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덕질에서 배우기
제가 <축덕 채널 1 빠는 역시 김진짜>로 평가한 김진짜 채널은 축구를 둘째만큼 좋아하지 않는 큰 아들도 콘텐츠 자체로 재미있어서 좋아하는 채널입니다. 거의 모든 영상을 좋아하는데, 최근 처음으로 재미없다고 한 영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완전 제 스타일의 매력적이고 흥미로운 분석 영상이라 혼자서 다시 봤습니다. 우리나라 야구계에서 주로 쓰는 말이지만 퍼거슨 시절에는 왕조를 누렸던 맨유가 2013년 퍼거슨 은퇴 이후에 좀처럼 과거의 영광을 찾지 못하는 이유를 분석할 내용입니다.
영상에서 김진짜가 지적한 맨유의 문제와 쟁점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일 못하는 이사진
인수인계 실패
유독 많은 불화
후방의 안정성
축덕들은 다 알고 있지만, EPL이 세계 축구의 중심이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입니다. 러시아와 중동의 석유 재별들이 클럽을 인수하며 100년이 넘게 유지되었던 영국 축구는 보다 상업적이고 글로벌한 산업으로 바뀌었습니다. 맨유도 미국 자본에 인수가 되고, 의기양양한 얼굴로 항상 사진이 찍히던 에드 우드워드가 단장으로 옵니다. 그 후에 멸망(?)했다고 막연하게 알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그가 금융권에서 왔다고 합니다.
축구는 1도 모르는데, 금융권에서 성공한 경험 때문에 항상 의기양양한 얼굴을 했던 모양입니다. 이런 사람들에게 실리콘밸리의 현자 비노드 코슬라가 한 말이 있습니다.[1]
이 경우에 대입하면 투자에 성공했다고 해서 축구를 안다고 생각하지 말라는 뜻이 되겠습니다.
근거가 있는 분석일까요? 제 생각에도 차고 넘칩니다. 희대의 먹튀 산체스 그리고 포그바, .... 일단, 새로운 맨유 보드진(경영진에 해당)은 상품성이 있는 빅네임을 큰돈을 주고 데려옵니다.
그러면 기존 선수들과 급여 차이가 커져서 위화감이 조성됩니다. 위화감 완화를 위해 기존 선수들도 주급을 올려줍니다. 수익성이 나빠지죠. 그러면 선수를 팔고 새로운 선수를 사는 것이 클럽의 기본 운영 방식인데, 주급이 높으니 이를 감당할 클럽이 없어 처분도 어려워집니다.
벤치만 데우는 선수들은 불만에 차고 선수단은 팀이 아닌 모래알 개개인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올해 최악의 영입도 여전히 맨유로 평가되는데, 심지어 맨유의 특징이 된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축구 재정 전문가 키어런 맥과이어도 마운트 영입이 ‘실패’라고 주장했다. 25일(한국시간) 영국 ‘풋볼 인사이더’에 따르면 맥과이어는 “맨유는 첼시에서 평범한 시즌을 보낸 마운트를 6,000만 파운드에 영입했고 이는 분명한 실수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맨유에서 이러한 영입 실패는 처음이 아니다. 제이든 산초, 안토니, 라스무스 호일룬 등 모두 초반 기대와 달리 그저 그런 선수가 됐다. 맨유는 선수 영입에 과도한 지출을 하고 있을 뿐 아니라 선수 임금도 과하게 소비되고 있다. 이는 곧 선수 매각도 어렵다는 걸 의미한다”라며 영입 운영을 비판했다.
그런데 똑같이 외부 자본이 인수하고 잘 운영하는 구단은 뭐가 다를까요? 먼저 카타르 자본 인수 후에 극강이 된 맨시티가 있습니다. 맨유의 지역(맨체스터) 라이벌 구단이죠. 이들은 역할 분담을 하고 각자 잘하는 것을 하도록 비전을 정립했습니다.
그리고 현장은 현존하는 최고의 감독 과르디올라에게 믿고 맡겼습니다. 그 결과는요? 극강의 맨시티는 세계 최고의 리그에서 주요 트로피를 휩쓰는 트레블이란 결과를 만들어냈습니다.
혹시 미국 자본이 문제일까요? 그럴 리가요? 올해 맨시티를 위협하는 극강의 경기력을 보여주는 구단인 리버풀 역시 맨시티와 비슷한 성공 가도를 가고 있습니다. 그저 맨유 보드진의 잘못이 불운과 겹쳐 현재의 결과를 낳았다고 분석하는 것이 적절해 보입니다.
