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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영회 습작 Nov 09. 2021

자본주의의 한계

Money 2.0 독후감 VI

투자처를 찾아 헤매는 금융자본

소비경제(실물경제)와 자산경제(금융경제)가 유리된 현 상황을 설명한다. 이 글을 쓰기 직전에 만난 분도 그런 상황에서 투자를 받아 시장에서 선택받기 힘든 제품을 만드는 스타트업 직원이기에, 이런 상황을 이해하는 일은 쉽다. 흔한 일이니까.

전체 화폐 유통량의 10퍼센트도 안 된다.

중국 시장에 투자하는 사람들에게 경고하는 전문가들이 있다. 중국 공산당은 과거 대한민국의 박정희 정부가 그랬듯이 국가의 실력을 키우고 싶어한다. 서구 중심의 자본이 원하는 생산력 말고, 실물경제의 실력 말이다. 그쪽으로 자금이 흘러가도록 하기 때문에 중국 집권세력의 방향성은 금융경제가 추구하는 투자 가치와는 거리가 있다.

전체 경제는 이 10퍼센트 정도의 소비 경제에 90퍼센트의 자산 경제가 올라탄 형태로 구축되어 있다.

그래서, 경제에 대해 딱히 관심이 없는 나도 '거품'에 대한 이야기는 수도 없이 들었다. 대체로 가방끈이 길고 나보다 나이 많은 이들은 내가 묻지도 않았는데, '거품'에 대해 말해주었다. 이는 그들에게 경제는 매우 중요하고, 정직하게 살려고 한 그들에게는 놀라운 일이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암튼, 아무 관심도 없는 나에게 경제 이야기를 해준 점은 (그들이 의도하지 않았지만) 고마운 일이다.


미니멀리스트가 늘어나고, 유니클로처럼 싸고 좋은 제품을 구할 수 있으며, 돈이 많이 드는 차나 집은 구입하지 않도록 불편 없이 살아갈 수 있다.

내 얘기다. 나는 어머니 덕분에 미니멀리스트로 성장했다. 그리고, 불매운동전까지 스트레스 없이 소비할 수 있는 곳이 유니클로였다. 내 명의의 차는 세 대가 있었는데 모두 장기 렌트다. 집도 사고 싶지 않았지만, 서울에 전세가 없어서 500만원 더 주고 샀을 뿐이다. 나는 최근 부동산 대란을 보며 흥분하는 사람들을 볼 때, (나에게는 평생) 아무 중요하지도 않은 문제에 대해서 자기 가치관을 나에게 말하는 모습으로밖에 안 본다.


반대로 늘리기 어려운 신뢰나 시간, 개성 같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의 가치가 올라가고 있다.

작년부터 적응하기 시작한 사업(하며 사는 일상)속에서 내가 추구하고 싶은 덕목들이다.


MONEY 2.0 '가치'를 상품으로 만들라

돈버는 야망이 없는 나에게 사업은 공포였다. 하지만, MONEY 2.0을 읽고 나서 그런 공포는 완전히 잊을 생각이다. 작년부터 슬슬 공포를 극복해왔지만, 이젠 잊는다. 나는 창업하고 4년간 Valuation이란 말에서 탈출구(?)를 찾았는데, 찾지 못했다. 근데, MONEY 2.0 절 제목인 가치를 상품으로 만들라는 말에서 안식을 찾는다.

이렇게 되면 사람들은 '돈'이 아니라, 돈의 근원인 '가치'에 주목하게 된다. <중략> '가치'가 상품이라면 '돈'은 상품의 판매 채널 같은 것이다. <중략> 화폐로 환산하기 어려운 '다른 사람의 주목'이라는 가치를, 필요할 때에 인맥, 돈, 정보 같은 가치로 전환할 수 있다.

나는 이미 이 상태에 도달했다.


데이터의 가치가 상승한다

나는 이 말도 이미 이해했다. 책을 읽기 전부터... 책은 그저 나에게 권위자가 주는 확신의 도장을 제공할 뿐이다.

웹 서비스를 하고 있는 회사의 최대 자산은 자사 서비스의 이용자이다. 여기서 얻은 구매 행동 데이터도 중요한 가치가 있다. 하지만 이런 것은 현재의 재무제표에는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 <중략> 기업의 성장은 우수한 인재가 보람을 갖고 일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중략> 종업원 만족도 같은 데이터도 '자산'으로 인식되어 기업 가치에 추가될 지도 모른다.

이 부분을 읽을 때, 내가 왜 작년에 <그 회사는 직원을 설레게 한다>를 읽었는지 이해할 수 있다.


