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가 정말 맛있는 귤을 선물 받았다며 직접 우리 집까지 와서 한 박스를 두고 갔다. 이미 귤이 많다며 한사코 거절을 했었지만, '이 귤은 보통 귤이 아니다'라면서 기어코 들러서 두고 갔다.
과연 좋은 귤인지 적당한 크기에 한눈에 봐도 잘 익은 주황빛. 반점 하나 없이 반지르르하게 예쁘게도 생겼다.
어렸을 땐 귤을 많이 먹어서 피부가 노래진 걸까 하고 걱정했을 정도로 귤을 좋아했지만 어쩐지 며칠 째 그 맛있다는 귤에 손이 안 갔는데 엄마까지 맛있다며 손에 쥐어줘서 한 개를 까먹었다.
흠잡을 수 없이 입안 가득 귤의 당도가 가득했지만 내게는 백 점짜리 귤이 아니었다.
내가 세미노루를 처음 알게 된 건 그의 집에 놀러 갔을 때다. 제주 출신인 덕분에, 아마도 친척집에서 받아온 제주산 생선이나 과일들이 심심찮게 그 집 냉장고에 있었다.
그는 내게 연노란색이 섞인 귤을 좋아한다고 했다. 잘 익은 주황색 귤이 더 달콤하고 맛있는 귤이라고 생각했던 나였지만, 왜인지 그때부터 나도 연노란색 귤을 싫어하지 않게 되었다.
그는 내게 할머니 앞마당 귤나무에 있던 귤이라며 세미노루를 꺼내 줬다. 표면이 울퉁불퉁하고 덜 익은 귤처럼 연노란 빛의 그 귤은, 마트에서는 본 적 없이 못생겼고 씨도 있었다.
하지만 먹어보니 보통 귤보다 훨씬 시원하고 과즙이 풍부했고, 신 맛이 정말 매력적인 귤이란 걸 알게 되었다. 맛있다며 좋아하는 내게 그는 쭈글쭈글한 비닐봉지를 주섬주섬 찾아서 몇 알을 챙겨줬다.
나는 그 세미노루를 냉장고에 두고 며칠간 천천히 아껴서 먹었었다.
시간이 흘렀고 이제 내 옆에 그는 없지만 나는 그대로 남았다. 주황색의 달콤한 귤보다 새콤하고 과즙 넘치는 귤을 좋아하게 된 나는 그대로 남았다. 나를 변화시킬 만큼 영향력이 큰 사람도 시간의 차이일 뿐 결국 나를 지나쳐 갈 뿐이라는 생각에 눈물이 조금 났다.
나는 나랑만 평생 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