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공부하는 수학 4
지난 글에서 묘사한 아이와의 수학 공부 경험 이후에 <아기발걸음 학습법>을 터득했고, <섭리적인 수학놀이> 다음 장은 8살에게는 너무 빠른 듯하여 진도를 나가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랬더니 아이가 '아빠, 나 구체면선점 다음 내용 하고 싶어'라고 요청했습니다.
나는 아기발걸음 학습법에서 배운 바대로 행하기로 했습니다. '이건 너무 어렵다'는 판단도 결국 자신의 판만을 고수하는 고집으로 보고, 연기(緣起)에 맡기기로 했습니다. (연기에 대해서는 뒤에 설명하기로 하고) 아래 그림을 인용했더니 또 다른 그림이 떠올랐습니다.
제가 <만남은 기회이니 기회를 여는 대화를 준비하라>편에서 만남의 의미를 묘사한 그림입니다. 연기(緣起)는 시골 농부님의 글에서 자주 보던 표현이라 사용했지만, 만남이 만들어주는 기회라고 보는 관점이 제가 이해하는 연기에 더 가까운 듯합니다.
아무튼 아이가 요청을 했으니 새로운 발견을 기대하고 한 발 나아가기로 합니다.
아이를 만나기 전에 제가 결정할 일은 지난번처럼 미리 구글링으로 학습을 하느냐 마느냐입니다. 일단 하지 않기로 결정합니다. 아이가 궁금해하는 내용을 확인하면 그 이후에 찾아보기로 합니다.
글 제목을 붙이려고 하는데 다소 난감해져 질문이 생겼습니다. 책의 장 제목을 쓰지 않는다면 뭐라 제목을 붙여야 할까? 가장 먼저 도로의 이정표가 생각났습니다. 장의 제목이나 주제는 그저 제가 아이와 학습이라는 여행을 떠나는 이정표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거기서 우리가 무슨 경험을 할지는 저의 운전실력과 안내 역량 혹은 교감하려는 노력 여하에 달려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죠.
며칠 후에 ‘구체면선점’에서 배운 내용을 복습(?)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아내가 아이들에게 칭찬 스티커를 모으게 하고, 약속한 숫자를 채우면 선물을 주는 약속을 했습니다. 그 결과로 큰 애가 레고를 받은 후에 그걸 조립하는 중이었습니다. 아이는 한 살 위인 9살 이상으로 표기된 레고를 거의 다 조립했다는 사실을 아빠인 저에게 자랑하고 싶어 했습니다.
제가 칭찬을 해주었더니 아이가 아래 표시가 바로 '진도'라고 말했습니다. 이 장면에서 저는 우리가 함께 공부한 '점과 선의 관계'가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반가운 마음에 아이에게 말했습니다.
진도 표시하는 곳에도 점과 선이 쓰였네
아이는 수학적 관점으로 진도를 보면 점과 선이 보인다는 사실을 알아챘는지 반짝이는 눈빛으로 저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