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 2.0 독후감 VII
자본주의의 문제점은 유용성만을 가치로 인식하고 다른 두 가치를 무시해온 데 있다. 유용성이 담긴 가치만을 추구하고 내면의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무시하면 무너지게 된다.
저자가 사명감을 띄고 풀어온 문제라고 느꼈던 머릿말의 내용이 떠오르게 하는 내용이다. 그 내용을 다시 찾아보면 지난 글에서 인용했단 아래 문장이다.
태어난 순간 각자의 출발점이 다르게 설계된 체제가 최선일 리는 없다.
아래 내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유용성이 담긴 가치에 비해 인간 내면의 가치나 사회적 가치는 실체가 없고 모호하기 때문에 테크놀로지를 활용해야만 한다. 뒤집어 생각하면 가치주의란 자본주의와 전혀 다른 패러다임이 아니라 지금까지 자본주의가 인식하지 못한 영역을 테크놀로지의 힘을 이용해 활용하는, 자본주의가 한 단계 진보한 형식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요즘 메타버스 이야기를 흔하게 들을 수 있다. 그리고, 메타버스 구현 기술중 하나인 혼합현실이라고 하는 XR(Mixed Reality) 개발을 하는 지인도 있다. 그런 일련의 현상들이 나에게 말해주는 듯하다. 가치를 구현하는 기술은 매우 근접해있다는 사실 말이다. 반면에 아직 인간의 다른 욕망을 채워주는 부분은 상대적으로 새로운 시작일 있고, AI로 인해 노동에서 해방된 인류가 어디로 나아갈 지는 섣불리 짐작하기 어렵다.
의식주 해소 욕구 해소를 다룬 산업은 아프리카 대륙이나 인도 등을 제외하고는 이미 저성장 시대로 진입했다. 꺼꾸로 말하면 발전의 종착지에 도달했다는 말이다. 이미 대부분의 산업은 인간의 다른 욕망을 채우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유용성과 다른 가치를 무시하면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한다는 말이다.
내면의 가치도 수치화한 데이터로 인식할 수 있다면, 서로 비교하고 토큰으로 만듦으로써 이런 가치를 축으로 한 독자적인 경제체제를 만들 수 있다. 실제 사례가 바로 '평가경제'나 '신용경제'이다.
저자는 먼저 평가 경제의 가능성을 말한다.
평가라는 가치는 마치 돈처럼 필요한 것들과 교환할 수 있다. <중략> 이것을 토큰과 연결해 유통하면 많은 사람이 내면의 가치를 중심으로 운용되는 경제의 실제 모습을 체감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뒤이어 함정을 설명한다.
주목이나 관심 등의 특정한 내면 가치 때문에 공감이나 호의 같은 다른 내면의 가치, 또는 치안이나 윤리 등의 사회적 가치가 희생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주목경제', '관심경제'에서 궁극적인 관심사는 오로지 주목과 관심이다.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행위를 저지르고 해당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려 악플이 쇄도하게 함으로써 재생 횟수를 늘리는 일도 흔하다.
돈을 늘려주진 않지만, 사회 전체에 유익한 자본은 '사회적 자본'이라 불린다. 미국의 정치학자 로버트 퍼트넘은 사회적 자본이란 "사람들이 활발히 협력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신뢰', '규범', '네트워크'로 이루어진 사회체제의 특징"이라고 정의했다.
브렉시트, 트럼프의 등장 등을 보면서 인류는 어쩌면 국가가 아닌 또 다른 사회적 자본을 요구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종교인들은 불편하게 들릴 수 있지만, 젊은이들에게 종교는 너무 낡은 공동체다. 나는 그게 무엇이든 대안이 등장하리란 상상을 한다.
책 내용을 보면 그럴 수 있는 환경은 무르익어 가고 있다.
공감을 확산하는 데 용이한 소셜미디어가 있어 사람들의 반응을 데이터로 가시화하여 블록체인을 통해 토큰으로 유통할 수 있다.
최근 많은 지인들의 입에 오르는 N사 사태가 떠오는 문장이다.
오로지 눈앞의 이윤만을 추구하면 소비자가 외면하거나 과잉 경쟁에 내몰려 장기적으로 수익을 내기 힘들어지는 것 같다. 수십 년 후에는 '영리'와 '비영리'라는 구별이 없어지고 모든 활동이 '가치'라는 관점에서 파악될 것이다.
그리고, 내가 아름다운가게의 디지털 전환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매우 의미심장하게 들리기도 하는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