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대화하기 IIX
故채현국 님이 돌아가시기 전까지 그분을 모르다가 페친 글을 보고 책을 샀다. <쓴 맛이 사는 맛>
나는 아래 구절을 읽는데, 단박에 (적어도 나에겐) 이 책의 주제가 되리란 사실을 직감했다.
삶이란 끊임없이 묻고, 배우고, 깨우치는 과정이다. 처음엔 누구도 삶을 알 수 없다. 그저 그렇게 사는 것이 삶이다. 삶이란 삶을 사랑할 줄 알게 되는 과정이다. 다만 그저 아는 게 아니다. 수많은 갈등과 반복, 그 과정에서 피 터지게 싸운 결과, 우리는 삶을 사랑하게 된다. 삶이 때로 공허하고 저주스러운 것은 그만큼 사랑한 가치가 있다는 반증이 된다. 삶을 사랑할 줄 알게 되면 이제 운이 트인다. 단맛이든 쓴맛이든 삶은 사랑할 만한 가치가 있다. 행복도 마찬가지다. 끊임없이 실패를 연속하는 것이야말로 행복으로 가는 과정이다.
너무나도 매력적인 문장이다. 삶이란 삶을 사랑할 줄 알게 되는 과정이다. 무언가를 쫓느라 과정이라는 내용 혹은 삶이라는 선물을 누릴 줄 몰랐던 젊은 날이 떠오른다. 지금은 충분히 누리려고 이를 위해 부대끼고, 적극적으로 살아가려고 노력 중이다. 이를 깨닫는 과정에서 나에게 <선물>이라는 책이 나타났고, 성경 통독을 통해서 '삶'을 배웠다는 분도 만났다. 그 외에 수많은 순간들이 나에
책과 대화하기 VIII게 영향을 주었을 테지만 기억은 다 못한다.
또, 인용한 구절 중에서 끊임없이 실패를 연속하는 것이야말로 행복으로 가는 과정이란 내용을 보니 요즘 내가 자주 인용하는 그림이 떠오른다.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늘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하는데, 그때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단지 계단으로 삼으라는 교훈을 보여주는 그림이다.
페이스북에서 최봉영 선생님을 만나 묻따풀이 무언가 여쭈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렇다. 삶이란 끊임없이 묻고, 배우고, 깨우치는 과정이다. 배우는 대상에 대해 인색하거나 방향이 잘못되었다. 조금 더 나와 내 주변에 벌어지는 일들을 중심으로 배움의 대상을 잡아나가야 한다. 그렇게 스스로 다짐한다.
책에는 고정관념에 대해 놀라운 비밀을 말한다.
지식을 가지면 '잘못된 옳은 소리'를 하기가 쉽다. 사람들은 '잘못 알고 있는 것'만 고정관념이라고 생각하는데 '확실하게 아는 것'도 고정관념이다. 세상에 '정답'이란 건 없다. 한 가지 문제에는 무수한 '해답'이 있을 뿐. 평생 그 해답을 찾기도 힘든데, 나만 옳고 나머지는 다 틀린 '정답'이라니... 이건 군사독재가 만든 악습이다. 박정희 이전엔 '정답'이란 말은 안 썼다. 모든 '옳다'는 소리에는 반드시 잘못이 있다.
다시 봐도 놀랍다. 언젠가 페이스북에 과학을 태도라고 기록했던 것이 떠올랐다.
여지없이 통념이 깨질 때 후련함이 느껴진다. 더불어 한때 나의 앎도 곧 새롭게 밝혀질 사실에 의해 무지로 바뀔 수 있음도 배운다. 어디서 들었는지 출처가 기억나지 않지만, 과학은 바로 그러한 ‘태도’를 지칭하는 말로 제격이다. 물론, 스웨덴의 어떤 현자는 그런 태도를 팩트풀니스라고 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