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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영회 습작 Nov 04. 2023

육아하며 배우는 반복과 모방의 힘

두 아들과 함께 배우기

아이의 자기 주도 학습을 도우며 사전 보는 습관 키우기

호기심은 아이가 주도적으로 나서는 동기를 제공합니다. 그래서, 아이가 질문할 때가 어쩌면 자기 주도 학습을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때인지도 모릅니다. 둘째 아이가 이렇게 물었습니다.

아빠, 활공이 뭐예요?


형이 종이접기 유튜브를 볼 때 뒤에서 같이 보다가 아빠를 찾아와 묻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냥 답해 주는 대신에 보리 국어사전을 펼쳤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학습 의지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종이에 글자를 써 보라고 했습니다. 큰 아이는 가끔 아빠가 공부를 유도한다고 생각하면 대화를 멈추기 때문에 억지로 끌고 가지 않기 위해 아이가 관심이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으로 고안한 것입니다.


다행히 아이가 종이에 궁금한 글자를 썼습니다. 그래서 사전을 찾아보았는데 아쉽게도 '활공'은 없어서 제가 아는 범위에서 뜻을 말해 주었습니다.

대신에 <사전 보는 습관 아이에게 물려주기>를 위해서 '활'로 시작하는 단어 중에서 아이가 알 만한 것을 찾았습니다. 두 개 정도가 있었는데, 아이에게 아는지 물어보고 자신이 없어하면 설명을 읽어 보라고 했습니다. 표정을 관찰하는 데 지루함이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몸동작으로 기억 만들기를 돕기

그중에서 특히 '활짝'을 만났을 때 흥미를 돋울 기회가 왔습니다. '활짝'에 대한 설명을 더듬더듬 읽다가 예문을 보고 자신이 생겼는지 저에게 몸짓을 포함해서 설명을 했습니다. 손으로 꽃받침을 하는 모습이 기특해서 다시 해 보라고 해서 사진을 남겼습니다.

의도적으로 칭찬을 해 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는데, 아이가 사진 찍기까지 기다려 준 것을 보면 기억에도 경험이 선명하게 남을 수 있을 듯합니다. 흔적을 많이 남길수록 기억할 가능성이 높다는 통계적 믿음에 따른 판단입니다.


반복과 모방의 힘

작년 4월 썼던 <스스로 잡힌 풍뎅이 검색해보기> 경험은 아이에게 구글 렌즈의 존재를 각인시켰습니다.[1] 정원이 잘 꾸며진 식당에서 식사 후에 바로 그 정원을 거니는 과정에서 아이가 식물이나 꽃을 찍어 검색을 해 보라고 했습니다. 제 행동을 기억하고 따라 하는 모습에서 다시 한번 모방의 힘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스스로 잡힌 풍뎅이 검색해보기>를 찾고 나서 반복의 힘도 느꼈습니다.


아빠, 몇 퍼센트 했어요?

한편, 같은 날 지역 행사에 참석했을 때 벌어진 일입니다. 아이가 체험 부스를 돌다가 디폼블록을 만들고 싶다고 하여 구입하고 자리에 앉았습니다.

스스로 하게 두고 기다리는데 지루해서 나도 모르게 여기저기 쳐다보게 되었습니다. 앞에서 딴짓은 하지 않으려고 하다 보니 전체 그림에서 현재 만든 부분을 어림짐작하며 몇 퍼센트 정도 했다는 말을 반복했습니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아이가 조금 만든 후에 이렇게 반복해서 물었습니다.

아빠, 이제 몇 퍼센트 했어요?


글을 쓰며 다시 반추해 보니 이 역시 아빠를 모방하는 일이었습니다.


아이 수준에서 수학적 사고를 유도하기

너무 조금 붙인 후에 계속 물어서 헛웃음이 나기도 했는데, 이를 표현하는 대신에 설명서 상단으로 눈을 돌렸습니다. 애초에는 정확하게 퍼센트를 가늠하려던 것인데, 블록 구성에 대한 설명이 있는 것을 보자 <아이에게 직관적으로 식(式)을 느끼게 하기>가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장소가 마땅치 않아 식으로 표현하기에는 적절치 않았습니다. 대신에 아이가 좋아하는 계산기 누르기를 활용했습니다. 아직 모르는 나누기라는 말을 주마간산 형태로 겪게 하고 계산기를 누른 체험을 하게 한 후에 결과로 나온 수치를 보며 퍼센트를 알려 주었습니다.


아이와 지식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앞선 계산기 사용으로 애초에 착안했던 식을 익히게 할 수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블록의 수를 헤아릴 때 숫자가 너무 크니 네 개씩 묵어서 셀 수 있다는 점을 알려 주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항해하듯 아이와 밀당하기> 반복으로 제가 배운 균형감도 확인합니다. 이전에 그린 아래 그림을 보겠습니다.

밀당 상황 대신에 난이도를 기준으로 균형을 맞추는 일이라 다음과 같이 수정할 수 있습니다.


반복은 힘이 세다

글을 다 쓰고 난 후에 반복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사건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태극기도 그리고, 우크라이나 국기도 그리기>로 시작하고 해를 넘겨서도 <태극기가 소환한 기록, 기록이 돕는 경험>으로 반복한 힘은 아이들끼리 국기 그리기 경쟁을 하다가 등장한 예전 리비아 국기를 만났습니다.

저는 설마 이런 국기가 있나 싶었는데, 지금은 바뀌었으나 이전 리비아 국기가 저랬다고 합니다.


주석

[1] 주제와 무관한 내용이지만 구글 렌즈 팁일 수도 있고, AI의 한계를 알게 하는 장면일 수도 있어서 아이가 꽃을 꺾어서 차 안에서 저에게 검색을 요구했을 때 벌어진 결과를 남겨둡니다.


지난 두 아들과 함께 배우기 연재

1. 영어 문장 AI가 알아듣게 읽기 놀이

2. 다른 사람 마음은 짐작하지 말고 물어보기

3. 태극기가 소환한 기록, 기록이 돕는 경험

4. 사전 보는 습관 아이에게 물려주기

5. 아이에게 직관적으로 식(式)을 느끼게 하기

6. 어떻게 하면 아미그달라를 이겨낼까?

7. 두 아이가 처음으로 그린 우리나라 지도

8. 아이의 자기 주도 학습을 도우면서 나도 배우기

9. 축구에 대한 흥미를 학습에 활용하기

10. 모방은 최고의 스승이니 모방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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