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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말 듣지 마세요

남의 말 듣지 말라는 제 말도 듣지 마세요

by 회색인간

난 소위 말하는 자기 계발서류 서적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미 훌륭한 사람이어서도 아니고, 너무나 뚜렷한 주관이 이미 자리 잡아서도 아니다.

그 글을 쓴 누군가는 대단히 훌륭한 사람일 수도, 너무나 올곧은 직관을 가진 사람일 수도 있겠지.

그렇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 사람의 성공이고, 생각이고, 이야기일 뿐이지.

그것이 나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아이고 너 잘났다, 얼마나 잘났길래

저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지 않겠다는 거니?라고 묻는다면. 사실 그리 잘나지 않았다.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데, 나는 그리 잘난 사람은 아니다.

잘나지 않은 게 뭐가 당당하냐고 묻는다면, 잘나지는 않지만 당당하지 못한 사람은 아니라서.

당당하지 못할 만큼 부끄럽게는 살지 않아서 그냥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는 거다.


자기 계발서의 성공담이 뭐가 문제냐고 묻는다면 내 생각은 이렇다.

작가의 성공 루트를 따라간다고 독자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갈 수 있는지부터 의문이지만.

그리고 삐뚤어진 나의 생각에는, 작가가 열심히 쓴 계발서의 내용은 실은 그 사람도 지나고 보니

이랬다는 거지 시작부터 그 길로 가면 성공할 것이라고 그 길을 걸은 것은 아닐 것 같단 말이지.


때로 나도 무엇인가 잘 되거나(성공했다는 얘기가 아니다) 좋은 결과를 만들어냈을 때,

누가 나에게 어떻게 이런 결과가 되었나요?라고 묻는다면. 진짜 내가 시작부터 했던 생각이나

과정을 전달하기보다, 뭔가 좀 정리되고, 정제되고, 약간은 꾸며낸(양념을 좀 친) 이야기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내가 삐뚤어져서 그런 거라고 말한다면 뭐, 할 말은 없다. 그렇지만 내 생각이 그런 것을

어찌하겠는가. 이곳은 내 생각을 적는 곳이기도 하고.


그런데 내 이야기가 모순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남의 얘기 듣지 말라면서? 너는 왜 남에게 남의 말 듣지 말라고 하는 거야?

맞다. 맞는 말이다. 내 얘기도 안 들어도 된다. 사실 꼬리를 물고 계속 붙일 수도 있는 말이다.

남의 말을 듣지 말라고 하는 제 말도 듣지 말라고 하는 제 말도 듣지 마세요.


그래서 대체 하고 싶은 말이 뭔데?라고 묻는다면.

그냥 듣고 싶은 얘기만 들으세요. 듣고 나한테 반영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하지 마세요.

저 계발서의 성공 루트를 따라가지 못하는 나를 질책하지 말고, 그냥 본인 가는 대로,

갈 수 있는 대로, 본인 마음대로, 그렇게 자기 길을 갔으면 좋겠어요.


듣기 싫다고요?

좋아요. 당신은 제 얘기를 잘 들어주셨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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