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을 차리는 독서의 시작
이 글은 <사람에 대한 예의> 2부의 두 꼭지, <그동안 당신은 어디 있었나>와 <나의 디폴트 값은?>을 읽고 밑줄 친 구절을 중심으로 생각을 정리한 것입니다.
먼저 <그동안 당신은 어디 있었나>에서 밑줄 그었던 문장들을 살펴보겠습니다.
그가 "이 도시(보스턴)가 주는 소외감"을 말하는 것은 보스턴이란 지역사회의 결속력과 폐쇄성을 지적하기 위해서다. 기자부터 변호사, 판사까지 핵심 인물들이 대부분 보스턴 출신이다. 더구나 상당수는 고교 선후배다. 그들은 수십 년 동안 한 울타리 안에서 내기 골프를 즐기고, 파티에서 어울리고, 함께 일을 도모해 온 사이다.
저자는 이를 '텃세'와 비슷한 '내부자 사회'라는 말로 표현합니다. 생소한 표현이라 AI 챗봇 '퍼플렉시티'에 그 의미를 물어보았습니다. '이너 서클'과의 차이점도 함께 질문했습니다.
내부자들의 논리는 민정당에서 국민의힘으로 이어지는 정치 세력에게서 흔히 보아온 익숙한 궤변이기도 합니다.
아이들을 추행한 신부조차 "만졌지만 즐겁지는 않았다"고 말한다
지난 정부의 국민의힘 소속 대통령 또한 내란 혐의를 벗어나고자 '평화적 계엄'이라는, 역겹지만 창의적이라고 할 만한 표현을 내놓았습니다. 그와 비슷한 젊은 의원 한 명 역시 지난 대선 토론에서 차마 입에 담기 힘든 말을 내뱉은 뒤 황당한 궤변을 늘어놓았습니다.
돌아보면 민주정의당 시절 파출소 입구에는 '정의사회 구현'이라는 표어가 붙어 있기도 했습니다.
아직도 택시를 타면 전두환 전 대통령을 훌륭한 지도자였다고 칭송하는 기사님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마치 그들이 할 법한 말이 책에 있습니다.
당신도 다 알고 있던 일이잖아. 여태껏 침묵하고 있다가 갑자기 나타나서 왜 이러는 거야?
'악의 평범성'의 한 단면은 내란 계엄을 논의하던 당시 최상목 부총리의 태도에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미국 정치학자 한나 아렌트는《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악의 평범성(the banality of evil)'을 말한다. 독일 나치 전범 아돌프 아이히만이 유대인 학살이라는 반인륜 범죄를 저지른 건 아무 생각 없이 자신의 직무를 수행하는 '사고의 결여' 때문이라는 것이다.
계엄 지시문건을 ‘쪽지’라 뭉갠 발언이 대표적인데, 내란 특검을 통해 사실 관계가 명백히 밝혀지길 기대합니다.
다음 구절에서는 조국 전 장관과 이재명 대표를 향한 '악마화'가 떠올랐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작은 악(惡)들이 거악(巨惡)을 떠받치고 있는 건 아닌가. 거악은 한두 사람의 악인이 아니라 선량한 시민들의 작은 악들이 모인 결과가 아닌가.
조선일보의 총력전과 대중의 '사고의 결여'가 결합된 '이재명 악마화' 현상은 조희대 대법관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이재명 대통령 시대가 열리면서, 대한민국 대중은 적어도 그 '악의 평범성'을 이겨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음은 <나의 디폴트 값은?>에서 인용한 내용입니다.
나는 소련의 경직된 사회 시스템에서 그 원인을 찾고 싶소. 다시 그때 일을 짚어보면... 폭발 사고가 어떻게 일어났는지 보시오. 안전 검사를 하다가 일어난 거 아니오? 그 안전 검사만 마치면 발전 소장은 모스크바로 영전해 가고, 줄줄이 승진을 하게 돼 있었소. 그러니, 간부들은 어떻게 든 검사를 마치려고 혈안이 된 거지.
Q: 그러니까 선생 말씀은 자리 욕심 때문에 그렇게 됐다?
A 핵심은 그게 아니오. 가장 큰 문제는 위계적인, 아니 폭력적인 조직 문화였소. 사고 당시 원자로 4호기 통제실을 보시오. 안전 검사 책임자인 다틀로프가 검사를 강행하려고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소.
체르노빌에 관한 이 인터뷰는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게 합니다. 당시 박근혜 정부 청와대의 권위적인 태도는 오히려 소련보다 심각한 수준이 아니었을까 짐작합니다.
