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발걸음 학습법의 개발 3
6살 둘째가 갑자기 한글 공부를 하겠다고 말했다. 내 머리는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무슨 소리지? 키보드로 포켓몬 이름 쓴다는 말인가?
아내가 설명해주었다. 유치원에서 돌아오면 하루 하나씩 한글 공부하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내가 선생님이 시키지도 않았는데 하는 거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하기에 이유를 물었더니, 한글을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공부를 강요하고 싶지 않지만, 자기가 한다니 주도하도록 한다는 목표를 세운다. 자꾸 내가 배운 방식이나 선호하는 방법으로 유도하지 않는 것을 도전으로 삼아서.
아내가 두 번째 날이라며 (이미 어제 한번 했군) 프린터로 출력을 해주었다. 아이는 따라서 쓰면서 말하기를 꺼렸다. 발음이 자신 없으니 안 하려고 했다.
중국에서 발음이 어려웠던 것이 생각났고, 동시에 외국인 입장에서 우리말 발음이 얼마나 어려울지 떠올랐다. 그래서 '기아'를 빨리 하면 '갸'가 된다고 말했다. 비슷한 식으로 나머지도 그렇다며, 옆에서 방송처럼 떠들었더니 아이가 반가운 얼굴로 아빠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용기를 내서 따라 했다. 그러다가 반가운 단어가 등장했다. 바로 샤크의 '샤'다. 샤크 덕분에 아이도 '샤'는 정확히 발음했다.
예전에 아이와 함께 보았던 <카피추의 아기상어라지만>을 떠올려 분위기(?)를 띄웠다. 노래에서 상어 대신에 '샤크'를 넣어서 불러 주었더니 아이가 긴장을 풀었다. (즉흥적으로 한 행동이지만 발음에 대한 공포를 완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생각한다.)
이번에는 아이가 안 보고 써보겠다고 한다. 어제 그렇게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이 스스로 그렇게 하겠다고 하니 말릴 이유가 없었다. 옆에 있는 물건을 들어 가리는 일만 도왔다.
그리고 발음을 기피하는 일을 완화하기 위해 계속 방송(다시 말해, 시끄럽게 노래하는 단어를 읊기)을 했다.
그렇게 다 해내고 나서 좋은 기억으로 저장(사진 말고 아이의 뇌에) 하기 위해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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