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월, OpenAI는 세상을 놀라게 할 새로운 기술을 공개했다. 이 ‘소라(Sora)’라는 이름의 인공지능은 텍스트 몇 줄만 입력하면 동영상을 만들어준다. 이 기술은 창작의 패러다임을 바꿔놓고 있다.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던 날개 달린 코뿔소가 하늘을 나는 영상이나 다리 달린 물고기가 사람과 같이 조깅하는 말도 안되는 영상도 이제는 쉽게 구현할 수 있게 되었다.
이미 세상을 놀라게 했던 그 소라가 어제 (12월 9일) 10개월간의 테스트를 마치고, '이미지를 결합해 동영상을 새로 생성'하는 등의 신규 기능을 추가한 후 정식 출시됐다. 기술이 세상을 이렇게 바꾸고 있는데, 우리 아이들은 아직도 입시를 위해, 오래전 부모가 공부했던 방식대로 오늘도 학원에서 늦게까지 문제집과 씨름하고 있다.
내가 처음에 소라를 접했을 때는 충격 그 자체였다. 소라는 단순한 동영상 편집 SW가 아니었다. 소라가 태어나기 전까지 동영상을 제작하려면,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영상의 방향성을 설계하는 기획자, 영상을 실제로 촬영하는 촬영기사, 촬영된 영상을 편집하여, 최종 결과물을 완성하는 편집자, 그리고, 영상에 삽입되는 타이틀, 애니메이션등 그래픽을 제작하는 그래픽 디자이너등이 필요했고,
이뿐만 아니라, Adobe Premiere, Final Cut Pro 등 고급 편집 SW, DSLR, 캠코더 등 다양한 카메라 장비, 이외 PowerPoint, Word, 또는 기타 프로젝트 관리 소프트웨어, 또한, 조명, 색보정등 다양한 촬영 기법등을 공부하고 익숙해져야 했다.
그러나 소라는 이 모든 과정을 한 사람이 단순한 텍스트 입력만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 기술은 짧은 동영상이 제작되고 소비되는 광고 산업등에서 특히 영향이 클 것 같다. 광고와는 전혀 상관없는 동네 식당 주인도 이제 “신선한 재료로 만든 맛있는 파스타”라는 문장을 입력하면, 소라는 이 문장을 바탕으로 파스타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영상으로 구현한다. 이전에는 이러한 광고성 동영상 제작에 많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했지만, 이제는 누구나 제작자가 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유튜버등 개인 콘텐츠 제작자들도 직접 광고를 만들어서 돈을 벌 수 있는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예전에는 시간과 비용 문제로 개인은 꿈도 못 꾸던 일이다. 광고 기획사등 우리 세대때 인기 있던 직장들이 예전의 그 명성을 되찾기는 점점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기술이 이 세상에 나타날수록 부모로서는 고민이 생길 수밖에 없다. 우리 아이들에게 이제 무엇을 가르쳐야 하냐는 것이다. 라떼는 “좋은 대학에 가서 안정된 직업을 가지는 것”이 성공의 전제였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인공지능등의 혁신적인 기술들이 단순 업무와 기술적 작업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공지능 시대에는 무엇이 우리 아이들의 경쟁력이 될까.
소라는 콘텐츠 제작 업계에서 “어떻게 만들까?”를 더 이상 고민하지 않게 만든다. 대신 “어떤 이야기를 할까?”라는 질문에 답해야 하는 시대를 열고 있다.
우리 아이가 좋아하는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이야기를 떠올려 보자. 초콜릿 강이 흐르고, 움파룸파가 춤추는 장면은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이제 이 장면이 머릿속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다. 아이들은 문자로만 접하던 이야기들을 (물론 "찰리..."는 영화가 나와있긴 하지만) 자기들만의 힘으로, 자기 버전의 영화를 만들 수 있다.
철수만의 백설공주, 영희만의 백설공주가 이제 아이들 각자의 버전으로 재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저 깊은 바다 밑에 초콜릿 공장이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라는 아이디어도 소라를 통해 아이들은 현실로 만들 수 있다. 난쟁이가 50명인 백설공주도 영상화할 수 있다. 이제 누가 더 재미있고, 독특한 아이디어를 갖고 있느냐가 차별점이 된다.
입시 위주의 교육이 여전히 정답일까
그런데, 우리의 교육은 아이들에게 여전히 입시를 위한 공부만 강요하고 있다. 엄청난 저장용량과 어마무시한 속도의 CPU를 갖고 있는 인공지능과 우리 아이들이 암기력으로 경쟁할 수 있을까. 뭔가를 기억해 내고, 수학 문제를 푸는 능력은 이제 인공지능이 인간을 압도하는 영역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시험을 위한 기억력이 아니라 창의적인 문제 해결 능력과 인공지능에게 일을 시킬 수 있는 상상력이다.
질문이 사고의 방향을 바꾼다.
예를 들어, 이런 두 가지 질문을 생각해 보자.
"백설공주는 왜 난쟁이가 7명일까?" 그리고, "백설공주에 나오는 난쟁이는 몇 명이야?"
둘 다 같은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느낌이 완전히 다르다. 첫 번째 질문은 "왜?"라는 단어 하나로 새로운 상상력을 열어준다. 숫자 7에 담긴 비밀은 무엇일까? 요일이 7개라서? 아니면 작가가 특별히 좋아하는 숫자였을까? 반면, 두 번째 질문은 답이 명확하다. "7명." 여기서 끝난다. 똑똑한 어린이다. 책 내용을 잘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첫 번째 질문은 아이들의 사고를 확장시키고,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게 한다. 두 번째 질문은 사실만 확인하고 멈추게 만든다. 질문이 사고를 움직이는 힘은 이렇게 다르다. 아이를 키워보니 알게됐다.
'고양이는 왜 날개가 없을까?', '찰리의 초콜릿 공장에서는 초콜릿이 더 많이 팔렸을까, 아니면 껌이 더 잘 나갔을까?', '해리 포터한테 진짜 필요한 마법은 또 뭐가 있을까.'
질문은 사고의 출발점이다. 좋은 질문은 아이들의 사고를 확장시키고, 창의력을 키운다. 난 오늘도 내 아이를 위한 질문 거리를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