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들과 함께 배우기
아이가 물놀이를 하고 나온 욕실 뒷정리를 하다가 물벼락을 맞았습니다. 그런데, 마침 이틀 전에 다시 읽고 되새긴 구절이 효과가 있었습니다.
나는 아이와 문제가 생기면 일단 내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나는 자신을 책임질 수 있는 어른이기 때문이다. 아들이 물건을 깨면 아이를 혼내기 전에 왜 아이를 잘 가르치지 못했는지에 대해 스스로 자책한다.
어제 이웃에 있는 동생이 둘째 아들 행동에 잠시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는 장면을 두고 함께 대화한 일이 있는데, 그때도 이 구절을 인용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제가 그걸 실천해야 할 일이 생겼습니다. 걸레를 빨려고 욕실 바닥에 앉아 샤워기를 틀었는데 머리 위에 있는 샤워기에서 물이 나와 머리가 온통 젖은 것입니다.
아들이 욕실에 들어간 후에는 물놀이를 하느라 종종 그렇게 하는데 예상하지 못해서 물벼락을 맞은 것이죠. 화가 나려는 찰나에 멈춰서 '내 탓이오'를 떠올렸더니 화는 금세 누구러졌습니다.
앞부분의 글을 써 둔 일이 도움이 되는 장면을 겪었습니다. 이번에도 아이가 샤워를 한 후에 욕실 뒷정리를 하러 가서 또 물벼락을 맞았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잘못한 것은 없었습니다. 아이가 제대로 놓은 샤워기를 제가 옮긴 후 방향이 저를 향한 줄 모르고 틀어서 얼굴과 상의가 젖은 것입니다.
다혈질이었던 탓에 어렸을 때 혹은 젊었을 때 물건에 화를 낸 기억이 많습니다. 지금은 흐릿해졌지만 아마도 셀 수 없이 많았을 것입니다. 박문호 박사님 덕분에 <현상적 세계와 물리적 세계를 구분하기>를 배웠습니다. 그러하니 '잘못'이라는 가치 판단을 물리적 세계에 존재하는 대상에게 그대로 투사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아야겠습니다.
암튼, 굳이 현상적 세계와 같은 개념을 사용하지 않아도 '아이와 문제가 생기면 일단 내 잘못이라고 생각한다'라는 말을 쓰고 익힌 바람에 감정이 막 일어나기 전에 막을 수가 있었습니다. 이 부분도 분명 박문호 박사님 영상에서 배운 내용이기도 하네요.
마지막으로 함께 연상되는 과거의 경험과 기록을 소환합니다. 가장 먼저 <나의 바운더리를 튼튼하게 하는 이분법>을 쓸 때가 떠오릅니다. 아래 그림은 통제 밖의 요인에 대해 생각하며 감정을 소모한 시간들을 잘 표현해 줍니다.
그리고 최근 박문호 박사님을 통해 배우면서 쓴 <관계는 나로 인해 생겨나지만 내 것은 아니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렇게 생각을 정리하는데 아내가 운전 중에 욕을 퍼붓는 남자들에게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묻던 순간들이 떠오릅니다. 위 그림을 인용하면 아내가 찾은 것은 어쩌면 algorithms이 아니었나 싶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해법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대화를 하며 아내도 제 의견에 공감을 했습니다. 제가 해법이 없다고 느낀 이유는 폭력적인 언사를 행하는 other people's behaviours/beliefs를 직접적으로 바꿀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10. 모방은 최고의 스승이니 모방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기
12. 지도와 지리를 연결하는 경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