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영회 습작 Nov 02. 2021

Money 2.0 경제체제의 조건

Money 2.0 독후감 II

경제란 '욕망의 네트워크'이다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은 문구다. 지금까지 들어온 경제체제에 대한 어떤 정의도 이렇게 흥미로운 표현은 없었다. 또한, 일상에서 욕망 탐구를 수행 중인 탓도 있겠다.

인간은 욕망과 욕구에 따라 움직이고, 경제는 이를 축으로 굴러가는 보상의 네크워크이다.

저자는 인간의 욕망을 셋으로 구분한다. 본능적 욕구, 금전 욕구, 인정 욕구가 그것이다. 최근 욕망에 대해 묻따풀 중인터라 내가 쓴 글을 찾아 비교해보았다. 최봉영선생님이 정리한 세 가지 욕망의 모양을 찾을 수 있었다.

사람들이 갖고 있는 욕망은 크게 세 가지, '어떤 일을 하고 싶은 욕망'과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 욕망'과 '어떤 사람답고 싶은 욕망'이 있다.

임자(주체)의 줏대를 기준으로 정의한 내용이라 객관화를 지향한 듯한 책의 구분과 그대로 일치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대강의 대응이 있는 듯도 보인다. 본능적 욕구가 '하고 싶은 욕망'과 금전 욕구는 '되고 싶은 욕망'에 대응한다 할 수도 있다. 다만, 인정 욕구를 '답고 싶은 욕망'이라고 볼 수도 있으나 '되고 싶은 욕망'과 연결할 수도 있다.

출처: 김국현님의 e경제 웹툰

한편, 인정 욕구는 김영민 교수님이 인용한 연암의 글도 떠오르게 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천하는 텅 비어 있는 거대한 그릇이다. 무엇을 가지고 그 그릇을 유지할 것인가? ‘이름’이다. 그렇다면 무엇으로써 이름을 유도할 것인가? 바로 ‘욕심’이다(天下者, 枵然大器也. 何以持之? 曰名. 然則何以導名? 曰欲).” 사람들이 귀찮은 나머지 아무것도 안 하다가 멸종하는 사태를 막으려면, 사람들의 욕망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뭔가 해보고 싶은 욕망. 우리는 흔히 욕망을 부정적인 것으로 간주하는 데 익숙하지만, 사실 욕망이 없다면 이 세계는 텅 비어 버리고 말 것이다. 그릇은 해체되고 말 것이다. 사람들은 꼼짝하지 않고 누워 있다가 멸종되고 말 것이다. 욕심이 있어야 인생이 있고, 인생이 있어야 욕심이 있다.


Money 2.0 경제체제의 조건

경제체제 이해의 필요성을 설득하는 근사한 글이다.

세계의 비극이나 불행은 악인의 비행보다 잘못된 사회 시스템 때문에 일어나는 경우가 더 많다. <중략> 날것의 데이터를 활용하여 실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살아 있는 노하우'로 구현할 필요가 있다.

자연스럽게 우리회사를 경제체제로 두니 몰입하여 읽을 수 있었다.

'경제체제'는 스스로 발전하고 확산되는 시스템이 자리 잡아야 한다. 특정한 사람이 필사적으로 겨우 지탱하고 있는 시스템은 오래가지 못한다. 잘 만들어진 기업이나 서비스는 개인에게 의존하지 않고 시스템에 기반을 두고 움직인다.

더구나 최근에 특정 서비스의 사업 모델과 관련한 깊이 있는 논의가 있었는데, 우리의 질문을 이렇게 바꿀 수도 있었다.

우리가 하고 있는 서비스가 지속 가능한 경제체제인가?


저자는 뜸들이지 않고, 질문에 답을 찾는 과정을 보여주는 듯하다

'경제체제'에는 어떤 요소가 있는가. 바로 1) 인센티브 2) 실시간 3) 불확실성 4) 시열 관계 5) 소통, 이렇게 다섯가지이다.

하나씩 살펴보자.

(1) 보상이 명확하다(인센티브). 경제체제이기 때문에 당연히 참여자에게 보상이나 분명한 이득이 없으면 굴러갈 수가 없다.

