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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영회 습작 Oct 22. 2022

식의 이해: 우연이 준 갑진 학습여행

아이와 함께 공부하는 수학 5

<주제는 그저 학습 여행에 이름을 붙일 뿐> 편에서 언급한 대로 아이가 뜻밖에도 아이가 '아빠, 나 구체면선점 다음 내용 하고 싶어' 라고 요청했습니다. 짐작컨대 아빠와 둘이 보내는 시간에 대한 애정이 아닌가 싶습니다. 제 짐작의 옳고 그름을 떠나 아이 요청에 대응하는 일을 하기로 했습니다.


식의 이해: 복잡한 이야기를 간단하고 명확하게!

 <섭리적인 수학놀이> 3제는 식을 다루고 있었는데, 내용은 굉장을 잘 쓰여 있었습니다. 아이 이전에 저부터도 배우는 점이 있었습니다. 특히, 마트에 가서 산 다양한 과일의 총합을 식으로 표현하는 부분은 일단 시각적으로 극명한 대비를 보이는 좋은 사례였습니다. 8살 아이조차 뜻도 모르는 'E=mc2' 공식을 보며 감탄을 했으니까요.

출처: 구글 이미지 검색

나아가 제가 오랫동안 추종하던 함수형(?) 사고 혹은 엄밀한 문제 정의 과정이 사실은 식에 함축적으로 들어가 있다는 사실을 학창 시절에는 몰랐구나 다시 깨달았습니다.


반면에 예상 밖의 일도 일어났습니다. 책으로 함께 볼 때는 어려워도 함께 하던 아들이 좋아하는 유튜브로 영상을 보자고 했더니 거듭 거절했습니다. 사실, 책 내용이 고스란히 유튜브에 있어서 복습도 할 겸 몇 차례 함께 보자고 제안을 했는데 의외의 결과를 얻었습니다.


아이가 유튜브 보기를 좋아한다는 것도 성급한 일반화란 사실을 또 배웠습니다. 다행스러운 사실은 <섭리적인 수학놀이> 그다음 편에 대해서 책으로 함께 할 생각은 있다고 아이가 확인해준 점입니다.


민첩하게 우연을 활용하기

유튜브를 통한 복습이 번번이 좌절되던 즈음에 다행스럽게 <민첩하게 우연을 활용하기> 편에서 언급한 임기응변 기술을 또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가 빨래 건조대에 있던 빨래집게를 바닥에 늘어놓고 있던 것입니다. 요즘 군사놀이에 빠져 있어서 그런 유사한 놀이를 하려는 듯 보였습니다.

제가 빨래집게 개수를 물었습니다. 아이가 어렵게 수를 헤아리길 기다린 후에 제가 식으로 표현해볼 수 있는데, 해볼 의향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아이가 호기심을 보이길래 백지(A4) 한 장을 들고 왔습니다.

식의 쓰임에 대해 눈치를 챈 것인지 아이가 스스로 식을 써보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가짓수가 많아 만만치 않아 보였습니다.

그래서 제가 비슷한 것끼리 묶으면 더 쉽지 않겠냐고 제안했고, 아이가 받아들였습니다.

아이가 이제 스스로 할 수 있다고 판단했는지 백지를 스스로 채우고 있었습니다.

이제 초등학교 1학년인지라 숫자가 쭉 늘어지는 더하기는 단번에 해낼 수 없는 일이었고, 이는 저에게 개선안을 제안할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그래서 숫자 '2'가 여러 개 있으니 계속 더하는 방법 대신에 동그라미로 표시하고 그 숫자를 이용하면 구구단을 써먹을 수 있다는 점을 알려주었습니다.

아직 구구단을 다 모르는 아이는 그런 방식이 있다는 사실에 흥미를 보였고, 그 정도면 충분한 학습 효과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해법이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는 사실 전달이면 역할이 충분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애초에 주제는 식이기도 하고요.


다른 식으로 표현해보기

앞서 함수형(?) 사고 혹은 엄밀한 문제 정의 과정으로 표현했던 노하우를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게다가 저는 아이에게 평소 선택을 내리고 그 결과에 책임지는 것을 가르치던 중이라 이와 잘 맞는 방법을 찾았습니다.


저는 아이 스스로 식을 만들기 위해 취한 방식을 '색깔 x 모양'이라고 써보자고 했습니다. 그리고, 숫자가 아닌 경우 곱하기를 쓰면, 두 가지를 동시에 고려한 것이란 사실을 설명해주었습니다.  

아이는 금세 알아들었습니다. 그래서 두 번째 방법으로 색깔만으로 묶어보자고 했습니다. 아이는 놀이처럼 신나 했고, 파란색과 초록색의 중간쯤 되는 집게 배열에 대해서만 아빠의 의견을 묻고 나머지는 스스로 정하고 스스로 식을 세웠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번에는 모양으로만 묶어보자고 했습니다. 아이는 앞서 와 마찬가지로 스스로 배열하고 식을 세워 풀었습니다. 숫자 세기에 오류가 있어 세 번의 식을 푸는 가운데에서 검산 경험도 익히는 소득도 있었죠. 그리고 아래 사진과 같은 배열이 저에게 또 정렬을 가르칠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구체면선점' 대신에 배우는 사람 중심으로> 편에서 언급한 대로 '구체면선점'으로 첫 학습을 시도할 때, 클레이 덩이리로 줄을 세우던 경험을 상기시켜 복습의 의도한 것입니다.

그렇게 하고 나선 손가락으로 가리켜 셀 필요도 없고 한눈에 보인다고 아이 스스로 이점을 깨달았습니다.


본보기만 되어주자

제가 육아를 하면서도 훈육이 아니라 본보기가 되어 줄 수 있도록 노력하자 결심한 일이 있습니다. 학습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복잡한 식을 간소화 하는 방법을 설명하다가 나도 모르게 괄호가 나왔는데, 아이는 괄호를 신기해하더니 금세 그걸 배워서 자기도 써먹고 있었습니다.[1]


마무리는 일상의 예제

<물건은 어느 방향으로 돌리는가?> 편을 쓸 때 깨달았지만, 우리 주변에서 수학의 예시가 널려 있습니다. 그래서 정렬의 예시를 찾느라 거실을 두리번거리는데 달력이 보였습니다.


달력은 몇 줄로 정렬한 것인지 묻고 나서, 요일도 정렬의 힘을 보여준다고 설명했습니다. 더불어 기독교 나라인 로마가 정한 법은 기독교 나라도 아닌 우리나라가 쓰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면서 문화적 사실에 대한 부가적인 공부도 함께 할 수 있었습니다.


주석

[1] 닫는 괄호의 위치가 틀렸지만, 괄호의 쓰임과 기능을 아는 것이 중요하지 그런 디테일이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믿어 그대로 두었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이고 선행 교육을 위한 것이 아니라 배우는 즐거움을 알려주려는 것이니까요.


지난 아이와 함께 공부하는 수학 연재

1. 구(球)와 체(體), 면(面) 의미를 찾아보기

2. 선(線)과 점(點)의 의미를 찾아보기

3. '구체면선점' 대신에 배우는 사람 중심으로

4. 주제는 그저 학습 여행에 이름을 붙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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