김진짜의 분석 중에도 또 눈에 들어오는 항목은 '인수인계 실패'입니다. 27년 왕조를 구축한 퍼거슨의 곁에는 그보다 덜 알려진 데이비드 길 회장이라는 훌륭한 동반자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둘은 동반 퇴진을 했습니다.
아마도 자신만만한 점령군은 그들 이야기를 듣지 않으려고 했겠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 구단주를 쫓아낸 첼시도 미국 구단주가 와서 똑같은 시행착오를 하고 있습니다. 10년 전에 벌어진 일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미국 자본가가 또 있는 것이죠.
게다가 말 잘 듣는 감독을 골랐는지 후임으로 온 모예스 감독은 퍼거슨의 유산이 몸에 지닌 코치들을 쳐냈습니다. 그래서 브레인도 없지만, 현장 경험마저 자기 축구라는 욕심을 부리는 감독 손에 모조리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세스 고딘의 책에 있던 문장들[2]이 떠오릅니다. 맨유는 반면교사의 본보기가 됩니다.
우리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한다. 쉴 새 없이 분류하고, 판단하고, 받아들이기 껄끄러운 것들을 외면하는 동안 우리는 아무것도 제대로 보지 못한다. 우리는 기회를 보지 못한다. 고통과 마주하지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하게, 아무 시도도 하지 않는 데 따른 위험을 보지 못한다.
그렇게 망가진 클럽은 왕년의 명장이 와도 손을 데기 어렵습니다. 스타성으로 뽑아 놓은 팀의 경기력은 형편없으니까요.
스타가 된 선수들은 자기들이 감독보다 연봉이 높고, 자기들이 영향력이 크다는 사실을 압니다. 그러니 명단에서 빠지거나 지각했다고 나무라면 대중들에게 이르는 언론플레이를 일삼습니다. 그리고 어린 축구 선수들은 그 꼬락서니를 그대로 보고 배우죠.
그리고, 예로부터 싸움 구경이 재밌다고 합니다. 기자들은 불화를 콘텐츠로 양산해서 생업을 영위합니다.
자기 영향력을 즐기는 일부 스타들은 축구는 뒷전으로 되고 정보원 역할을 하며 하루 일상을 보내곤 합니다. 경기에 못 나가도 어차피 주급은 꼬박꼬박 나오니까요. 맨시티처럼 인센티브를 도입했다면 이런 일은 없겠지만, 맨유는 돈은 칼 같이 잘 줍니다. 훈련장에 매일 지각을 해도 말이죠.
강팀은 두 가지 유형의 축구를 합니다. 맨시티나 리버풀은 화끈한 경기를 하는 강팀입니다. 그러나, 과거 무리뉴의 첼시는 극강이지만 수비 축구를 한다고 욕을 먹었습니다. 퍼거슨의 맨유도 결과 위주의 팀에 가깝다고 기억합니다. 그들이 소위 말하는 꾸역승을 하니까 세련된 축구를 했던 벵거의 아스날보다 대부분 순위표에서 위에 있었습니다.
그런 꾸역승의 기반은 골키퍼와 최종 수비수가 구축합니다. 그래서 맨유에는 전설적인 골키퍼가 많았는데, 김진짜의 분석에 따르면 이미 스카우팅 과정에서 선수의 모든 것을 파악했다고 합니다. 투수 개개인의 습관을 기억해 투수 교체를 했다던 김성근 감독이 생각납니다.
그리고 제가 TV로 EPL을 보던 시절에는 맨유에는 두 명의 중앙 수비수가 그야말로 벽을 구축했습니다. 반면 최근의 맨유 중앙 수비수는 비아냥 거리는 소재로 가장 많이 쓰입니다.
[1] 출처: <비노드 코슬라가 말하는 '투자받는 피칭을 하는 법'>
[2] 출처: <아티스트로 살기 위해 보는 법을 배워야 한다>
9. 흡연이 난무하는 게르만의 축구장 그리고 퍼스널 브랜딩
10. 축구에서 채널링, 커피 채널링 그리고 나의 채널링
13. 손흥민과 서번트 리더십
14. 하나의 사건에 대한 다채로운 분석이 돋보이는 달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