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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영회 습작 Aug 26. 2021

이해관계자 시대의 리더십

뉴스를 빠르고 유익하게 소비하기 No.  25

페이스북에 공유한 바대로 최근 부상하는 ESG의 등장 배경을 가장 와닿게 설명한 명문이다. 원문 링크는 이해관계자 시대의 리더십이다.

지난 한 해 동안 팬데믹이라는 절망적 사태가 발생하기 전부터 지지를 얻기 시작한 인식이 강해졌다. 즉 진공상태에서는 비즈니스를 할 수 없다는 인식이다.

그런데 주옥같은 문장이 여럿이 있어 퇴근 길에 밑줄을 치고, 집에 와서 생각한 바를 글로 남긴다.


지구가 불타거나 사회가 병드는데 이익만 내면 기업인가?

저자의 40년 경험이 잘 드러나고, 게다가 탁월한 표현력이 배우고 싶은 문장이다.

우리가 맞닥뜨린 엄청난 다각적 위기는 직원, 고객, 지역사회가 건강하지 않으면, 지구가 불에 타면, 사회가 파편화되면 기업과 사회가 번영할 수 없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ESG를 이렇게 쉽고 강력한 문장으로 설명할 수가 있다니...


또한, 스타트업 경영을 하는 나에게 ESG는 당장 중요한 이슈는 아니지만, ESG가 디폴트인 환경에서 기업의 방향성을 아래와 같이 본다면 기사 내용을 (직업적으로) 내 문제로 볼 수도 있다.

목적을 중심으로 회사를 근본적으로 재정의하고 최고의 인재들이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게 만드는 방법에 관한 글이다. 목적과 사람을 비즈니스의 중심에 놓는 것에 관한 글이다.


비즈니스의 목적은 공공선에 기여하는 것이다

유교 문화의 영향인지 한국에서 '고결한 목적'은 청렴이 기본이라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과 어울리지 않는다.

작가이자 컨설턴트인 리사 얼 맥글로드는 이런 목표를 '고결한 목적noble purpose'이라고 부른다. 이 접근법에 따르면 돈을 버는 건 여전히 책무에 속하지만 수익이 최종 목적이 아니다. 수익은 목적에 뿌리를 둔 성공적 전략의 결과다.

그리고, 청렴같은 낡은 개념은 내 가치관과 거리가 멀다. 동시에 큰 부를 벌겠다는 열망도 약한 나에게는 고결한 목적을 기업 사명으로 두는 일은 꽤 매력적이다.


저자는 공공선을 기여하는 기업을 만드는 방법론도 제시한다.

첫째, 리더는 고결한 목적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고결한 목적은 세상에 필요한 것, 리더와 팀이 열정을 갖고 있는 것, 회사가 잘하는 것, 회사가 투자 대비 높은 수익을 얻는 방법의 교집합에서 찾을 수 있다.

나도 우리 회사에 적용하리라 마음 먹은 내용이다. 저자는 베스트바이 회장 시절 이를 적용한 듯하다. 베스트바이는 개인 고객 대상이고 우리는 기업 고객을 상대한다는 차이가 있지만, 참고할 만한 회사의 목적 설정이다.

오랜 성찰과 분석 끝에 <중략> 인간의 핵심 니즈를 해결해 기술을 통해 고객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 우리 회사의 목적이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인간만 할 수 있는 마법을 부려라

내가 부족하나마 올해 상반기 노력한 부분과 일치하여 반가운 문장을 만났다.

리더는 회사의 목적이 말로 그치지 않고 전략과 운영의 초석이 되도록 해야 한다.

장난감을 사줘야 하는 어린애의 부모면서, 디즈니 채널에서 장난감 의사 만화를 본 일도 있는 지라 공감하는 예시가 등장한다. 소비과잉의 시대에 대형 소매점이 어떤 부가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보여주는 감동적인 사례다.

