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공학과 인문공학도구
최봉영선생님과 묻따풀훈련을 할 때, 머릿속에 솟아난 말이 있었다. 바로 인문공학이다. 그런데 나는 공학도가 아니라 이학석사다. 사실 공학을 배워본 일이 없다. 졸업후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열심히 일한 것인 공학이라는 말을 쓰게 된 동기다. 그러던 중에 오늘 지인에게 충격적인 말을 듣는다. 지인은 인문계 대학에 다니는 자녀를 둔 분인데, 인문계는 내용이 없는 변별력이 중요한 학생들을 키우는 곳이라는 해석이다.
인문계가 그런 곳이라니!
마침 최봉영선생님도 통화 할 때마다 하시는 말씀이 인문교육이 천지개벽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는데, 인문계 현상(?)이 그렇게 심각한 문제였다니. 아무튼 그래서 할 수 있는 일을 시작하려고 이 글을 쓴다.
공대를 안 나온 컴플렉스 극복을 위해 위키피디아를 찾아봤다.
Engineering is the use of scientific principles to design and build machines, structures, and other items, including bridges, tunnels, roads, vehicles, and buildings.
엔지니어링은 과학원칙을 이용해서 기계나 구조 혹은 다리, 터널, 도로, 차량, 건물 등을 고안하고 만드는 일이다. 뭐야? 내가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20년 동안 한 일이네. 기계나 물리적 건출물이 아닌 다음에는 내가 빠삭한 분야다.
나아가 나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에서 배운 원칙을 응용해 나의 글쓰기, 대화방법, 조직 구성 방식 등에 써먹고 있었다. 사실 브런치에 쓴 모든 글은 거기에서 배운 생각의 기록이다. 일단, 공학은 모르지만 엔지니어링은 전문가라고 치자.
내가 하는 공학(엔지니어링 대신 짧아서 쓰는 말)은 공식이 없이 원칙만으로 푸는 한계를 갖고 있다. 공학을 다녀본 일이 없으니 이학에서 배운 이론만 가지고 순전히 직접경험(hands-on)과 직업경험(99년 이후 돈 받고 겪은 일)으로 배운 공학이다. 그래서 점수따위는 관심없고, 실용성(쓸모있냐?) 혹은 시장성(돈을 주냐?) 두 가지 기준에 입각한 공학이다.
그런데 최봉영선생님 덕분에 인문학으로 눈을 돌려보니, 실용성이나 시장성 관점에서는 극소수의 시장이다. 마치 프랑스가 예술의 중심이던 시절 화가들의 세계가 오늘날 한국 인문계가 아닌가 싶다. 그 근거는 작년 5월에 읽은 <한국인에게 나는 누구인가> 독서 경험을 빌어 설명할 수 있다.
나는 이 책에 나오는 평범한 단어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 학교를 안 다닌 것도 아닌데 12년 국어 교육을 받고, 대학도 석사까지 했는데 단어도 모르고 졸업했다니. 국어 교육은 정말 영어, 수학 교육만큼이나 엉터리가 아닌가!!
그래서 내가 배운 공학으로 인문지식을 전달하면 어지간한 초중고 국어 교육보다 나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연습삼아 무료로 배포해본다. 어차피 본업이 바빠 열심히는 못할테니. 그리하여 일단 다음 편부터 15개를 더해 총 16부로 완결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