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영회 습작 Nov 01. 2021

바뀌어가는 돈의 의미?

Money 2.0 독후감

스스로 세운 독서 규칙  어기는 불편함을 감수하고, 손에 취한 MONEY 2.0 책은 충분한 보상을 해주었다.  책은 내가 오랫동안 담아둔 궁금증을 먼저 풀어낸 글이란 인상을 받았다.


매력적인 머릿말을 읽으며

순식간에 읽은 머릿말에  다섯 곳에 형광펜으로 밑줄을 쳤다. 가장 먼저 줄 친 곳은 가치주의라는 생소하지만 끌리는 표현이다.

자본주의 결점을 보완하는 가치주의라는 틀을 제안한다.

나는 화폐 가치가 아닌, 가치에 대한  나은 측정법 혹은 정의방법이 궁금하다. Valuation이라 부르는 가치 평가방법에 그런 것이 있나 찾아보니, 공개 시장의 수치를 이용한 평가일 뿐이었다. 저자가 바로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궁금증에 대해 나름의 해석을 주겠다고 말하는 듯해 기대가 되었다. 게다가 학자가 아닌 기업가가 자신이 일군 성공의 배경을 이론으로 제시한다는 점도 대단하다.


아래 문장을 볼 때는 저자의 미션을 보는 듯해 잠시 연해진다. 그리고, 배우고 싶다.

태어난 순간 각자의 출발점이 다르게 설계된 체제가 최선일 리는 없다.


그 다음은 내가 일터에서 시도하고 있는 방법이다. 책에서 이를 정교하게 벼릴  있는 방법을 알려줄 지도 모른다.

어떤 가설을 세우고 사업을 통해 검증하면 새로운 가설을 세울 수 있고, 검증을 되풀이함으로써 대학에서는 배울 수 없는 살아 있는 지식을 얻을 수 있었다.


네 번짜는 여러 사람이 내게 말한 경제적 자유 대한 이야기다. 나도 자주 생각한다. 우선, 경제적 자유가 무엇인지? 내가 필요한 돈이 얼마인지? 그리고 달성의 기준이 무엇인지 정의하고 싶다.

무엇보다 돈이라는 필터를 떼어내고 인생을 새롭게 봄으로써 '나는 왜 태어났고, 사실은 무엇을 하고 싶은가' 같은 본질적인 주제에 천착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하나의 시점을 기준으로 경제적 자유 이전과 이후로 나누는 삶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나는 그런 식의 경제적 자유를 획득한 친구를 아는데, 자유 이후의 삶이 특별히 나아진  보이지 않았다.


새로운 부의 공식

1부 시작부분에서 저자는 세상이 움직이는 시스템을 이해하기 위한 세 가지 벡터를 제시한다.

돈(경제)

감정(인간)

테크놀로지


돈(경제)

이상하게도 학교에서 돈이 무엇인지 가르치지 않는다. 대학이나 대학원에서 경제, 경영을 가르치지는 해도 '돈'의 본질을 다루는 경우는 거의 없다.

공감하는 내용이다. 그런 돈의 본질을 책에서 다룬다고 하니 반갑다.


감정(인간)

아무리 돈의 성격을 잘 파악하고 성공한다 해도 타인의 감정을 무시해서는 오래가지 못한다.

요즘 중요하게 여기고 또 익히는 중이다. 내 표현으로는 무위를 몸으로 알게 해준 개취인정과 여기서 출발한 관계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맞닿은 벡터다. 여기서 내 경험을 소개하는 이유는 이론을 이해하는 필수요소는 자기 경험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테크놀로지

나의 전공 분야다.

많은 사람들이 이를 별로 중시하지 않는다. 99.9퍼센트에 해당하는 사람은 테크놀로지를 생각하지 않아도 문제없이 생활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중략> 예컨대 오늘날 인공지능은 인터넷 기기와 방대한 데이터에 기반을 두고 발전하고 있다. 사실 컴퓨터는 반도체나 전기 분야 기술혁신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공감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술 문제를 생각하지 않아도 문제 없다. 다만, 직업 특성상 CIO 혹은 CEO 자리에서 기술에 대한 몰이해로 조직을 위험한 글로 인도하는 사람들을 보아왔다. 이를 막으려고 노력 중이지만,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저자의 벡터를 빌려서 말하면 그가 해당 지위 올라온 이력이 그에게 믿음을 주었을텐데,  안에는 테크놀로지가 빠진 경제와 인간에 대한 이해 들어있다. 자칫 그걸 드러내 설득을 하려고 했다가는 감정적으로 적이   있다.


암튼 중요한 일이라 노력 중인데, 브런치에 연재를 시작한 디지털 전환 선행 연구도 그러한 활동 중 하나다.


연립 방정식

경제학자 다케나카 헤이조는 "세상은 연릭방정식 같은 것"이라고 했는데, 꼭 들어맞는 표현이다. 숫자 하나만 바꾸어도 전체가 영향을 받고 여러 식이 연동하여 하나의 답이 도출되기 때문이다.


