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발걸음 학습법의 개발 4
8살 큰 아이가 완구로 놀고 있아서, 구멍이 아홉 개인 조각 셋을 이용해서 곱하기를 설명하려고 시도했다. 큰 애는 관심을 보이지 않고, 도리어 6살 둘째가 관심을 보였다.
속으로 무리라는 생각을 했지만, 아이가 관심을 보이니 이렇게 말했다.
9개가 3개면 (구멍이) 몇 개일까?
의외로 아이가 흥미를 느끼고 몰입을 해서 내친김에 큰 아이에게 말해주려던 것을 그대로 말했다. 전체 구멍이 몇 개일까 세어 보자고 했다. 먼저 짧은 면을 세니까 12개였다. 긴 면은 19개라 두 자리 숫자 곱하기를 다룰 수는 없었다.
마침 큰 아이의 지난 진도에서 0의 쓰임새가 나와 이를 알려주려고 했는데, 둘째에게 응용해보기로 했다. 그래서 우선 긴 면은 10 까지만 센 후에 표시를 해두자고 했다.
아이가 흥미를 느끼는지 확인하기 위해 숫자를 써볼 것인지 물었다. 답에 따라 계속하기로 했다. 그렇게 하겠다고 답을 했다. 아이에게 먼저 짧은 면의 숫자를 쓰라고 했다. 아이가 12를 썼다. 그리고 긴 면은 10까지 세었으니 뒤에 0을 추가하면 된다고 말해주고 (이해를 시키지 않고) 그냥 써보라고 해서 감각으로 느끼게 했다.
그리고 다시 긴 면의 남은 숫자를 세라고 했다. 9개가 나왔다. 하나 더 있으면 좋을 텐데라고 말한 후에 그렇게 되면 120을 더하면 된다고 말해주고 연필로 쓰도록 유도했다. 앞서와 마찬가지로 이해라는 단계를 빼고 눈으로 익히고 느낌을 기억하기만 기대했다. 그리고 관심을 유지하는지 지켜보았다.
그리고 한 줄이 모자라니 12를 빼면 된다고 일단 숫자로 식을 쓰도록만 했다. 큰 아이에게 식을 가르친 것을 응용했다. 다만, 둘째에게는 감각하고 쓰게 했고, 식이란 말은 하지 않았다.
이렇게 줄을 세우면 숫자를 세기 좋다고 말하며, 주변에서 사례를 찾아보자고 말했다. 이번에도 달력이 역할을 해주었다. 7개씩 줄을 세웠다고 하며 '7일 하나, 7일 두 개면 14, ... ' 하는 식으로 말했더니
흥미를 느낀 아이가 의욕이 생겼는지 일어나서 연필을 들고 자신이 세려고 했다.
주변에 있는 다른 예를 찾았다. 큰 아이가 가지고 놀던 9개 구멍의 조각이 있었다. 아직 구구단을 모르지만 (뽀로로 컴퓨터 등에서 들은 적은 있으니) 3 x 3 = 9라고 말하면서 보여줬다.
그리고 2년 넘게 집에 붙어 있던 익숙한 포스터로 향했다. 가로와 세로 숫자를 세어 보게 하였다. 이해하지는 않았겠지만 놀이로 여기는 듯이 즐거워했다.
요즘 둘째가 공부하는 한글표도 가로 세로 줄을 숫자로 헤아릴 수 있음을 경험하게 했다.
방금 세어본 행동을 노트에 표시할 수 있음을 (이해를 건너뛰고) 경험하게 했다.
아이가 매일 다루는 칭찬 스티커도 추가했다.
내친김에 10을 곱하는 것은 앞서 했으니 같다 표기도 (이해를 떠나) 쓰고 익히게 했다.
한쪽이 10개인 것은 아이가 받아들일 수 있었다. 다만, 시작이 12 x 19 가 문제였다. 앞서도 120 + 120 - 2로 표현하는 것까지 했는데...
처음에는 방법이 없어 6살 아이에게 한번 세어 보겠냐고 했다. 똑같이 생긴 구멍 사이에서 반복해서 방향을 잃어버렸다. 명확한 규칙을 갖고 세는 일이 어려워 보였다. 그러다가 아이들이 계산기를 좋아한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빙고. 당장은 핸드폰 앱으로 계산기를 사용하면, 큰 수를 세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맛 보여주었다. 이후에 휴대용 계산기를 찾아 마음껏 해보라고 주었다.
아이가 흥미를 계속 유지하고 있어서 다른 예시를 찾아보기로 했다. 거실 창의 유리 구분이 눈에 띄었다.
이걸 표현해볼까라고 했더니 반가운 얼굴로 대답을 했다. 아직 3을 거꾸로 쓰는 이해의 단계에 있으면서도 흥미를 잃지 않고 잘 따라 했다.
시간이 조금 흐른 뒤에 차 뒷자리에 앉아서 '42는 8이고, 24는 8이지' 하며 물었다. 아직 구구단을 배우지 않았는데, 흥미를 갖고 있었다. 나중에 아빠가 이유를 알려줄게 하고 약속한 후에 저녁 시간이 되어 다시 짬이 생겼다. 이번에는 큰 아이도 끼어들어 함께 했다.
아이들이 갖고 노는 장기알을 수를 나타내는 도구로 삼았다. 나는 아이들의 친한 친구 이름을 들며, 장기알을 서로 다르게 묶을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2씩 짝을 짓으면 4개 팀이 되고, 4명씩 짝을 지으면 2개 팀이 되지?
끝나고 나서 놀이(?)의 흐름은 형제들의 알까기로 변하였다. 돌아보니 아쉬운 점은 큰 애가 주도하면서 둘째가 어디까지 따라왔는지 제대로 관찰을 못한 점이다.
하지만, 내 입장에서 가장 큰 소득은 바로 '더하기 다음에 곱하기' 등으로 머릿속에 새겨진 진도가 아이에게 유효하지 않다는 점을 경험으로 깨달은 것이다.
<'구체면선점' 대신에 배우는 사람 중심으로> 편에서 눈치챈 '아이 나름의 패턴'은 패턴에만 머물지 않았다. 그게 자신의 학습 경로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 그게 무엇인지 아직 언어와 개념 정의에 서툰 아이가 사전에 정의하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내가 20년 간 했던 일에서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해 사용자(혹은 그 후보)를 찾아가면 그들은 어떻게 만들지 분명한 아이디어가 없다. 그들을 관찰하던 경험이나 내 아이를 관찰하는 경험은 크게 다르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