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은 패키지가 귀여워서 새로 구매한 Bob’s Red Mill 그래놀라와 늘 그렇듯 파머스 유니언의 그릭 요거트다. 정말로 너무 깜찍해서 색상(맛) 별로 찬장에 구비해놓고 싶었다.
근데 오늘 보니 우연히 룸메 JJ도 같은 브랜드의 그래놀라를 먹고 있었다.
그녀가 훨씬 Self disciplined 하긴 하지만, 먹는 취향에 있어서는 가끔 놀랄 정도로 나와 비슷하다.
럼향이 가득한 치즈 케이크를 좋아하는 것도, 쓴맛을 즐기는 것도, 콤테 치즈를 제일 좋아하는 것도 똑같다. 제일 좋아하는 빵은 둘 다 크리스피한 크로아상이지만, 정말 먹고 싶을 때만, 정말 맛있는 걸로만 먹는 그녀와 달리 나는 냉동 생지를 이용해서 탄수화물이 당기는 아침에 자주 먹는다. 커피 취향도 비슷한데, 매일 핸드그라인더를 이용해 원두를 갈고 드립 커피를 만들어 마시는 JJ 덕택에, 나도 가끔 각종 원두로 만든 핸드드립 커피를 즐길 수 있다.
아침에 혹시나 콜이 잡힐까 해서 대기를 탔지만 콜은 성사되지 못하고 그 팀은 자정이 넘어서 퇴근한 듯하였다.
고로 나는 자유 시간을 갖기로 했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완벽한 날씨다. 오늘은 뭉게구름
간단한 산보를 갈 겸 동네 슈퍼에 갔다.
입구에서부터 신라면을 엄청나게 쌓아놓고 프로모션 중이었다.
아, 타니샤가 라면을 여기서 산건가? 지난달부터 같이 살게 된 타니샤는 엄격한 베지테리안이다.
모든 식기와 주방 툴을 자기 혼자 쓰는 걸로 봐서는 그렇다. 그녀는 좀처럼 외출도 잘하지 않고, 거의 삼시 세끼를 다 집에서 요리해 먹는다. 메뉴는 항상 인스턴트 라면이나 브리또 - 인도 커리 중 하나다.
사실 그녀가 신라면을 먹는 걸 보고 - 신라면 스프엔 고기가 들어가지 않나? 하고 혼란스러웠는데 구글링을 해보니 아마 수출용으로는 비건용을 만드나 보다. 내가 왜 이렇게 집착을 하지? 성분표까지 읽어가면서 말이야.
귀여운 눈알을 붙여 귀여운 병아리가 된 망고는 내 장바구니에 들어갔다가 회원에게는 $1지만 비회원에게는 $2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계산대에서 탈락하였다. 난 가끔 별 것 아닌 것에 아주 짠순이가 된다.
집에 들어와 소파에 레이백되어 다시 일을 시작했다. 좀처럼 집중이 되지 않는다. 일할 땐 계속 계속 간식을 먹게 된다. 양배추는 건강한 간식이겠지만, 나는 마요네즈 잔뜩에 양배추를 조금 묻혀 먹는다.
오늘은 백신을 맞는 날이다. 엄살이 심한 나는 정말로 무서웠지만, 의외로 주사는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부디 후유증이 없기를..
백신을 맞으러 간다고 하면 택시도 무료-! 이 프로모션 버짓은 정부에서 펀딩하는 걸까?
백신을 맞은 곳 주변에 내가 좋아하는 로컬 마트가 있어서 좀 더 걸을 겸 마트에 갔다.
구경 중에 발견한 '대형 혼합 김치' 김치에 양파랑 옥수수인지 콩인지를 넣은 것 까진 괜찮은데, 대형 혼합 김치라는 이름은 너무 이상하지 않나, Big Mixed Kimchi라니.
한참을 돌아다니다가, 당근 1개, 생강 1개, Sweet pea, 치킨 스톡을 샀다.
여긴 조금씩 구매할 수가 있어서 손 작은 나같은 사람에게 딱인 것 같다. 자주 와야지.
집에 와서 유자청에 생강을 슬라이스 해서 담아놨다. 차처럼 마시려고 만든 거긴 하지만,
오 이거 왠지 진에 섞어도 괜찮은 칵테일이 될 것만 같아!
그리곤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넷플릭스를 이어서 보게 되었다. 그러다가 얼마 전 내가 JJ에게 한 말이랑 정확히 비슷한 맥락의 대사가 나와서 너무 공감됐다.
I don't want to be close to someone who can disappear all of sudden!
그러곤 잠에 들었는데, 중간에 깨서 다시 또 생각에 잠기게 되었다. 누구나 누군가에게는 그런 존재이지 않나 하고 - 항상 쌍방으로 소중한 관계가 되는 건 아니니까 말이야. 그리고 그 사람이 이런 종류의 사람인지 아닌지 제 삼자에게 물어보고 판단한 건 나 답지가 않았어. 비겁해지는 걸까 지혜로워지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