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프롤로그
우리 회사가 좋은 점 중 하나는 연말 시즌에 소위 '농한기'가 찾아온다는 점이다. 해외 거래처나 법인들이 모두 휴가 시즌에 돌입하기 때문이다.
물론 글로벌 성수기이기 때문에 여행 물가가 전반적으로 비싸진다는 점은 있지만 그래도 남들이 놀 때는 다 이유가 있다.
일 년을 하루로 친다면 지금쯤 밤 11시가 되었을까?
사랑하는 사람들과 더 퀄리티 있는 시간을 보내고 한 해를 돌이켜 보며 감사하는 시간. 내게는 자기 전 한 시간이 다른 시간들보다 더 중요하다.
겨울엔 동남아를 찾게 된다. 물가가 싼 것도 한 몫하지만 한국에서는 추워서 밖에 돌아다니는 것 자체가 곤혹인데, 가벼운 옷가지 몇 개만 챙겨 짐을 쌀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설레는 일이다. 야외 수영장에서 물놀이 후 선베드에 누워, 과일 음료를 먹을 생각만 해도 겨울에 동남아에 가게 되는 이유는 충분하다.
베트남에서도 남쪽에 위치한 호치민. 막연히 따뜻할 것이라는 생각과 처음 가보는 나라이기에 더 설렘은 있었지만 도무지 아는 것이 없었다. 사실 이렇게까지 도시인 줄도 몰랐다. 그저 파란 하늘과 녹음 짙은 곳에서 여유롭게 쌀국수를 먹을 수 있을 거란 상상만 했다.
그때만 해도 내게 호치민의 키워드는 #베트남의 남쪽 도시 한 개 밖에 없었다. 베트남으로 넓혀봐야 #쌀국수 #박항서 #베트남전쟁 #프랑스영향 이 정도다.
3박 5일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이 여행으로 인해 호치민과 베트남에 대한 수십 개의 키워드를 갖게 된 것에 감사한다.
또 이 나라에 대한 호기심이 더 생긴 것도 즐겁다. 언젠가 베트남의 유럽이라는 달랏도, 수도인 하노이도, 시골 마을들도 가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