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을 하고 오랜만에 한강에 갔다.
무뚝뚝한 마음으로 한강으로 향하는 익숙한 길을 뚜벅뚜벅 걸었다. 그런데 공원 초입을 지나 너른 밤 한강 물을 맞닥뜨리는 순간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울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이게 무슨 감정인고 하니 그리워하던 오랜 친구를 만났을 때 터지는 그런 울음 같았다.
하기야 그럴 만도 하다. 이곳은 그간 내 인생에서 여러 사람들과의 추억이 담긴 곳 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나 혼자 많이 찾은 곳이다.
내가 생각 정리가 필요할 때 나 혼자 대화를 하기 위해 찾은 곳, 위로가 필요한데 어떤 말도 위로가 되지 않을 때 찾은 곳, 울고 싶은 데 울 곳이 없을 때 찾은 곳이다.
한 없이 약해질 때 찾아와 맘껏 약한 모습 내보이고 조금은 다부져서 돌아간 그런 곳.
절박했던 수많은 과거의 내가 남아있는 곳.
언젠가 내 주위에 모든 사람이 떠나가더라도 이곳만은 그대로 남아 있어 내게 위로해 줄 수 있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