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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영회 습작 Nov 26. 2023

유머가 보게 해 준 에포케와 직면

축덕질에서 배우기

가급적 빠짐없이 보는 달수네 라이브에서도 제 취향이 아닌 코너들이 있는데요. 쪼호가 등장하는 코너는 딱 그 경계에 있습니다. 보통은 10버드랑 나오는 데 이번에 본 영상에서는 의외성을 노린 것인지 브버지와 조합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유머가 열어 준 순수하게 보는 눈

제 머릿속에서는 내 스타일이 아닌데 왜 보느냐고 물었습니다. 역시 또 제 머릿속에서는 <축덕질이 알려준 유머의 중요성>을 상기하기 위해 본다고 답을 하고 영상을 계속 보도록 놓아두었습니다. 그랬더니 새로운 것이 보였습니다.

거의 연기자 수준인 쪼호의 표정 연기를 쑥스러움 100 단으로 보이는 브버지가 자연스럽게 따라 하는 놀라운 광경이었습니다. 자신을 앞에 내세워하라고 하면 분명 못했을 행동인데, <강연의 전달력을 높이는 법>을 쓸 때 기억이 나서 찾아보니 어쩌면 '거울 신경 세포 활성화'와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강의를 준비할 때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고 대응을 하라는 말과 함께 말이죠. 그리고, 전달력을 높이기 위해 포인터를 쓰기보다는 칠판을 적극 활용하고, 소품을 쓰면 거울 신경 세포가 활성화되는 효과도 노릴 수 있다고 합니다.


거울 신경 세포 활성화

구글링 해 보니 관련이 있어 보입니다.

놀랍게도 바로 이어서 시켜서 하는 행동을 할 때 브버지의 표정 변화를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부끄러운 감정을 확연히 드러내는 불평을 했고, 뒤이어 눈가가 빨개지는 장면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브버지가 주도권을 잡은 상황을 즐기는 모습도 나옵니다. 진행자인 박 위원이 쪼호가 주인공이고 브버지는 '양념'이라고 표현하여 부담을 낮춘 상태라 즐거운 표정이 나오기 쉬운 환경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쪼호가 답변하기 곤란을 질문을 받을 때 가벼운 추임새로 공격을 하면서 상대가 난감해하자 즐거워하는 듯합니다. 제가 가까운 이들을 가볍게 놀릴 때 느끼는 감정과 같은 것이 아닐까 추측합니다.


쪼호타임은 언어가 다르다

더불어 줄다리기가 팽팽하게 이어지는 것을 막으려고 한 것인지 박위원이 개입해서, 쪼호타임에 전술적인 디테일을 물으면 답이 안 나온다고 말합니다. 여기서 제 기억은 <성공적 대화를 돕는 그림>을 소환합니다.

하지만, 그림 그대로가 맞는 상황은 아닌지라 응용이 필요합니다. 이때 제 머리는 이렇게 말하고 있었습니다.

쪼호타임은 언어가 다르다

묘한 우연은 영상을 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제가 본 책에서 이런 문구를 볼 때 영상의 자극이 다시 떠오르게 합니다.[1]

A가 B에게 자신의 의사를 가장 확실하게 전달하기 위한 방법은 가능하다면 B의 모국어를 쓰는 것이다.


유머가 열어 준 에포케epoche 그리고 직면(直面)

늘 보던 채널에서 전혀 다른 눈으로 현상을 보게 되는 흥미로운 경험이었습니다. 문득, <축덕질이 알려준 유머의 중요성>을 쓰면서 깨달은 제랄드 와인버그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유머 감각이 없는 사람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지 말라

연이어 <이카루스 이야기>에서 세계관을 버려야 세상을 똑바로 볼 수 있다고 강조한 내용도 연상됩니다.

자신의 세계관을 버리기 전까지 우리는 세상을 똑바로 볼 수 없다. 물론 세계관은 일상생활에서 쓸모가 있다. 일련의 전제와 편견, 믿음으로 이루어진 세계관을 통해 우리는 세상과 관계를 맺고,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외부와 접촉할 때마다 매번 모든 것을 검토하고 판단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더욱 익숙하게 정보를 처리하고 일관되게 행동할 수 있다.

더불어 <멈추지 않고는 제대로 듣지 못한다>를 쓴 탓에 '에포케'도 떠오르고 직면(直面)도 떠올립니다.

에포케epoche, 고대 그리스 철학에서 말하는 '판단 중지', 사물에 대한 선입견이나 습관적 이해를 멈추고 직관하라는 것


주석

[1] 책 <테니스 이너 게임> 77쪽 내용입니다.


지난 축덕질과 야덕질

1. 훌륭한 스토리텔러를 모델로 삼기

2. 스토브리그에서 배우는 동시대의 지혜

3. 물경력을 걸러낼 수 있는 안목을 기르자

4. 메시가 MLS에 가는데 애플이 영향을 미쳤다?

5. 축구 콘텐츠를 보다가 든 생각

6. 축구에서 말하는 근본 혹은 본질

7. 전형을 넘어 유기적인 움직임으로

8. 축덕질이 알려준 유머의 중요성

9. 흡연이 난무하는 게르만의 축구장 그리고 퍼스널 브랜딩

10. 축구에서 채널링, 커피 채널링 그리고 나의 채널링

11. 자본주의 축구에서 탄소 중립 축구로

12. 축덕 채널 1 빠는 역시 김진짜

13. 손흥민과 서번트 리더십

14. 하나의 사건에 대한 다채로운 분석이 돋보이는 달수네

15. 방송 품질로 진화하는 달수네 라이브

16. 축덕질에서 배운 영감을 응용하기

17. 축구계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갈등에서 배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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