심적으로도 불편하니까 진짜 피곤했다. 그러다가 그냥 뷰잉 연락이나 잡아야지 하고 카페 게시글을 보다가 핀치에서 도보 5분 정도에 위치한 집에 뷰잉을 잡았다. 사실 아침부터 뷰잉 가서 힘들게 돌아다니고 싶진 않았지만 또 혹시 모르니 가기로 하고 알람을 맞추고 불편한 잠에 들었다. 


 다음날 핀치역에 다시 도착했고 바람이 진짜 너무 많이 불었다. 확실히 북쪽이 춥구나 하면서 토론토풍을 실감하면서 뷰잉을 갔다. 역에서 걸어서 5분 정도에 위치한 주택이고 가는 길에 '동대문 엽기떡볶이'집을 볼 수 있다. 이번 집에서 결정을 할 마음으로 계약금도 들고 간집이어서 넓고 오픈된 마인드로 집을 구경했고 지리적으로나 함께 사는 사람도 1명뿐이어서 바로 계약을 했다. 약간 지친 마음에 '이 정도면 살만하지'마인드로 변해버려서 계약해버린 것도 없지 않아 있었다.

<지금 내 집>

-장점 : 역에서 가까움, 1명과 주방, 화장실 쉐어, 소리 크게 하고 영화 볼 수 있음

-단점 : 내방만 좀 추움, 와이파이 가끔 안됨, 햇빛........


+사진 첨부하고 싶은데 깨끗한 편도 아니고... 방을 보여주기에는 좀 그래서...ㅎ


이사하고 나서 주방을 마음대로 쓰고, 술도 마시기 시작하고, 학원도 다니게 되었는데 학원 다니면서, 친구들이랑 노느라 글 쓰고 영화 보는 게 게을러졌다. 그래서 지금 사실 5월인데 1월 얘기를 쓰고 있다... 빨리 부지런해지기로 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될 테니까.

듬직한 손
이번역은 던다스, 던다스 역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2018년 4월 23일 토론토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