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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영회 습작 Nov 04. 2023

두 번째, 세 번째 밀키트 요리 경험을 하고

두 번째로 밀키트 요리를 하는데, <밀키트 요리 첫 경험 일지>를 쓴 영향인지 메모를 남길 준비를 했습니다. 이번에는 첫 경험처럼 상세하게 남길 내용이 없을 것 같지만, 그래도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을 준비를 했습니다.


요리 초보에게는 단계 제시가 유용하다

대체로 어렵지 않게 요리를 할 수 있었지만, 지난번보다는 덜 깔끔한 느낌이었습니다. 주의할 점은 제가 상대적으로 순두부찌개를 안 좋아하는 점이 작용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명확하게 인식하는 찜찜함은 사전에 재료 준비 없이 바로 요리에 들어갔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아래 표기한 대로 1분과 1분으로 연속되는 짧은 시간에 타임워치를 보며 동시에 가위로 포장을 뜯고 붓느라 정신이 없었던 경험이 아마 찜찜함을 낳은 듯합니다. 초보자에게는 재료 준비 순서부터 설명하는 일이 필요할 수도 있을 듯합니다.

여기에 더해서 6분 끓이고 나서 1분 더 끓이라는데, 하나로 포장되어 있던 야채를 이미 다 털어 넣은 뒤라 '에이! 모르겠다' 수준으로 소소한 체념을 해야 했습니다. 라면 스프처럼 넣는 단위로 묶는 패키징이 요리 초짜에게 실수를 덜 하게 만들 듯합니다.


그냥 느낌일 뿐인지 분명한 차이인지 모호했는데, 이전 글을 찾아보니 근거 있는 찜찜함이었습니다.

물론 기본적으로는 제 부족한 요리 경험이나 신중하지 못한 행동에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밀키트를 이용하면서 요리사가 되고 싶지는 않기 때문에 이러한 설명이 초보자에게 어떻게 다가오는지 관찰 기록을 남기는 정도로 이 글에 의미를 부여하려고 합니다.


편리하지만 손맛은 필요하다

아내가 오래전에 산 동태탕 밀키트를 요리했습니다. 앞서 본 밀키트와 포장이 달라 얼핏 '이건 밀키트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인상을 준 이유는 요리를 마칠 즈음에 알게 되었습니다.


앞선 두 번의 요리와 달리 생선 손질은 냉동 생선 블록을 씻어내는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생선 껍질을 만지는 느낌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다만, 집안일이나 요리의 맥락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자주 하지도 않지만) 설거지를 할 때 항상 고무장갑을 끼고 했는데, 박총 작가님의 <욕쟁이 예수>를 읽은 후부터 그릇 표면을 닦아내는 느낌을 그대로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그 기록을 찾아보았는데, 제가 기억하는 내용은 없고 책에서 인용한 글만 있었습니다.

틱낫한 스님은 <깨어 있는 마음의 기적>에서 설거지를 즐기는 비결을 두고 "무슨 일을 하든지 당신의 온 마음과 몸을 다하는 것"이라고 했다.(이럴 수가. 우리는 바울이 한 말과 똑같은 말을 노승에게서 듣는다.)

한편, 최근에 < AI가 고객과 직원의 자기 인식에 미치는 영향>을 쓰며 배운 베티 크로커 케이크 믹스 사례가 떠올라 '손맛'이라는 단어를 썼습니다.

알고 보니 믹스가 베이킹을 너무 쉽게 만들어준다는 게 문제였다. 믹스를 사용하는 소비자들은 자신이 속임수를 쓰고 있다고 느꼈다. 여기서 얻은 통찰을 바탕으로 회사는 믹스 재료에서 달걀가루를 빼고 고객이 직접 달걀을 깨 추가하도록 했다. 이 작은 변화는 빵을 굽는 이들이 본인에 대해 더 좋게 느끼도록 만들었고, 결과적으로 매출도 늘어났다.


고객 타기팅인가? 공급자 마인드인가? 원가 문제인가?

요리가 끝날 즈음에 레시피에서는 기호에 맞춰 야채를 넣으라고 합니다.

엥, 야채는 없네?


동태탕 밀키트 드시는 분들은 항상 요리를 하는 주부들이 생선 손질하기 번거로워서 사는 것일까요? 앞선 다른 요리들은 야채 진공 포장을 해 준 탓인지 확연히 비교가 되었습니다. 처음 패키징을 보고 '밀키트 아닌가?'하고 정체성을 의심했던 이유를 확인했습니다. 다행히 야채 없이도 먹을만했습니다.


이번에는 경영자 입장에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생선만 취급하는 공급업자가 아니라면 원가 문제나 파, 고추 등을 공급선을 관리하는 일이 이익을 주지 못해서 고려하지 않은 걸까요? 아니면 고객이 저 같은 사람은 아닌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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