돈이라는 첫 번째 공식

저자는 돈과 경제의 급격한 변화를 설명하는 수단으로 핀테크를 1.0과 2.0으로 나눴다.

2.0은 사회 기반을 완전히 재구축할 잠재력이 있다. 다만 기존 상식과는 너무나 다르게 운용되기 때문에 경제계의 주류에 있는 사람들은 회의와 불안을 품고 바라보기 십상이다. 이런 현상은 거꾸로 2.0이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을 입증하는 증거라 할 수 있다.

1.0은 기존 금융 개념에 테크놀로지를 더한 것이다. 카뱅이나 토스를 쉽게 떠올를 수 있다. 반면, 2.0은 기존 금융의 틀 자체를 무시하고 재구축한 비트코인 등의 시도를 일컫는다. 전에 페이스북에 토스뱅크 관련 기사를 올렸더니 댓글 토론이 일어나 의아했다. 은행쪽은 잘 몰라 UX 중요성 어필하느라 올린 글인데...

은행을 잘 아는 분들 댓글이 이어졌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데, 다시 돌아와 책의 저자 관점으로 비교해보면 토스 현상(?)을 1.0의 시각으로 보는 분들이 그분들이 아닌가 싶다. 나는 핀테크 문외한이지만, 도리어 그렇기에 핀테크2.0 시각에 가깝게 현상을 본다.


돈이란 본질적으로 무엇인가?

매력적인 주제에 대한 너무나 마음에 드는 정의다.

돈이 생긴 이유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적절히 교환하기 위해서이고, 돈은 가치를 보존, 척도, 교환이라는 기능을 수행한다.

생각이 책에서 조금 벗어나  경험과 섞인다. 평소에 세상 모든 것이 소프트웨어화 되는데 이를 모르고 무작정 덤비는 분들을 있어서 소프트웨어를 다르게 정의해드리려고 노력한 일이 있다. 그때 내가 썼던 말들과 너무 비슷하다. 저자와 나의 견해의 교집합을 구하면 돈과 소프트웨어는 본질적으로 유사하다. 다만 소프트웨어 보다는 돈이 오랫동안 인간사회에서 효용성을 증명하였고, 절대 다수에게는 목적이나 종교의 경지에까지 이르렀다는 점은 크게 다르다.


마침 그런 차이를 설명하는 구절이 등장한다.

시대에 따라 인간이 중시해온 대상이 신(종교)이거나 왕(신분)이었기 때문이다. 돈이 주인공으로 공식 무대에 등장한 시기는 지금으로부터 300년 전인 18세기 무렵니다.


저자는 인간의 역사를 기반으로 돈에 대한 인간의 인식 변화를 설명한다.

생활의 중심이 농업에서 공업으로 이동한다. 사회는 노동력이라는 가치를 제공하여 '돈'이라는 대가를 얻는 노동자와 '돈'이라는 자본을 굴려 공장을 비롯한 생산수단을 소유하는 자본가로 나뉘게 된다. <중략> '신분'에 서 '돈'으로 권력의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돈'이 사회의 공식 무대에 주역으로 등장한다.(자본주의)

유발 하라리에 비견할만한 탁월한 설명이다. 그러한 설명은 계속 이어진다.

처음에 '돈'은 가치를 운반하는 '도구'였다. <중략> '돈'에서 '돈'을 만들어내는 쪽이 더 많은 이문이 남는 장사라는 사실을 깨달은 사람이 나타난다. <중략> 애초에 가치를 효율적으로 교환하는 수단으로 생겨난 '돈'이 이제는 (수단이 아닌) 목적이 되었다.

저자의 논리에 따르면 비트코인 등은 권력의 변화를 도모하는 현상임은 틀림없다.


국가 경제를 통제하는 중앙은행

가상통화에 대한 나의 무지를 확인한 밑줄이다.

알트코인은 비트코인 이외의 모든 가상통화를 통칭하는 말이다.

저자의 정의 덕분에 가상통화는 비트코인과 알트코인의 합이라는 간단한 이해를 갖게 되었다.


흥미로운 전제다.

중앙은행의 역사는 100년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중략> 가상통화나 블록체인 등이 100년후에는 표준이 될 거라고 해도 이상한 이야기가 아닐지 모른다.

여기에 앞선 나의 깨달음(비트코인 등은 권력의 변화를 도모하는 현상)을 더하여 다시 읽어보자. 그러면, 국가가 효용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가상화폐는 권력을 변화시킬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서방의 시각으로 보면 우려섞인 행보를 보이는 중국과 트럼프 시절의 미국 정부 등을 보면 의심이 강화된다. 그리고, 기후변화에 대한 약속을 지키고 국가가 통제와 교섭을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부분도 의문이다. 여기까지 질문하니까 '왜 가상통화가 부상하는지'에 대해 (원래 궁금하지 않았지만) 조금은 알 듯하다.


가상통화와 법정통화는 전혀 다른 시스템에서 운용되기 때문에 기존 법정통화를 기준으로 가상통화를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말하자면 거울의 세계라고 할까.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반대 규칙이 적용되고 있어 같은 틀에 적용할 수 없다.


작가의 이전글 운칠기삼 활용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