인터넷 기업에서는 이 데이터가 황금 같은 것이어서, 회원, 구매, 광고 데이터 등을 잃어 버린다면 폐업을 할 수밖에 없다. 의자나 컴퓨터 같은 비품을 잃어도 인터넷 기업은 전혀 타격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데이터를 잃어버리면 끝장이다. 데이터야말로 가치이고 돈을 벌어들이는 '자신'인 것이다. 현재의 금융이나 회계에서는 이를 감안하지 않기 때문에 곤란한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

마윈이 뭐라 말해도 그저 고개만 끄덕이던 나를 최근에 벗어난 터라 이제 그 의미를 조금이나마 체감할 수 있다.


그리고, SNS 기업(혹은 유사한 테크자이언트)을 판단할 때 매출 기준으로 보면 도무지 현재 가치를 인정하기 힘든 이유를 저자가 설명한다.

전 세계 4억 명의 소통을 뒷받침하는 인프라 가치를 생각하면 타당하다고 할 수 있다. <중략> 자본주의에서는 돈이 기업을 통제하지만, 구글은 자신들이 돈을 통제한다고 말할 수 있다. <중략> 데이터를 '가치'로 인식하게 되었고, 돈으로는 계상할 수 없는 '가치'를 중심으로 회사가 성장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기존 금융의 틀이 한계에 이르렀음을 말해준다.


가치주의에 눈을 떠라

나는 저자를 따라 가치주의(valueism)가 될 것이다.

거듭 말하지만 오늘날 자본주의에서 돈은 현실 세계의 가치를 올바로 인식, 평가할 수 없게 되었다. 앞으로 세계는 가시화된 '자본'이 아니라 돈과 같은 자본으로 변환되기 전의 '가치'를 중심으로 발전할 것이다. 나는 이 흐름을 '자본주의'가 아니라 '가치주의(valueism)'라고 부른다.

이즘은 싫지만, 삶에서 이익을 얻기 위해 필요한 만큼 따르겠다는 말이다.


스펙이나 재태크처럼 범인들이 떠들던 준비보다 가치관이 중요했던 나인지라 아래 문장은 너무나도 편안한 글이다.

가치란 굉장히 모호한 말이지만, 인간의 욕망을 충족하는 실용성(사용 가치, 이용 가치)이나, 윤리적이고 정신적인 관점에서 진, 선, 미, 애 등 인간 사회의 존속에 도움이 되는 개념을 가리킨다. 또한 희소성이나 독자성을 가치로 생각하기도 한다.


여전히 자본주의에서는 금융문맹이었던 터라 아래 문장은 100% 공감하긴 어렵다.

'가치'를 높여두면 언제든 돈으로 바꿀 수 있고, 돈 이외의 물건과 교환할 수도 있게 된다. 돈은 가치를 자본주의 경제에서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변환한 것에 지나지 않고, 가치를 매개하는 한 가지 선택지에 불과하다. 인기 있는 유투버일수록 돈을 잃는 것은 두렵지 않지만 팬을 잃는 것은 두렵다고 말한다. <중략> '자본'의 극대화에서 자본의 근원인 '가치'의 극대화로 초점을 옮아가면 세상은 어떻게 변해갈까?

다만, 조심스럽게 최봉영선생님과 나눈 메타버스에 대한 대화를 떠올리며 내가 읽은 책 내용이 그저 잠시 독서의 순간으로 그치지 않을 듯하단 생각도 해본다. 나는 가치주의 실현에 관하여 무언가 할 가능성이 높다.


읽으면서 먼저 ESG의 부상을 떠올렸다. 가치주의든 ESG든 자본주의는 지속 가능한 모양으로 진화하지 않으면 역사에서 사라질 수 있다.

가치주의 관점에서는 제공하는 가치와 경제적 성공이 밀접하게 연결되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에게 가치를 제공하려 할 경우 사업은 결국 '공익성'을 띠게 된다. <중략> 경제 활동에는 '수익성'이 요구되고 정치 활동에는 '지속 가능성'이 요구된다. 이렇게 되면 경제와 정치의 경계가 점점 모호해질 것이다. 가치주의란 양자의 경계에 존재하는 개념이다.

글을 쓰며 이 문장을 다시 보니 민주당의 대선후보인 이재명은 그러한 미래 세력의 초기 표본인 듯하다는 생각도 든다.


가치의 세 종류: 유용성/내면/사회

종류가 다른 가치가 있지만, 중요한 사실은 아래 문장에 있다.

이 모든 것이 우리 뇌의 보상회로를 자극하는 현상이고, 뇌는 이를 모두 '보상'의 관점에서 파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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