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08. 애플, 구글, 디즈니 보다 역시 의사?

by 사랑 머금은 햇살

이 세상에 의사만 있을까?


2019년 개봉했던 영화 "극한 직업"의 누적 관객 수는 1,600만 명이다. 역대 관객 수 순위 2위이고, 역대 매출액 순위는 1위다. 순제작비는 65억 원, 총제작비는 95억 원으로, 총매출은 1,400억 원에 달한다. 와우. 그렇다면 한국 영화 역사상 흥행 1위는 무엇일까? 바로 최민식 주연의 "명량"이다. 2014년 개봉한 이 영화는 총 관객 수 1,760만 명을 기록했다. 우리나라 총인구가 대략 5,000만 명이니, 1/3이 넘는 사람들이 본 셈이다.


그렇다면 중국은 어떨까? 중국의 흥행 역대 1위 영화는 "전랑 2"로, 특수부대 출신 주인공이 테러집단으로부터 인질을 구출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총 관객 수는 무려 1억 8천만 명에 달한다. 총매출액은 한화로 약 1조 원을 넘는다(2024년 4월 환율 기준). 이는 명량 관객 수의 약 10배, 매출액의 약 7배에 해당한다. (영화의 퀄리티는 논외로 한다.) 중국 총인구가 약 14억 명임을 고려하면, 겨우 총인구의 약 13%가 영화를 본 셈인데도 1억 8천만 명에 이른다.

Source : IMDB (영화 이야기는 아니지만, 이게 무슨 영화였더라하는 분들을 위해서.)

이처럼 시장 규모가 다르다는 점은 영화뿐 아니라 다른 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영화는 단지 예일뿐이다. 시장 규모의 차이는 글로벌 기업들이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도 큰 영향을 미친다




다국적 기업에서 일하던 시절, 본사 경영진들이 아시아에 오면서, 중국과 일본만 방문하고 한국에는 오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들은 당시 섭섭해했지만, 중국이나 일본의 시장 규모를 당시 한국의 시장 규모와 비교하면 이해가 갔다. 전용기를 타고 다니며, 하루를 분 단위로 쪼개 쓰는 글로벌 기업 임원들에게는 어쩔수 없는 선택이었다.


중국은 차치하고, 일본만 해도 사실 인구수는 우리나라의 3배에 못 미쳤지만, 매출은 한국의 5배에 달했다. 외국계 기업에서 일하며 일본과 비교되는 현실이 처음엔 마음 아팠지만, 그만큼 느낀 것도 많았다.


그런데, 우리의 총명한 아이들은 왜 이 작은 시장에서 '의사'라는 꿈에 갇혀야 할까? 왜 UN 같은 국제기구에서 일하거나, 국제 봉사 활동에 참여하는 꿈을 꾸지 않을까? 우리 아이는 스위스의 유명 호텔에서 글로벌 고객을 맞이하는 호텔리어가 될 수 없을까?


제네바의 유엔난민기구(UNHCR)에서 세계 난민을 돕는 일을 하거나, 뉴욕 유엔본부에서 국제 평화를 위해 일하는 외교관의 꿈을 꾸지 못할까? 캘리포니아 쿠퍼티노에 있는 애플 본사에서 혁신적인 기술 개발을 주도하거나, 파리의 유네스코 본부에서 문화유산을 보호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는 없을까?


아니면, 한국에서 살면서 전 세계를 연결하는 일, 예컨대 국제 기업, NGO, 홍콩의 금융 프로젝트, 중국의 첨단기술 프로젝트 혹은 글로벌 스타트업에 기여하며 성장할 수는 왜 없을까?


사실, 이제는 디지털 기술 덕분에 한국에 머물면서도 전 세계의 고객 및 기업과 함께 일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고, 이는 글로벌 기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업무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내가 일하던 회사도, 싱가포르에서 근무하지만 미국 본사나 영국 지사 소속인 직원들도 있었고, 캘리포니아에 살면서 뉴욕이나 시애틀 사무소 동료들과 다양한 솔루션으로 협업하는 사례도 흔했다. 지금은 파리에서 일하지만, 중국어를 더 배우겠다고, 홍콩으로 Relocation을 요청해 활동 무대를 옮기고, 아시아 고객들을 대상으로 일하는 프랑스인 직원들도 있었다. 이런 업무 방식은 글로벌 기업에서는 점점 더 보편화되고 있다.





APPLE, Microsoft, UN, Tesla, BP, World Bank, WTO, Google, Amazon, Shell, Barclays, JP Morgan, Visa, P&G, IBM, Lockheed Martin, Walt Disney, WHO, NATO 같은 이름들을 우리 아이들이 국내 기업 이름들처럼 익숙하게 느끼게 되길 소망한다.


주말 저녁 오래간만에 아이와 마주 앉은 식탁에서, 앞집 아빠가 새로 산 외제차, 강남에 새로 생긴 학원, 아이 친구의 학교 성적, 뒷집 엄마가 졸업한 대학등에 얘기하기보다, 미국의 대통령 선거결과 , 애플의 신제품과 적용 기술, 환율이 오르는 이유을 함께 이야기하며 아이에게 생각할 거리를 주는 것이 세계를 무대로 살아가야 할 우리 아이들한테 더 중요하지 않을까.


아빠, 엄마도 못 간 의대에 보내려고 초등학생 아이한테 미적분 문제 하나 더 풀게 하느니.




* 뒤늦게 아빠라는 "극한 직업"을 갖게되서 세상 고민 많아진, 나이 많은 아빠의 육아와 교육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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