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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영회 습작 Oct 21. 2023

축구에 대한 흥미를 학습에 활용하기

두 아들과 함께 배우기

지난 글에 소개한 대로 둘째 아이는 축구를 좋아합니다. 관점에 따라서는 제가 사 준 축구 관련 책이 교재가 되기도 합니다. 적어도 아직 한글을 배우지 않은 아이가 관심 있는 내용을 보며 무슨 글자인지 알고 싶도록 호기심을 자극하니까요. 벌써 1년 전의 글이 된 <키보드로 포켓몬 쓰기 학습 여행>이 바로 그 증거이기도 하네요.


높은 난이도를 넘을 때 돕기

아이가 또 다른 축구 책을 펴고 낱말 퍼즐을 풀고 있었습니다. 형이 보는 책에 낱말 퍼즐이 자주 나와서 그 형태에는 이미 익숙해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유치원 다니는 아이에게는 다소 어려운 표현이 많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제 역할을 이런 허들을 넘기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설정했습니다.

아이가 낱말을 맞추면 다행이었지만, 맞추지 못할 때가 중요했습니다. 그저 제가 불러주고 쓰는 일은 효과가 없다고 판단하여 책에서 해당 내용을 찾으려고 했는데 쉽게 찾아지지 않았습니다.


사전으로 배우기: 행이 바뀔 때 끊기는 단어 읽기

그래서 <사전 보는 습관 아이에게 물려주기>를 시도했습니다. 아쉬운 점은 아이들이 보는 사전이라 그러한지 축구 관련 용어는 없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예상하지 못한 소득도 있었습니다. 아이에게 사전 설명을 읽게 하자 행이 바뀔 때 끊기는 단어를 읽을 줄 모른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아이가 '수'를 읽었다가 잠깐 멈추고 '비수가'를 읽는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둘을 이어서 읽는다는 규칙을 알려 주었습니다.


난이도가 높은 '윙백'은 축덕질로 쌓은 아빠의 축구 지식을 활용했지만, 구글에서 포메이션 이미지를 보여주며 '왜 윙백인지'[1]에 대한 부분은 이미지로 흔적[2]을 남겼습니다.

한편, 아이가 백힐이란 표현은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주말 오전에 동네 유소년 축구 클럽에 다니면서 배운 듯합니다.


집 안에 있던 다른 교재 활용하기

다만, 백힐이란 글씨를 잘 모르고 있었습니다. 아내가 익히라고 붙여 둔 한글 글자표를 활용합니다. 아이에게 우선 '히'를 찾아보라고 합니다. '히' 앞으로 이동하면 종성 'ㄹ' 발음이 그 아래 붙는다는 원리를 설명하고 발음과 함께 기억하게 합니다.

그러면 아이가 다시 자리로 돌아가 글자를 완성했습니다. 몸을 움직이며 눈으로 시각 자극을 얻고, 다시 글을 쓰며 손으로 감각 자극을 익히는 방식이 기억에는 더욱 효과적이길 기대하는 마음이었습니다. :)


사전이 가져다준 찾는 습관

사전에 없는 표현은 구글로 찾는 모습을 보여 줍니다. 아이는 글자를 보고 쓸 수 있어 낱말 퍼즐의 목적을 달성하기도 하지만, 모를 때 사전 말고 인터넷으로 찾는다는 간접 경험을 함께 제공합니다.

더불어 시각 자극도 제공하죠. 몇 번 구글링을 했더니 아이가 책에도 나오는 표현(페널티 킥을 찾음)이라며 자신의 기억력을 확인하고, 저에게 배운 '찾기' 행동을 모방했습니다. 이런 응용은 훌륭한 학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전 보는 습관 아이에게 물려주기>는 비단 종이 사전뿐 아니라 다양한 형태로 찾는 습관을 갖게 해 주는 듯합니다. 아무튼 여기 기록한 모든 경험을 끌고 가는 힘은 바로 아이가 흥미를 가진 축구 지식을 활용한다는 점입니다. 작년부터 시도했던 아이와 함께 학습하는 과정에서 특히 <유아 주도 학습을 위해 배경음이 되기>에 쓴 노하우를 계속 익히며 응용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주석

[1] 나무위키에 따르면 윙백(Wing-back)이라는 용어는 윙어(Winger)와 풀백(Full-back)의 합성어입니다. 위키피디아 해석은 좀 더 실용적인데, 수비수이지만 공격할 때 역할이 더 강조되는 수비 변형입니다.

The wing-back is a variation on the full-back, but with a heavier emphasis on attack.

[2] <아이들 세계로 들어가고 형제를 오가기>편에서 썼던 내용과 같은데 박문호 박사님에 따르면 경험이 기억에 흔적을 남길 수 있다고 합니다.

큰 애를 따라다니며 깍두기(?)로 배운 바둑인데, 관심은 오히려 둘째가 갖는 듯합니다. 이렇게 아이가 흥미를 갖고 있을 때 개념에 대한 흔적을 기억에 남겨야겠다는 마음에 혹시 아빠랑 사전도 같이 보겠냐고 제안합니다.

즉, 단번에 익히지 못해도 자주 경험하면 기억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생각에서 하는 행동입니다.


지난 두 아들과 함께 배우기 연재

1. 영어 문장 AI가 알아듣게 읽기 놀이

2. 다른 사람 마음은 짐작하지 말고 물어보기

3. 태극기가 소환한 기록, 기록이 돕는 경험

4. 사전 보는 습관 아이에게 물려주기

5. 아이에게 직관적으로 식(式)을 느끼게 하기

6. 어떻게 하면 아미그달라를 이겨낼까?

7. 두 아이가 처음으로 그린 우리나라 지도

8. 아이의 자기 주도 학습을 도우면서 나도 배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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