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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ys Jul 04. 2021

사랑이 넘치는 나

21.07.03 Sat

이 건물을 지날 때마다 19년도에 출장으로 왔던 때가 생각난다. 사업자 앞에서 뭔가 미래에 대해 아는 척 떠들던 그때. 당장 혁신의 바람이 부는 것처럼 광을 팔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별로 변한 것이 없네.


점심 약속 전에 빅토리아 시크릿에서 한 시간을 보냈다. 세일 중이라서 많이 사고 싶었는데 결국 그냥 기본 속옷 한 세트밖에 사지 못했다. 50불짜리 호피무늬 캐미를 사느냐 마느냐로 아직까지 고민하고 있다.


점심은 거하게 코스요리를 먹었다. 비싼 것을 먹고  가성비가 만족스러웠던 적이 없는데, 여긴 재방문의사가 막 들 정도로 너무 맛있고 가격도 괜찮았다- 아직 백신 때문인지 몸이 좀 무거운데, 돌솥에 나오는 뜨끈한 탕이랑 푸얼 티를 마시니 몸이 보온이 되는 기분이었다.


집에 도착해서는 얼른 30분 낮잠으로 체력을 보충하고 미팅을 했다. 원래는 같이 작업을 하려 했으나 기력이 쇠하여 각자 작업할 내용만 얘기하고 마무리. 지난번에 만든 생강 유자청에 레몬 슬라이스를 추가해서 에이드를 만들어줬는데, 너무 잘 먹길래 청좀 나눠줄까? 했더니, Could I?라고 조심스레 대답하는 예의 바른 친구. 할머니 집에 찾아온 손자를 맞이하는 기분으로 생강을 아낌없이 넣어서 유리통에 담아줬다.


저녁시간 다 되어 헤어진 후 동네 마실을 나갔다.

왠지 모르게 마음에 힐링이 필요하여 꽃을 정말 사고 싶었는데, 이 날씨에 하루 이틀이면 빨리 시들까 봐 걱정이 돼서 대신 화분을 한참 동안 보았다. 내가 잘 기를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한참 하다가 결국 아무것도 사지 못하고 조금 슬픈 기분이 들었다. 대신 세일하는 초콜릿 하나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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