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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영회 습작 Sep 30. 2023

축구에서 채널링, 커피 채널링 그리고 나의 채널링

축덕질에서 배우기

나에게는 커피 선생님이시기도 하고, '사업하는 이유'에 대한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대화를 나누고 <커피기업 공정무역 기사로 시작한 즉흥 대화 기록>을 쓰는 계기를 만들어 준 분이기도 하죠. 제가 살면서 처음 커피를 바에 앉아서 마시는 습관을 만들어 주신 분이기도 하죠. 아무튼 그분이 저와 지인에게 퀴즈를 냈는데, 그 답을 해설하시면서 '커피 채널링'이란 말을 했는데, 저는 그런 표현을 처음 들었습니다.


커피 채널링이란?

일단 글을 쓰며 구글링을 해 보았습니다.

사실 커피 분쇄에 큰 관심이 없었는데 '채널링'이란 단어를 들으면서 '여기서도 그런 말이 쓰이는구나'라는 점에 갑자기 흥미를 갖게 된 것이죠. 제가 최근 채널이라는 표현을 자주 듣던 곳은 축덕 채널입니다. 가장 자주 보는 축덕 채널인 달수네 라이브에 P급 작전판이라는 코너가 있는데, 거기서 채널이란 말을 자주 들었습니다.


현대 축구에서 공이 흘러가는 루트를 여럿 만들어 두는 것을 채널링이라고 부른다는 점이 인상 깊었는데, 분쇄된 커피입자들 사이에서 물이 고르게 흐르는 경로를 만드는 일도 같은 말로 불렀습니다. '아하~' 하며 단어에 대한 느낌 자체를 패턴으로 인지했습니다. 애초에 채널이란 수로를 뜻하는 말이기도 하죠.


축구의 채널링 그리고 시각화

그 기억이 생생할 때 축덕이라면 꽤나 관심 있게 지켜봤을 북런던 더비 해설 영상에서 이번에는 페노가 채널을 선으로 그려 주는 장면을 보았습니다.

여기서는 '채널링'이란 표현을 쓰지 않았지만, 제 머릿속에서는 저 화면을 볼 때 '채널링에 대한 이야기구나' 하고 인지했습니다.


경기 자체로도 보는 맛이 충분했던 경기였지만, 아무래도 손흥민이 등장한 탓에 대한민국 팬들을 위한 2차 콘텐츠도 풍성했습니다. 특히 전략 분석에 초점을 맞춘 페노도 한 경기를 위한 영상을 무려 네 편이나 올렸는데요. 그중 한 영상을 보면서 작전판이 아닌 경기장 영상을 보며 선수들과 공의 움직임을 해설해 주는 장면이 다시 보였습니다.

평소 자주 보던 식이라 페노가 잘하는 기법이구나 하고 넘어갈 뻔했는데, '채널링'에 대한 생각을 한참 한 뒤라서 달리 보였습니다. '채널링'이라는 말 자체가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는 동선을 눈으로 보게 하는 시각화 기법이었습니다.


요즘 상태도라고 하는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의 시각화 기법을 동료와 함께 활용하는 중이라 그런 측면으로 영상을 본 덕분이기도 합니다. 아무튼 전술가나 감독이나 축덕들과 선수들이라는 대상은 다르지만 자신에게는 보이고 청중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도록 하는 방법으로 시각화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축덕 콘텐츠의 다양화와 고급화

한편, 이런 생각을 하던 날 퇴근 후에 잠이 들기 전에 다른 영상 한편을 보았습니다. P급 작전판에서 북런던 더비를 예상하는 영상이었는데, 결과를 알고 보니 또 다른 재미가 있었습니다.

축구 협회가 인증하는 지도자 자격증 중에서 최상급을 의미하는 P급 과정을 밟는 박성배 감독(전 국가대표 공격수) 답게 실제 벌어진 현상을 꽤나 정확한 관점으로 짚었습니다. 예측이 맞고 틀리고는 신의 영역이지만, 상대의 강점을 의식하여 감독이 고민할 포인트를 제대로 짚은 점이 실제 경기에서 모두 드러났다는 것이 (나름대로 축덕질을 20년 가까이해 온) 제 판단입니다.


출연진의 화려함을 볼 때 다른 축덕 채널을 압도하는 달수네와 함께 전략 해설로 특화되어 가는 페노의 새축 채널은 북런던 더비를 다각도로 보여주는 콘텐츠를 만들었습니다. 여기까지가 축덕 채널을 보며 느낀 점입니다.


나의 채널링?

번외로 일요일 급격한 조회수 증가를 하루가 지나고 나서 발견했습니다. 평소 일요일 기준 9배이고, 평일 보통 방문자가 200명 수준인데 너무나 많은 수치였습니다.

브런치의 통계 기능은 친절하지 않아서 직접 유입이 대부분이라고 하는데, 이해할 수 없는 분석이죠. 제 생각에는 브런치에서 미리 지정(하드 코딩)한 몇 개 URL 말고는 직접 유입으로 처리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페북의 아래 댓글로 미루어 보아 뉴스포터를 운영하시는 혜리포터 님의 미디어 링크에서 온 분들이 아닐까 추정합니다.

제가 미디어 종사자도 아니고 브런치는 취미로 하고 있지만, 급증한 방문자 수치를 보며 '채널링'에 대한 영감을 단순히 순간적인 호기심으로만 쓰지 말고 활용해 보자는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물론, 브런치 방문자를 늘리겠다는 글은 아닙니다. 채널은 결국 가치 있는 것이 흐르도록 하는 경로를 뜻하니까, 마음에 담아 두고 작은 실천을 하다 보면 나에게도 이롭고 사회에도 이로운 방법을 찾을 수 있으리라는 생각입니다.


지난 축덕질과 야덕질

1. 훌륭한 스토리텔러를 모델로 삼기

2. 스토브리그에서 배우는 동시대의 지혜

3. 물경력을 걸러낼 수 있는 안목을 기르자

4. 메시가 MLS에 가는데 애플이 영향을 미쳤다?

5. 축구 콘텐츠를 보다가 든 생각

6. 축구에서 말하는 근본 혹은 본질

7. 전형을 넘어 유기적인 움직임으로

8. 축덕질이 알려준 유머의 중요성

9. 흡연이 난무하는 게르만의 축구장 그리고 퍼스널 브랜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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