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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ys Sep 02. 2019

휴가 후 회사 복귀 전 날

휴가 후 회사에 가기 싫은 이유


여름휴가로 파리에 다녀왔다.

여섯 밤뿐이었지만 훨씬 더 길게 느껴졌다.


내일은 월요일. 회사로 복귀해야 한다.


일상으로 돌아가는 게 좀 걸릴 것 같단 생각이 든다.

그래서인지 잠도 오지 않는다.


여행을 복기하니, 왜인지 눈물이 날 것 같다.

마치 그 여행이 다른 인생처럼 느껴진다.

여행 기간 동안 나 스스로에게 감정의 자유를 많이 허락한 것 같다.


어떤 사람은 감정을 너무 잘 표현해서 탈이라고 하는데,

나는 무의식적으로든 의식적으로든 감정을 통제하려고 하는 그런 유형의 사람이다.

감정에 지배당하면 일상을 유지하는 데 힘이 드니까 그렇다.


사람들이 휴가 후 회사로 복귀하기 싫은 이유 중에 감정의 자유를 통제해야 해서도 있지 않을까?


파리는 내게 의미가 깊은 곳이다.

처음으로 독립한 곳이고, 그래서 나 스스로에게 최대치 자유를 허락할 수 있었던 곳이다.

그 시절부터 내가 어떤 사람인지 색을 띠기 시작한 것 같고, 비로소 성인이 된 것 같다.


어렸을 때의 추억 때문에 이번 휴가가 특별히 기대된 것은 맞지만, 추억 여행을 하고 싶었던 건 아니다.

G와 함께하는 여행이니 또 다른 기억을 만들고 싶었다. 내가 그때 몰랐던 다른 프랑스도 보고 싶었다.


반면 G는 추억이 많은 나를 위해 내게 더 많은 주도권을 주려고 했다.

그러고 보면 G는 파리 유학시절 날들만큼이나 나를 성장시킨 사람이다.

어떤 사람들은 사랑한다는 이유로 연인을 '좋은 방향으로' 바꾸려 하지만,

그는 나의 사소한 취향 하나 바꾸려 한 적 없고, 내가 하고 싶은 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항상 배려해 준다.

G 덕분에 나는 더 자유로운 사람이 되고, 그럴수록 내가 원하는 게 뭔지 고민하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그와 연애할수록 나 자신을 더 사랑하게 된 것 같다.


나도 그에게 그렇게 해줄 수 있을까?

그렇게 해주지 못한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몇 시간 뒤면 출근을 해야 한다.

밀려있는 이메일, 업무 캐치업하고 잠시 중단 상태였던 GMAT 공부도 다시 해봐야겠지.

앞으로의 여섯 밤은 비교되게 빨리 지나가버릴 것 같다. 그래서 조금 또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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