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거위도 벽을 넘어 하늘을 날을 거라고 달팽이도 넓고 거친 바다 끝에 꿈을 둔다고 나도 꾸물꾸물 말고 꿈을 찾으래 어서 남의 꿈을 빌려 꾸기라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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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도 사랑을 찾아 파도를 가를 거라고 하다못해 네모도 꿈을 꾸는데 아무도 꿈이 없는 자에겐 기회를 주지 않아 하긴 무슨 기회가 어울릴지도 모를 거야 -후라이의 꿈/악동뮤지션
아이가 10살이 되던 무렵, 학교에 데려다줄 때마다 매일 아침 차 안에서 울려 퍼지던 우리 아이의 최애곡이다. "거위, 달팽이, 고래, 심지어 네모까지도 꿈을 꾸는데, 넌 뭐 하고 있니."라는 노래를 듣다 보면 어느새 학교에 도착해 있었다. "따뜻한 밥 위에 누워 자는 계란 후라이"라는 가사가 나오는 노래다. 처음엔 ‘뭐 이런 노래도 있나?’ 싶었지만, 악뮤의 다른 노래들도 듣다 보니 이들이 정말 재능 있는 뮤지션이라는 걸 깨달았다. 내 아이의 재능은 뭘까. 아, 우리 아이도 남다른 재능이 있긴 하다. 숙제도 안 하고 해 질 때까지 뛰어노는 대범함, 성적에 개의치 않는 당당함,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재능 - 억울할 때 한껏 과장해서 눈물을 뽑아내는 탁월한 연기력.
그러고 보면, 내 꿈은 뭐였더라. 아이를 내려주고, 혼자 돌아오는 길에 문득 생각에 잠겼다. 가족을 위해 일한다는 핑계로 잃어버린, 지금은 저 멀리 안드로메다 은하 근처에서 떠다니고 있을 내 꿈이... 진짜 뭐였더라.
눈뜨면 출근해서, 깨고 깨지고. 저녁에는 고객, 직원, 친구들과 소주 한잔 하고, 알코올 기운으로 잠이 들고, 주말엔 스트레스 푼다는 명목으로 집을 벗어나 돌아다니다가 또 다가오는 월요일을 두려워하면서 맞이하고. 거위도 하늘을 나는 꿈이 있는데, 대부분의 아빠들은 반복되는 일상에 지치고, 맥주 한 캔으로 잠을 청하며, 그렇게 꿈을 잃어버리고 살아간다.
꿈이란 게 뭘까. 간단히 말해서, 내가 하고 싶은 거 아닌가. 돌이켜보니 난 음악을 하고 싶었다. 고등학교 들어서 현실적이 되면서 내가 딱히 음악적 재능도 없다는 걸 알게 되고, 또 하늘을 날아다니는 아버지의 몽둥이도 무서워서, 결국 부모님 시키는 대로 공부해서 대학에 가고, 대기업에 들어갔지만.
이런 면에서 참 부러운 남매다.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지 않는가. 악뮤 남매는 선교사인 아버지 따라서 초등학생 때 몽골에 가서 홈스쿨링으로 교육을 받았다고 했다. 금전적으로 여유 있는 환경에서 성장한 것은 아닌 것이다. 오빠는 교회 형한테 기타를 배워, 얼렁뚱땅 처음 노래를 만들어 아빠 앞에서 불렀었는데, 기대 안 했던 아빠의 칭찬과 격려에 으쓱했었다고 TV 인터뷰에서 말했다. 이후 한 주에 한곡씩을 만들어냈다고 한다.
‘악동뮤지션’ 남매가 처음 'K팝스타 2’ 파이널 무대에서 우승을 확정 짓자 심사위원이었던 가수 박진영이 말했다. “악동뮤지션은 노래와 퍼포먼스만으로 심사하면 안 된다. 부모님이 어떻게 키우면 저렇게 아이들이 자랐을까. 보충수업과 학원과외 같은 거 했으면 저렇게 됐을까. 정말 아름다운 친구들이다.” 아버지가 찬양 사역자였으니, 음악은 늘 접했으리라. 거기에, 보충수업과 학원에 찌들지 않아도 됐던 성장 환경이 그들의 톡톡 튀는 가사와 독특한 음악 세계를 만들어낸 밑거름이 되었을 것이다.
아, 그러고 보니, 박진영도 있다. 그도 매일 새로운 하루를 설렘으로 시작할 것이다. 나도 내 아이가, 악뮤처럼, 박진영처럼, 매일같이 가슴 설레는 아침을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누구에게나 하고 싶은 일이 한두 가지쯤은 있을 테니까. 그 하고 싶은 일을 찾도록 아빠가 알게 모르게 도와줄 수 있다면, 그보다 더 보람 있는 일이 또 있을까. 박진영은 '부모님이 억지로 피아노를 치게 한 것과 어렸을 적 아버지를 따라 미국에서 2년 반을 살게 된 것이 내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라고 토로한 적이 있다. 내 아이는 먼 훗날, 자신의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이 무엇이었다고 떠올리게 될까.
“따뜻한 밥 위에 누워 자는 계란 후라이.”
들을 때마다 감탄이 나온다. 엄마가 해준 계란 후라이를 보고 이런 생각을 하다니. 모든 아이들은 신이 준 지혜와 재능을 품고 태어난다. 그리고 아빠, 엄마의 칭찬을 먹고 자란다. 난 내 아이의 숨겨진 재능을 찾아주고 싶다. "하나님, 제 아이도 재능이 하나쯤은 있겠지요? 물론, 그 눈물 뽑아내는 연기력 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