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투 원>에서 배울 수 있는 내용
KBS 초청 강연 영상을 감명 깊게 보고 나서 곧바로 책을 구입했습니다. 이 책이 나왔을 때에 이미 굉장한 화제였지만, 정작 그때는 읽지 않았다가 뒤늦게 읽게 됩니다.
맺는말의 제목이기도 한 메시지와 영상을 볼 때 저에게 가장 와닿았던 연설 내용이 일치합니다. 아마 이 책에 끌리는 포인트일 테고 여기서 배워야 할 점이 바로 이를 둘러싼 핵심 아이디어란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하며 책에서 밑줄을 치며 읽은 내용을 다시 보기로 합니다.
맺는말에서 밑줄 친 두 문장은 서로 연결된 듯한 인상을 줍니다.
경쟁의 압박을 완화해 줄 새로운 기술 없이는 정체 상태가 폭발해 충돌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인류를 공동체로 보는 담론은 조금 어색하긴 하지만, 어릴 때부터 비교와 경쟁을 싫어하던 제 성향에 잘 맞아서 그런지 울림이 있는 주장입니다. 그리고, 그는 나에게 어떻게 하면 그런 충돌을 피하며 살 수 있는지 혹은 그의 표현을 빌어 우리 회사를 1로 만드는 힌트도 제시합니다.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볼 때만이 우리는 세상을 재창조할 수 있다.
거꾸로 맺는말의 메시지를 기억한 채로 머리말의 밑줄 친 내용을 훑어보겠습니다.
아래 내용을 읽을 때는 다행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오늘의 '모범 사례'는 우리를 막다른 길로 이끌 뿐이다. 우리를 성공으로 이끄는 것은 아직 가보지 않은 길, 새로운 길이다.
다름이 아니라 IT컨설턴트로 일할 때 '베스트 프랙티스'나 '레퍼런스 있냐?'는 질문이 지긋지긋하게 느껴졌으니까요. 어쩌면 저는 자신에게 맡는 길로 찾아온 듯합니다.
그리고 아래 내용을 다시 읽을 때 맺는말부터 읽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인간이 다른 종들과 구별되는 것은 기적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그 기적을 우리는 '기술technology'이라고 부른다. 기술이 기적인 이유는 '더 적은 것으로 더 많은 일을' 하게 해 주기 때문이다.
처음 읽을 때는 몰랐던 메시지를 얻었기 때문입니다. 위에 인용한 문구는 바로 다음 질문에 대한 힌트를 주는 듯합니다.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본 후에 무엇을 할 것인가?
그리고, 피터 틸은 '새로운 눈'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서는 머리말에 기록해 두었습니다.
내가 발견한 가장 강력한 패턴은 성공한 사람들은 예기치 못한 곳에서 가치를 찾아낸다는 사실이었다. 그들이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어떤 공식을 따라 해서가 아니라 사업을 생각할 때 가장 기본적인 원칙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또한, '새로운 눈'을 활용하지 못하는 이유도 말해 줍니다.[1]
이 기초적인 사실을 우리가 자주 잊어버리는 이유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 대부분 했던 일을 반복하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본문을 보면 14가지 교훈을 제시합니다. 완독 후에 맺는말을 보고 다시 머리말을 보았더니 꽤 유익하네요. 첫 시도였는데, 과연 내가 이 책을 읽고 무엇을 얻을 것인가 하는 식으로 총체적인 메시지를 구성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1장의 제목은 '미래를 향해 도전하라'입니다.
정말 중요한 진실인데 남들이 당신한테 동의해주지 않는 것은 무엇입니까?
채용할 때 피터 틸이 자주 묻는 질문이라고 합니다. 저에게 적용해 보니 사회에 진출할 때 (IMF 즈음) 프로그래머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이 도리어 저에게 강한 에너지를 심어 주었다는 점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동의하지 않는 무엇'에 상심할 수 있지만, 반대로 그것이 내가 미래를 만들 수 있게 해 주는 동력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다음 문단은 피터 틸이 말하는 진보를 압축하여 설명합니다.
수직적 진보를 한 단어로 설명하면 '기술Technology'이 된다. 최근 몇십 년간 빠르게 진보한 IT 기술 덕분에 실리콘밸리는 '기술'의 메카가 되었다. 하지만 기술이 반드시 컴퓨터 기술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말뜻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새롭고 더 나은 방식으로 무언가를 가능하게 해주는 것은 모두가 '기술'이다.
수직적 진보와 대치되는 진보를 수평적 진보를 글로벌화라 합니다.
자원이 희소한 세상에서 새로운 기술 없이 글로벌화를 계속해나갈 방법은 없다. 역사가 흐른다고 새로운 기술이 저절로 나타난 적은 없었다. 고대인들은 정적인 균형이 계속되는 제로섬zero-sum 사회에 살았다. 그런 사회에서 성공이란 남의 것을 빼앗는 것이었다. <중략> 지금 우리는 21세기를 20세기보다 더 평화롭고 번창하는 시대로 만들어줄 새로운 기술을 상상하고 또 창조해 내야 하는 어려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그리고, 관료제적 계급 조직에 비해 신생 기업에 희망을 거는 듯한 내용이 이어집니다.
이해관계가 단단히 맞물려 있는 조직은 위험을 감수하지 않게 된다. 변비에 걸린 것처럼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조직에서는 실제로 일을 하기보다는 일이 진척되고 있다는 신호만 내보내는 편이 승진에는 오히려 더 유리하다.
'일이 진척되고 있다는 신호'가 바로 틀에 박힌 보고네요.
신생기업이란 지금과는 다른 미래를 만들기 위한 당신의 계획을 납득시킬 수 있는 최대치의 사람들이다. <중략> 새로운 생각은 '민첩함'보다도 더 중요하다. 그리고 규모가 작아야 생각할 공간이 생긴다.
[1] 이는 제랄드 와인버그가 <대체 뭐가 문제야>에서 했던 주장과 유사하다는 느낌도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