소련 당국은 그런 결함이 존재한다는 걸 알면서도 '국가기밀'로 분류하고 숨겼소. 국가 전체가 위계로 꽉 짜여서 경직돼 있었던 거요. 그 소련의 시스템을 축소해 놓은 게 체르노빌 통제실이었을 뿐이고
이어지는 다음 구절 역시 세월호 참사 당시의 한 인물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나마 위험성을 감지한 고참 연구원이 원자로를 끄려고 했지만 다틀로프가 고함을 치며 막았소. "내가 안전하다면 안전한 거야! 출력 올려." <중략> 다틀로프는 연구원을 협박했소. "너 같은 놈, 다신 어디에서도 일 못 하게 내가 손을 쓰겠다"고. 연구원들은 서로에게 속삭였소. "우린 실수한 거 없어. 우린 잘못한 거 없어."
이는 참사 상황에서도 진실을 숨기는 데 혈안이 되어 세월호 보도에 개입했던 이정현 전 의원의 모습을 연상시킵니다.
다음 구절도 마찬가지입니다. '세월호 7시간' 동안 박근혜 전 대통령의 행적이 끝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던 사실이 떠오릅니다.
국가를 의심한다는 것 자체가 불경죄이기도 하지만, 국가를 의심하는 것 자체를 하고 싶지 않았던 거요. 순도 100퍼센트의 믿음이란 것은 이성을 포기하고, 합리성을 외면하는 데서 나오잖소. 어떻게 되겠지 하는... 한마디로 생각하기조차 싫은 거요.
인간의 기본값이 '보수'라는 정의가 흥미롭습니다.
인간은 진실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계속해서 거짓말을 하지. 인간의 본성이 그렇게 생겨먹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요. 충격이 왔다가 사라지면 다시 낙관론에 빠지고, 어떻게든 잘될 거라고 하고… 아무튼 변하기 싫어하오. 디폴트 값이 보수인 거지.
이어서 다음 구절을 대한민국의 현실에 투영해 보았습니다.
우리가 거짓을 말할 때마다 진실에 대한 빚이 쌓인다. 머지않아 그 빚을 청산해야 한다. 원자로 노심이 폭발한 게 바로 그 대가였다. 거짓의 대가. 빚을 청산해야 할 때는 반드시 오게 돼 있소. 역사를 보시오. 늘 거짓이 이기는 듯 보이지만 언젠가는 폭발하오. 때로는 대형 사건으로, 때로는 충격적인 참사로, 때로는 혁명으로 터지지
그러자 검찰 개혁에 대한 반동으로, 검찰과 언론의 유착이 극에 달하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이른바 '대호(大虎) 프로젝트'가 떠올랐습니다. 거짓의 대가였을까요, 그들이 '악마'로 내몰았던 이재명 대표를 국민은 끝내 대통령으로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여당이 된 민주당은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바탕으로 검찰 개혁을 완수할 듯합니다.
한편, 마지막으로 밑줄 그은 문장에서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김건희 여사 녹취록' 사건이 떠올랐습니다.
진실 탐색에 온 정신이 팔리는 바람에 진실이 드러나길 원하는 자들은 거의 없다는 걸 미처 생각 못 하는 사람....
1. 비극은 '나는 남들과 다르다'라고 믿는 데서 출발한다
3. 악(惡)의 낙수 효과는 현실이고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136회 이후 링크만 표시합니다.)
136. 비극은 '나는 남들과 다르다'라고 믿는 데서 출발한다
137. 운명, 연기(緣起), 확률 분포 그리고 테라포밍
138. 인간이라는 한계, 인간이라는 구원
139. 아차, 바로 이런 상태가 감정의 덫에 걸려든 상태지
141. 악(惡)의 낙수 효과는 현실이고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143. 자신만의 기억을 위해 싸울 때 당신은 인간답다
144. 시각이 세상을 충실하게 표현한다는 널리 퍼진 착각
145. 나는 나로 살아야 숨통이 트인다
146. 사랑은 우릴 어디론가 데려다줄 것이다
147. 우리는 실제 세상이 아니라 뇌가 보여주는 것을 인식한다
148. 내가 가지고 다니는 것들이 곧 나를 이야기한다
150. 준비가 아니라 나를 알고, 나를 믿고, 해 나가는 것
151. 뇌가 추측을 최대한 동원해서 정보를 더 크게 키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