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한 일상의 기록 7편
이 글을 쓰는 직접적인 동기는 얼마전에도 인용한 바 있는 신수정 부사장님의 페이스북 글 때문이다. 간단한 공식으로 표현한 저 문장이 바로 나를 "트리거"했다.
나는 오랫동안 내가 뱉은 말이 나를 맴돌고 더러는 부메랑처럼 나에게 돌아와 말한대로 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는 생각을 해왔다. 신호에 반응하기 관련 대화를 나눌 때, 운칠기삼이란 표현을 여러 번 했다. 그 말을 꺼낸 맥락은 운이 70%를 차지한다고 해도 내 통제권 밖의 일이기 때문에 도리어 30%의 준비에 노력을 기울인다는 취지였다.
그 말과 커리어 변화 = 트리거 x 우연 이라는 공식은 무슨 관련일까? 일단 위 공식을 볼 때, 우연을 늘리는 일이 어렵다고 가정하면 트리거를 늘리는 편이 유리하다. 내가 운칠기삼을 대화에 활용한 의도 역시 마찬가지다. 운이 70%라고 해도 나는 30%의 기쪽에 노력을 투자하겠다는 식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글을 쓰려고 시도하면서 만남에 대해 전에 그린 그림이 떠올랐다. 최봉영 선생님 표현을 점과 선분으로 표현한 바로 그 그림 말이다.
이 그림에서 선분은 커리어 변화에 대응시킬 수 있다. 그렇다면, 만남은 무엇인가? 트리거인가? 만남이 트리거라면 우연은 무엇인가? 알쏭달쏭하다. 어떻게 보면 만남이 트리거인 듯도 하고, 만남이 우연인 듯도 하다. 작정하고 만난다고 생각하면 트리거고, 그런 경우 우연적 깨달음을 얻는 경우가 많다. 깨달음 말고 다른 것도 얻으니 우연적 획득이 더 나은 표현이겠다. 반면에 우연히 알게 되거나 만나는 경우도 흔히 있다. 그런 경우 우연적 만남이 무언가 트리거한다. 예를 들어 최봉영선생님을 어떻게 만났냐고 하면 우연이라 할 수 있다. (커리어 변화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러면 독자님들이 읽기 어려워지니) 하지만, 그 우연 덕에 묻따풀 훈련이 트리거 되었다.
다시 공식으로 돌아가자. 우연이 1 이하의 숫자가 되면 트리거가 무한히 켜져야 커리어 변화가 극적이 된다.
막막한 일이 될 수 있다. 미래의 성공을 믿고 무작정 노력하는 태도는 내가 택할 수 있는 옵션은 아니다. 그래서 나는 두 가지 노하루를 개발했다. 일단 커리어 변화를 매우 작게 만드는 것이다. 나는 일을 아기발걸음이라고 부른다. 성과가 너무 작아서 '이게 무슨 커리어 변화냐?'는 외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핵심은 나 스스로 느끼는 성취감이니 외부 평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이를 오랫동안 쌓으면 결국 아기발걸음이 트리거가 되어 커리어 변화를 만들어냈다. 나의 (크지 않은) 성취는 대부분 이런 식으로 만들었다. (브런치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두 번째 노하우는 트리거 설계와 수행에 초점을 맞추는 일이다. 몰입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낮아진다. 그냥 무언가를 하면서 배우는 일에 익숙해진다.
놀라운 사실은 그러다 보면 나의 몸과 관계, 내가 속한 환경 등으로 인해 트리거의 연속이 하나의 흐름이 되기도 한다.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두 개의 노하우로 구분했지만, 실천하는 입장에서 둘은 거의 같은 일이다. 내 경험상 포기하지 않으면 무조건 되긴 했다. 다만, 언제 될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그 여정 자체가 의미있는 일인지 항상 물어야 한다.
글을 올린 후에 페북에 발견한 글에서 묘한 동질감을 느껴 첨부합니다. (11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