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덕질에서 배우기
<프로덕트 비전을 향해 협업하는 팀 구축>을 쓰면서 과르디올라가 축구를 넘어서 저의 직업 일상에 주는 영감에 대해 글을 쓴 바 있습니다.
긴 시간의 축덕질은 과르디올라뿐 아니라 다양한 감독과 팀이 만든 결과를 응용해 왔습니다. 이전에 썼던 글로 예를 들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최근 영상에서도 다음 장면을 볼 때 3년 전 직원의 연봉 협상 때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그에게 자신의 욕구에 대해 알아야 리더가 될 수 있다며, 연봉을 올려 주는 조건으로 이를 목표로 걸었던 적이 있습니다.
영상에서 소개한 감독의 경우는 훨씬 더 도전적인 비전을 제시한 후에 계약한 축구 선수의 최대치를 끌어올린 사례를 설명합니다. OKR의 핵심 기능이 떠오르기도 하고, 저 역시도 한번 써먹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응용력을 키우다 보면[1] 다른 지식으로도 확장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 봤던 달수네 라이브에서도 몇 가지 사례가 있어서 이를 소개합니다. 하나는 손흥민의 이달의 선수상 수상 소식 영상을 보며 느낀 내용입니다. 손흥민은 무려 프리미어 리그 이달의 선수상을 네 번이나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습니다.
한국인 축덕으로서 기쁘지 않을 수 없습니다.[2] 하지만, 이와 별개로 아자르가 은퇴한 시점에 프리미어 리그의 아이콘 투표에서 살라, 케빈 데 브라이너와 함께 손흥민이 선정되었다는 소식은 또 다른 놀라움이었습니다.
유럽인이 아니기 때문에 항상 비주류의 시선으로 축구를 보는 것이 대한민국 축덕의 숙명이라 생각합니다. 손흥민, 김민재, 이강인 등의 등장으로 이 상황도 급격하게 변하고 있지만, 여기서 다룰 내용은 그러한 변화는 아닙니다.
어느새 손흥민이 아자르에 버금가는 시대의 아이콘이 되었다는 놀라움입니다. 이는 축덕 입장을 벗어나서 Data Driven 즉 데이터를 주도로 분석을 할 때 '다른 세대의 관심사'를 보는 패턴으로 예시가 되는 듯도 합니다. 마침, <인과 관계를 증명하기 위한 논리적 추론> 역시도 달수네 영상에서 영감을 얻어 쓴 기록이네요.
두 번째는 달수바에서 박주호 해설위원이 나오는 영상의 21분 05초 경에 나오는 장면에서 얻은 영감입니다. 국가 대표 출신의 해설자이지만, 초보 해설자가 겪는 어려움을 말하고 있는데, 비선수 출신의 노련한 해설위원이기도 한 박문성 님은 전혀 다른 시각을 제시합니다. 그러면서 박주호 위원이 김민재 플레이의 놀라움을 설명할 때, TV 화면으로만 경기를 보는 일반인과 축구 경험이 풍부하여 이를 상상하며 경기를 보는 선수 출신 해설자의 차이를 말하는데 '프레임 한계'란 개념이 떠올랐습니다. 어디서 본 개념이 아니라 제 머릿속에서 구성한 개념이라 이미 쓰이고 있는 말인지 궁금해 구글링 해 보았습니다.
제가 프레임 한계라고 표현한 현상은 경험 차이(선수 출신과 축구 경험이 없거나 부족한 일반인)에 따라 특정 장면(Frame)에 갇히는 현상을 표현한 말입니다. 반면에 구글링 첫 결과로 나온 쓰임새는 시각 처리 능력에 따른 한계를 지칭하는 말이었습니다. 또 다른 결과로 정치 비평의 관점이 제시하는 프레임(frame)의 한계를 칭할 때 이 표현을 쓴 논문도 있었습니다.
한편, 소프트웨어 설계자 경험 때문에 맥락에 대한 글을 자주 씁니다. '다중 맥락'이란 개념이 떠오른 이유는 <언제 맥락을 나누고, 어떻게 연결할까?>와 같은 질문을 소프트웨어 설계에서 빈번하게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미 구현된 소프트웨어에서도 맥락을 여러 개로 구현한 사례들을 자주 보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연상한 개념입니다.[3] 다중 맥락을 키워드로 구글링을 해 보니 프레임 한계에 비해서는 활용도가 좁아 보입니다만, 이미 쓰고 있는 말이기는 하네요.
마지막 응용 사례는 토트넘 수비수가 결승골을 넣고 주인공이 되었을 때, 방송 인터뷰에서 그의 골을 예상한 손흥민을 선지자에 비유한 클럽의 미디어 대응에서 볼 수 있는 유머와 재치입니다.
개발자들에게 오라클은 대표적 RDBMS 이름이자 이를 만든 회사 이름으로 유명한데, 선지자를 뜻하는 고대 리스에서 기원한 영어 단어이기도 합니다.
In ancient Greece, an oracle was a priest or priestess who made statements about future events or about the truth.
오라클이 선지자를 뜻한다는 사실을 영화 매트릭스에서 알게 된 분도 있을 것입니다.
다 쓰고 보니 제가 이 시리즈를 왜 시작했는지 초심을 잊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어처구니없지만, <훌륭한 스토리텔러를 모델로 삼기>의 첫 단락 제목이 바로 '축덕질을 일상에 써먹기'입니다. 그래서, 이 글은 시리즈의 전형과도 같은 에피소드 모음으로 보아도 좋을 듯합니다.
[1] 별다른 특별한 노력을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질문을 던지며 영상을 감상하다가 생각을 통해 이미 알고 있던 분야에 대입하여 보는 일은 반복하는 것입니다.
[2] <축구에 대한 흥미를 학습에 활용하기>에 쓴 육아 일지에도 저의 축덕 영향이 드러납니다. 이외에도 손흥민의 책과 유니폼을 둘째 아이에게 사 주었으며, 작년에 손흥민 스토리가 담긴 손웅정 님의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도 감명 깊게 읽었습니다.
[3] 검색을 하지 않고 지금 기억에만 의존해도 ApplicationContext, ServletContext, EjbContext, SessionContext 등이 떠오릅니다.
9. 흡연이 난무하는 게르만의 축구장 그리고 퍼스널 브랜딩
10. 축구에서 채널링, 커피 채널링 그리고 나의 채널링
13. 손흥민과 서번트 리더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