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변화와 예측
올해 마지막 날입니다. 보통 이런 글은 수요일에 올리는 데 소금 같은 조언을 해 주시는 최정우 님의 글 <2023년 변화와 예측>을 그냥 넘기기 어려워서 차분히 묻고 따져 보려는 생각으로 글을 씁니다. 최정우 님이 초점을 둔 일들은 5가지입니다.
1. 뉴노멀의 시작: 장기 저성장 시대 돌입과 저출산
2. 스타트업 창업 방식의 변화: 일단 생존, 기본으로
3. 창업 인프라의 변화: 비용 최소화에 따른 전문화
4. 전문 커뮤니티의 활성화: 각자 생존만이 살길은 아니다.
5. AI 시대의 대혼란: 돈은 누가 벌 수 있을까
첫 번째로 주목하게 되는 문장입니다.
코로나로 인해 시작된 여파는 인플레로, 다시 금리인상으로, 경기침체로 이어지면서 뉴노멀이 시작되었습니다.
코로나는 정말 우리 삶을 많이 바꿨습니다. 그런데 뉴노멀은 무슨 말일까요? 구글링을 해 보았더니 제목을 잘 뽑은 페이지가 있어 이를 인용하는 것으로 설명을 대신하겠습니다.
다음으로 주목을 끄는 문장입니다.
뉴노멀의 시대에는 장기 저성장 시대로 인하여 전반적으로 암울한 분위기가 계속될 것 같습니다.
올해 회사 운영 자금으로 고생을 하면서 체득한 느낌과 제 직관과도 일치합니다. 당분간 암울한 분위기가 이어질 듯합니다.
그리고 뼈 때리는 말이 있습니다.
이미 지방에는 학원들이 망하고 있는 등 여파가 심하지만, 정부에서 세워지는 대책을 보니 아직은 답이 없는 것 같습니다.
정부를 기대하는 일은 어불성설입니다. 이에 대한 제 전망은 몇 년 더 지나고 정권을 교체한 후에야 심각해진 문제를 다루게 될 것입니다. 이와 같은 확신은 금요일에 봤던 <길위에 김대중> 다큐 때문입니다. 영상을 통해 김대중 대통령은 자신의 싸움이 아니라 시민들이 독재와 싸우는 구도를 저에게 명확하게 알려 주었습니다.
이는 경제에도 똑같이 대입이 될 듯합니다. 부동산 투기 열기로 증명되던 시기 즉, '나만 잘 살면 된다'에 대한 환상을 극복해야 성장 일변도의 환상으로 집권해 온 정치세력의 시대가 지날 수 있으니까요?
저는 제주에서 비교적 한적한 곳에 살면서 차가 아니면 지나다닐 일이 없어 행인조차 없는 곳에도 빠르게 편의점이 늘어나는 모습을 보고 저성장 시대 돌입을 분명하게 느끼게 됩니다.
기록을 찾아보니 처음 최정우 님에게 자문을 받은 때가 벌써 2020년 12월입니다. 최정우 님을 만나면서 당시가 '닥치고 성장 프레임'의 시대라는 사실을 명확하게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주변에서 겪으면서 눈치는 챌 수 있었지만, 전문가가 분명한 말로 설명해 주기 전까지는 '그게 그건지' 몰랐던 것이죠. 창업한 경영자였지만 투자를 받고 시작하거나 구체적인 투자를 전제로 시작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완전히 바뀐 것을 몸으로 느낍니다. 이에 따라 '창업 인프라의 변화: 비용 최소화에 따른 전문화'도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창업을 하고 회사를 파는 일에 성공한 한 친구는 AI 시대에는 비용 최소화로 창업할 수 있는 인프라가 많이 등장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 친구의 확신에 찬 말은 최정우 님의 다음 말과 거의 100% 싱크로 됩니다.
그러다 보면 창업을 도와주는 인프라들이 좀 더 분산된 형태로 각자의 영역에서 전문성을 가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전문 커뮤니티의 활성화'라는 문구를 보면서 '그런가?' 하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그런 듯도 하고 누군가 말로 드러내지 않았을 뿐 나도 알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저 주변만 살펴보아도 이미 그런 커뮤니티가 많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단락에 담긴 최정우 님의 통찰은 피터 드러커의 예상과도 연결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공동체 의식은 이미 깨졌습니다. 하지만, 사람은 혼자 살 수 없죠. 새로운 형태의 조직이 생기고, 분화하고 전문화되고 있습니다. 돈을 벌기 위한 방식을 알기 위한 개인들이 모인 다양한 커뮤니티들이 앞으로는 더욱 생겨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어떻게냐고요? <목적 지향적 조직의 시대 그리고 3가지 유형의 팀>에서 인용한 피터 드러커의 기사 전체에서 이를 다루고 있지만, 그중에 요약해서 다시 인용하자면 두 개의 문구를 꼽을 수 있습니다. 하나는 공동체와 다른 조직의 본질적 특성을 명료하게 정의한 문장들이고요.
지역공동체나 사회, 가족과 달리 조직은 목적에 의해 설계되고 항상 전문성을 띤다. <중략> 현대의 조직이 각자의 좁은 영역에서 전문성을 지닌 전문가들로 구성된 탓에 조직의 사명은 명백하고 명확하다. 조직은 한 가지 일에 집중해야 한다.
다른 하나는 조직은 팀의 형태로 운영된다는 피터 드러커의 통찰입니다.
지식 그 자체의 우월성이나 열등성보다는 공동의 과제에 얼마나 기여하는가로 판단돼야 한다. 따라서 현대의 조직은 상사와 부하가 아니라 팀으로 조직돼야 한다
최정우 님의 AI 시대에 대한 분석은 제 생각과 거의 일치했습니다. 심지어 다음 문장도 그저 정우 님의 기분 탓만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그 와중에 경기는 안 좋아서 더욱 디스토피아적인 느낌이 나는 것은 과연 제 기분 탓일지도 모릅니다.
CES2024를 전망한 글에서도 온통 AI 얘기라고 하는 내용을 볼 때나 많은 분야에서 투자금이 급격하게 경색되지만 전과 같은 그러니까 '닥치고 성장 프레임'의 관성이 아직 남은 분야는 AI 분야인 듯합니다.
유일하게 최정우 님과 제가 생각이 다를 수 있는 내용은 아마 글 쓰는 입장 차이일 텐데. 최정우 님은 '돈은 누가 벌 수 있을까'라고 썼는데 저는 누가 본을 벌 지에는 관심이 없고 제가 어떻게 생존할 수 있을까에만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
그에 대한 증거가 방금 전에 페북을 보면서 페벗 님의 다음과 같은 분석을 보관해 두었다는 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