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단지 내에 작은 도서관이 있다. 도서관 활성화를 위해 도서를 보는 사람들에게 일정이상 대출하면 문화상품권을 증정하는 작은 이벤트가 시행될 만큼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작은 도서관이다.
아이 둘을 육아하며 동화책이라도 몇 권 빌릴 요량으로 한 두 번 들르다가 꾸준히 대출을 하게 되었는데, 우연히 신간으로 김기태 작가의 소설집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을 읽게 되었다.
이제 막 40대에 접어든 젊은 작가인데 빠른 속도감과 유려한 글솜씨, 그리고 현대적인 시대상을 잘 그려낸 작품들이 재치 있어 흡입력 있게 빨려 들게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경탄하며 읽게 되었달까. 동시에 너무나 부럽고 질투가 나기도 했다. 사실 질투라면 나와 같은 비슷한 처지에 인물이나 왠지 조금 노력하면 손에 잡힐 수 있을 것 같은 존재에게 느끼는 것이 보편타당하나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은 대상인데 왜 부러워할까 부끄럽기도 하고 잘 납득이 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그의 글을 읽으면서 내가 느낀 나 자신의 글에 대한 한계도 마주하게 되었다.(감히..) 소설가라면 모름지기 재미있는 이야기에 대한 탁월한 능력이 돋보여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김기태 작가의 글은 그것과는 또 다른. 이야기의 힘을 넘어 현대와 세상을 바라보는 통찰력에서도 박학다식함이 있을뿐더러 유머러스함까지 겸비해 놀랍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중문화에서부터 사상가의 저서까지 본디 평소 다양한 분야에서 관심을 두루 가지면서 그것을 그냥 흘기지 않은 예리함도 겸비했다는 생각이다.
이런 훌륭한 작가는 비단 도서관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꽤나 유명해서 알법한 여성 잡지의 칼럼이나 짧은 에세이만 보더라도 “이 사람은 어떻게 이런 걸 다 알까?”싶을 정도의 지식과 그만의 사상까지도 내비치는 영리한 글을 볼 때마다 “와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 많다”라는 생각이 든다. 가령 영화 칼럼니스트들은 하나의 영화를 보고 종교적, 인문학적, 역사적 사상까지도 끌어 담아 글을 쓰는 소위 ‘배운 사람들‘인데 얼마나 공부하고 연구하고 책을 읽은 시간에 투자했으면 이런 박학다식한 글을 쓸 수 있는까 하는 부러움과 경탄의 감정까지 든다.
이에 반해 나라는 사람을 반추해 보면 문법을 모르는데 스피킹만 대충 할 수 있는 정도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다.
더욱이 원래부터 알고 있었지만 근래에 더욱 뼈저리게 패착한 부분 중 하나는 끈기 있게 무언가를 해나가는 추진력이 부족하다는 결론이다. 책을 잘 읽지도 못할 뿐더러 완독은 채 몇 권도 안 되는 사람으로 엉덩이를 의자에 붙이고 앉아 진득하게 읽어나가는 집요함이 부족하달까. 글을 쓸 때 좋은 단어와 내 생각을 집약할 확실한 문장을 구사하고 싶은데, 그동안 살아온 삶의 여정이 심도 깊거나 학문을 깊이 탐구한 이력이 없어 엉성하기 짝이 없다. 이에 따라 나갈 출력도 밋밋해 한계를 느끼는 것이다.
집중력은 또 어떤가. 글을 쓸 때도 5분, 7분 이렇게 쪼개서 써야 하며 중간중간 핸드폰을 보고 잠깐 쉬었다가 물도 마시고 화장실도 다녀오고 특히나 조금 잘 안 풀린다고 생각되면 정말 산만하기 그지없는 사람이 되고 만다. 그러니 책 읽는 것, 글 읽는 것은 어떻겠느냐.
이 세상에는 재미있는 글들도 다양한 이야기도 참 많은 것 같다. 그리고 저마다 전문가적 소양을 갖춘 지식인도 많아서 클릭 한 번이면 양질의 정보들을 얻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철저한 생활인이었다.(생활인 비하는 아니다) 그런 유의미한 인터넷 검색을 하지 않았다. 주로 내가 하는 일은 쿠*에 들어가 오늘 사야 할 식재료를 검색한다거나, 틈만 나면 아이쇼핑을 하고, 그리고 그때그때 궁금하고 생각나는 것들을 단편적으로 찾아보는 것 정도이다.
이제는 좀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은 나뿐만은 아닌 것 같다. 주위 지인들은 울적한 마음으로 가끔씩 통화를 하기도 하는데, 특히 삶을 열정적으로 쉬지 않고 달려온 부지런한 사람들 중 몇몇이 그렇듯 싶다. 약간의 허망함, 그리고 적막한 마음을 가지고 이런 말들을 내뱉는다. “살아가면서 이렇다 할 정도로 이룬 게 하나도 없는 것 같아” 나 역시도 그 말에 동의하며 스스로를 반추해 보았다.
이제까지 살아가면서 내가 이룬 게 아무것도 없는 것 같다고. 특히 아이 둘을 돌보며 일하지 않고 집안일하며 아이들과 부대끼며 나를 잃어가는 것 같은 시간이 많아지면서 더 그렇게 느끼게 되는 되는 것 같다고 말이다. 물론 머리로나 마음으로도 그렇지 않다고. 나는 지금 굉장히 의미 있는 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스스로를 긍정하는 사려 깊은 나와 마주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지금보다는 내일의 내가 더 나아졌음을 기록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생각을 시작으로 무언가를 ‘쓰기로’ 작정했는지 모른다.
그래서 이제부터라도 더 많이 읽어보려고 한다. 부럽고도 놀라운 많은 이들을 탐미하고 읽고 쓰다 보면 나만의 ”썸띵 스페셜”한 것을 발견하게 되지 않을까.
혹시라도 먼 훗날 나도 누군가에게 부럽고도 놀라운 존재로 기억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 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