직원들은 엄마에게 장난감 진열대에서 새 티렉스를 가져오면 교환 처리를 해주겠다고 말할 수도 있었다. 그 대신 직원들을 조던의 티렉스를 '살려 내기로' 했다. 이들의 의사 행세를 하면서 망가진 티렉스를 '수술'하겠다며 카운터 뒤로 가져갔다. 그리고 수술에 들어간 의사처럼 말을 하면서 티렉스를 슬쩍 새 것으로 교체했다. 몇 분 뒤 직원들이 '다 나은' 공룡을 조던에게 건네자 조던은 기쁨에 찾 얼굴로 티렉스를 받아들었다.

이런 일은 MBA들이 훈련받는 전략적 경영 기법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닐 듯하다. 저자가 나의 짐작에 힘을 실어주는 듯한 주장을 한다.

이런 마법의 토대 혹은 동력은 일을 사람들의 인간성을 이루는 필수 요소이자 삶의 의미를 찾고 성취감을 얻는 방법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는 태도다.

나는 20년 이상 내 일을 하면서 직업이 밥벌이 수단에 그친 일이 없다. 경력이 15년을 지날 때, 나에게 직업은 자아실현의 수단임을 깨달았다. 나는 그런 경험을 팀원들에게 알려주고 싶었고, 팀장 시절에 실패한 그 일을 지금도 포기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작년에 책 <그 회사는 직원을 설레게 한다>를 읽으며 영감을 받았던 부분이 단순히 1회적 독서에 그치지 않음을 예감하는 문장이 등장한다.

리더가 수행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모든 조직구성원이 자신을 움직이게 하는 요소와 회사의 고결한 목적을 연결하도록 돕는 것이다.

이미 이 문구는 내 삶의 일부로 실천 중인 내용이다.


기업을 목적의식이 있는 인간적 조직으로 만들기

나는 저자의 글을 읽기 전부터 우리 회사를 목적의식이 있는 인간적 조직으로 만들어 왔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인사 업무에 익숙한 분들에게는 행동 계획을 수립하기 난감한 말일 수 있다. 나 역시 중국에서 배운 개취인정의 고행(?)이 아니었다면 한국에서만 일했다고 모르고 살았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대한민국만 그런 제약이 있지는 않은지 저자는 어떻게 시작할 수 있는지 실천법을 알려준다.

간단한 방법 하나는 사람을 '인적 자본'이 아닌 각자의 고유한 재능만큼 가치를 지닌 개인으로 대하는 것이다.

내가 자주 쓰는 개취인정이라는 표현에 묻은 사고와 그대로 일치한다. 그리고, 어쩌면, 제조가 아닌 지식정보산업의 특징이 아닐까 싶다.


사정이 나빠져도 목적과 사람에 중심을 둬야 할까?

고수에게 할법한 질문이다. 고수의 답은 이렇다.

좋은 시기이든 어려운 시기이든 사람을 모든 일의 중심에 두는 공동체정신을 심어주고, 함양하고, 구현하는 것은 리더의 중요한 책임이다.


제로섬 리더십의 종말

소품종대량생산에서 벗어나 다품종소량생산으로 적응해야 할 때 많은 기업이 난감했을 듯하다. 나는 그런 고민의 지점에 살지 않았지만 인간을 강조하는 아래 문장을 보며 그런 추측을 해본다.

팬데믹에서 벗어나며 번성할 기업은 고객을 지갑이 아닌 니즈가 있는 인간으로 대하는 기업이다. 이런 기업은 공급업체와 파트너 관계를 맺고 협력해 혜택을 공유하고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 자사의 고결한 목적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지역사회에 기여한다.

다품종소량생산이라는 문제 정의는 틀렸다. 도요다나 델이 JIT 생산을 할 때, 이에 대한 후속 연구의 결과물처럼 보이는 개념 중에 on demand가 있다. on demand는 미리 생산 계획을 세울 수 없다. 애자일을 불편해하는 경영자들을 보며, 내가 관찰한 바는 구체적인 생산라인을 고정해놓고 다품종 소량 생산을 하려는 사고 방식을 틀렸다고 말해주고 싶다.


인간의 생산의 주체가 되는 소프트웨어 혹은 지식정보제의 생산은 기존의 다량생산과는 전혀 다른 시스템으로 이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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