근래 지인이 질문한 작동하지 않는(?) 인센티브 질문이 떠오른다. 무슨 말인고 하니 인센티브라는 이름을 현금 보너스에 고정시켜 인센티브를 지급하지만 이에 반응하지 않는 직원이 있어 고민하는 대기업 관리자의 이야기다. 인센티브가 명확한 보상이란 의미를 알면 스스로 해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뒤이어 저자는 실시간이란 요소가 작동하는 배경을 설명한다.

인간(동물)은 변화가 심한 환경에서는 긴장감을 유지하며 집중하여 활동할 수 있다.

자본주의가 공산주의를 넘어선 역사를 근거 삼을 수 있을 듯하다.

출처: 김국현님의 e경제 웹툰

세 번째 요소인 불확실성에 대한 설명은 아래와 같다.

불확실성이 전혀 없는 세계에서는 상상력을 불러일으켜 뭔가에 적극적으로 몰두할 의욕을 잃어버리고 만다. 사고와 노력으로 통제할 수 있는 '실력'과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운'이라는 요소가 적절한 비율로 섞여 있는 환경에서 지속적인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사족이 필요없는 문구다.


네 번째는 분명한 질서를 제공하는 서열관계이다.


마지막 요소인 소통에 대해 인상적인 문구는 아래 내용이다.

소통의 요소가 체제 전체를 통합하는 접착제 기능을 하게 된다. 고대 로마의 '포룸'이나 고대 그리스의 '아고라'같은 도시의 공공 광장이 정치적, 종교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 바 있다.


경제체제를 지속시키는 힘

경제체제의 기본 요소라는 저자의 그림이 많은 정보를 함축한다.

5가지 요소이외의 두 가지를 살펴보자. 먼저, 수명에 대해 저자는 경제체제의 '수명'을 미리 고려하라고 말한다.

계층의 고착화라는 '정체' 상태가 일어나고 이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략> 특정한 사람에게 이익이 집중되는 것은 필연적이다. 이런 작용으로 인해 불평등이 생긴다. <중략>특정한 계층이 보통 사람들보다 훨씬 많은 이익을 차지하는 구조가 자리 잡으면 당연히 새로운 체제의 탄생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중략> 처음부터 완벽한 체제를 만들려고 하지 말고 언젠가는 수명이 다한다는 점을 전제하여 때가 되면 참여자가 다른 체제로 이동할 수 있는 선택지를 여러 개 준비해둠으로써 안정된 경제체제를 만들 수 있게 된다. <중략> 페이스북은 젊은 사용자가 떠날 것을 상정하여 와츠앱과 인스타그램을 인수했다.

내가 별표를 두 개나 표기한 감명 깊은 구절이다. 아마 그 감명은 (조직의) 지속성이란 숙제를 마음에 담고 살아온 7년 여의 시간 때문이거나 스타트업 운영 모델의 중요한 부분에 대한 인사이트를 주기 때문일 듯하다. 책 내용이 아무리 훌륭해도 독자가 몰입하지 못하면 그만이다. 그런 점에서 이 부분 읽을 때 몰입감은 최고였다.


두 번째로 공동 환상이란 아리송에 말이 있다. 저자는 공동 환상을 가지면 조직이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주장한다.

국가라면 윤리와 문화, 조직이나 서비스라면 이념과 미학이 공동의 환상에 해당한다. <중략> 다만 경쟁하는 참여자가 같은 사상이나 가치관을 공유한다면 서로 양보할 수 있는 타협점을 발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중략> 제품이 좋지 못하면 사용자는 절대 돌아오지 않지만, 가치관에 공감하면 기다려주고 돌아오기도 한다. <중략> 굳이 '환상'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절대적으로 옳은 가치관은 존재하지 않으며 시대 흐름에 따라 변하기 때문이다. 구성원 모두 무언가에 가치를 부여하면 실제로 가치가 발생한다. 그래서 공동 환상을 품으면 체제가 저절로 강화된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읽지 않았다면, 이 부분을 쉽게 받아들였을지 의문이다. 역설적으로 사이비종교와 같은 납득이 불가능한 집단을 떠올리면 공동 환상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사이비종교집단이 공동 환상이 막강한 효력을 발휘한다는 사실은 자명하니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