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들과 함께 배우기
엄마 옷에 1999란 숫자가 있어서 둘째 아이와 숫자 읽기를 하다가 엄마 생년을 물었더니 아이가 몰랐습니다. 첫 번째는 '생년'이라는 말을 몰라 '태어난 연도'라고 했더니 아예 엄마 생년에 대한 기억이 없음을 확인했습니다.
그때, 불현듯 <아이에게 직관적으로 식(式)을 느끼게 하기>와 비슷하게 수학적 개념을 체득할 수 있다는 생각에 재활용 상자에 있던 박스를 뜯어 숫자를 썼습니다.
그러고 나서 숫자별로 잘랐습니다. 둘째가 아직 '단위' 개념이 없으니 나누어서 접근하면 쉽다는 경험을 남겨주기 위합니다.
바로 효과를 봅니다. 1985에서 1,000을 빼라고 할 때, 그냥 숫자만 불러줄 때보다 확실히 자신감 있게 답을 했습니다.
그리고 생각지 못한 효과가 하나 더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도구를 활용했더니 재미있어 보였는지 큰 아이도 달려들었습니다.
뒤이어 각 단위별로 빼기를 따로 하는 연습을 한 차례씩 해 봅니다. 나누어서 설명할 때는 이해하는 듯했지만, 아직 단위로 나눠서 연산을 하고 나서 합칠 수 있다는 내용이 분명하지 않은 표정이었습니다.
옆에 초등학교 2학년 생인 큰 아이가 있어서 이렇게 나눠서 풀고 다시 합쳐도 같은 이치를 '결합 법칙'이라고 설명하며 기억의 흔적을 시도해 봅니다.
아이가 흥미를 잃어 학습 놀이가 끝날 위기를 맞았을 때, '역사 공부를 위해 연도를 기억하라'는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했습니다. 마침 아이들이 자주 보는 위인전을 떠올려서 1700으로 시작하는 숫자가 나온 책을 찾아보자고 했더니 둘째가 반가운 얼굴로 일어났습니다. (휴~ 다행이네요. 통했습니다.)
첫 번째 책은 다윈이었습니다. 박문호 박사님 말씀대로 모든 위인전은 앞 쪽에 태어나는 일을 다룹니다. 더불어 아이에게 '탄생'이라는 단어를 익히게 합니다.
아빠랑 함께 공부한 기록도 남기고 이후에 볼 때는 아이의 기억에 오늘의 경험도 저장되겠죠. 두 번째 책은 파브르였습니다. 연도가 비슷해서 '누가 형이냐?'라고 아이에게 묻기에도 좋았습니다. 위인을 묶어서 누가 형이고 동생인지 따져 본 일도 난생처음이네요. :)
그런데 랜덤 하게 뽑아오는 아이의 책은 뒤쪽으로만 흘러갔습니다. 뽑힐 확률을 높이려고 아이에게 색깔별로 뽑아 오라고 했더니 아이가 두 손에 넘쳐서 책을 흘리면서 같은 색상의 책을 모두 들고 오려고 했습니다. 아직 '색깔별'의 의미를 몰라 한 행동인데, 큰 아이가 그 모습을 보며 웃고 놀리고 있었습니다.
둘째는 아직 모르는 것이라고 제가 개입해서 둘째의 민망함이 오래 유지되기 않게 하고 다른 색깔 책도 뽑자고 하는데, 한참 만에 페스탈로치가 우리를 구원했습니다.
지나고 나서 보니 단순한 규칙이 주는 몰입 효과는 확실했습니다.
10. 모방은 최고의 스승이니 모방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기
12. 지도와 지리를 연결하는 경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