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을 차리는 독서의 시작
<원대한 포부를 가진 사람들과 역사적인 연금술>에 이어서 에 이어서 <찬란한 멸종>의 <북극의 빙산이 녹아 섬이 잠긴다는 거짓말>을 읽고 밑줄 친 내용을 바탕으로 제 생각을 정리한 글입니다.
부빙(浮氷)[1]이란 단어는 처음 봅니다.
지구가 더워지면서 우리가 피할 수 있는 부빙이 점차 줄어들었고 그 결과 우리도 줄었다. 1980년과 2024년 사이에 우리가 절반으로 줄자 우리가 누는 똥도 당연히 절반으로 줄었다. 우리 똥이 줄었다는 게 무슨 뜻인지 아는가? 바다로 들어가는 철분이 줄었다는 뜻이다. 우리 똥 1그램에는 3밀리그램의 철분이 들어 있다.
부빙이 반으로 줄었다니?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감이 없지만, 제가 살아 있는 동안에 벌어진 일이란 점이 어쩐지 굉장히 빠른 속도라는 생각이 들게 만듭니다.
플랑크톤은 수많은 물고기들의 먹이라고 알고 있는데, 부빙에서 펭귄이 싼 똥 속의 철분이 그들의 먹이라는 사실은 처음 알게 됩니다.
남극의 식물성 플랑크톤은 펭귄 똥이 공급하는 철분을 먹고 성장한다. <중략> 펭귄 똥의 철분은 기후변화에도 영향을 준다. 왜냐하면 펭귄 똥의 철분으로 성장하는 식물성 플랑크톤은 광합성을 하기 때문이다. 광합성을 하면 산소가 발생하고 이산화탄소가 감소한다. 이게 엄청난 양이다. 원래 지구에서 만들어지는 산소의 절반 이상이 바다에서 만들어지고 있었다. 그 대부분을 식물성 플랑크톤이 담당하고 있다. 식물성 플랑크톤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광합성을 하든, 이산화탄소를 흡수한 채 잡아먹히거나 바다 밑으로 가라앉든 모두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 전 세계 바다는 이런 과정을 통해 매년 인간이 배출한 이산화탄소의 30퍼센트를 흡수한다. 우리 펭귄이 줄어들면 플랑크톤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이산화탄소 흡수도 감소한다.
학창 시절에 배웠던 먹이사슬이 김영식 님을 통해 익힌 연기(緣起) 그리고 최봉영 선생님께 배운 '쪽인 나' 사상과 연결됩니다. 가깝게는 인간관계 속에서, 넓게는 지구에 있는 모든 생물과 사물이 모두 영향을 미치며 공존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습니다.
우리가 사라지면, 펭귄과 바다표범과 범고래가 사라지면 그다음은 당신들 차례다.
글과는 상관없이 iceberg란 단어 때문에 2012년 즈음 iceberg를 코드명으로 한 프로젝트가 떠오릅니다.
‘빙산의 일각'이라는 표현이 있다. 전 세계가 사용하는 표현이다. 영어로는 "It's just the tip of the iceberg"라고 한다. 실제로 빙산은 전체의 10~20퍼센트만 해수면 위에 있다.
저에게는 꽤 의미 있는 이름이어서 iceberg 이미지를 인용한 글이 이미 여러 개 있었습니다.
찾아가 보니 <사람의 감정은 항상 옳다>에서는 빙산의 일각을 마음에서 솟아난 감정을 뜻하는 은유로 썼습니다. <나와 남은 모두 난 것으로서 서로 기대어 살아간다>에서는 빙산의 일각을 '난 것'에 대응시켰습니다. 그러나 이미 있는 이미지를 인용하기 위해 '난 것' 대신에 '행동'을 대응시킨 격이 되었습니다.
다시 책으로 돌아갑니다.
빙산이 녹는 상황이라면 육지 위에 있는 얼음도 녹는다. 지구에 있는 대부분의 얼음은 육지에 있다. 남극대륙, 그린란드, 아이슬란드의 거대한 빙하 그리고 러시아와 캐나다 북부의 툰드라, 안데스, 알프스, 로키, 히말라야산맥의 만년설도 녹는다. 육지 얼음이 녹으면 그대로 해수면 상승으로 이어진다.
빙산이 녹는 것은 온실 가스를 땅속에서 꺼내는 꼴이 된다는 글입니다.
오랜 기간 얼어 있는 툰드라 지역은 어떨까? 어마어마한 양의 메탄과 이산화탄소가 토양에 갇혀 있다. 지구가 더워지면서 이 메탄이 쏟아져 나온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수십 배나 강력한 온실 가스다. 지구 온난화는 더욱 가속된다.
<사피엔스>에 이어 <오리진>에서도 인류의 농사짓기를 농업혁명으로 묘사했습니다.
농사를 짓기 시작한 후 인간 세상은 공평한 적이 없었다.
이를 다뤘던 글을 쓴 일이 있습니다. <돌아올 수 없는 다리, 농업 혁명과 생식 혁명>이죠.
[1] <낱말의 뜻을 깊고 넓게 묻고 따지는 일의 소중함> 실천으로 한자사전을 찾습니다. 생소한 씨말은 바로 '뜰 부(浮)'였습니다.
(136회 이후 링크만 표시합니다.)
136. 비극은 '나는 남들과 다르다'라고 믿는 데서 출발한다
137. 운명, 연기(緣起), 확률 분포 그리고 테라포밍
138. 인간이라는 한계, 인간이라는 구원
139. 아차, 바로 이런 상태가 감정의 덫에 걸려든 상태지
141. 악(惡)의 낙수 효과는 현실이고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143. 자신만의 기억을 위해 싸울 때 당신은 인간답다
144. 시각이 세상을 충실하게 표현한다는 널리 퍼진 착각
145. 나는 나로 살아야 숨통이 트인다
146. 사랑은 우릴 어디론가 데려다줄 것이다
147. 우리는 실제 세상이 아니라 뇌가 보여주는 것을 인식한다
148. 내가 가지고 다니는 것들이 곧 나를 이야기한다
150. 준비가 아니라 나를 알고, 나를 믿고, 해 나가는 것
151. 뇌가 추측을 최대한 동원해서 정보를 더 크게 키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