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단편소설] 비둘기는 담배연기를 싣고

by 위댛

수가 손에 들고 있던 클러치백에서 갈색 서류봉투를 꺼내 현에게 건넸다.


"어제 부탁한 거."


"항상 고마워."


현은 건네받은 서류봉투를 양손으로 꼭 끌어안는다. 수는 가방에서 전자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그리고 크게 숨을 들이켠 뒤 다시 내뱉는다. 수의 입과 코 그리고 귀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것을 본 현이 수에게서 한 발짝 떨어지며 말했다.


"그거 아이가렛 아니야? 행방불명된 사람들이 전부 아이가렛 사용자라던데, 넌 안 무서워?"


"그런 건 뉴스에서나 일어나는 일이지. 그거 다 공포감 조성해서 시청률 올리려는 개수작이야. 너 뉴스 좀 적당히 봐라. 뭐 좋은 거 알려준다고."


수가 쓰레기봉투 주변에 달라붙어 음식을 찾는 비둘기 무리에게 연기를 내뿜었다. 담배연기가 비둘기 무리를 감쌌다. 비둘기들은 연기를 아랑곳 않은 채 머리를 흔들며 쓰레기봉투를 파헤쳤다. 어떤 녀석은 치킨 뼈를 찾아 계속 쪼아대고 있었다. 수가 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너 비둘기들이 왜 머리를 흔들면서 걷는 줄 알아?"


"잘 모르겠는데. 균형을 잡으려는 게 아닐까?"


"새들은 날개를 써서 날아야 하는데, 걸으려고 하니까 문제가 생기는 거야. 쟤네가 살아남으려면 죽을힘을 다해 날개를 흔들어야 되는데 그걸 안 하려고 그래. 그저 땅바닥에 붙어서 고개만 까딱까딱."


수가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말했다. 수의 손가락이 아이가렛에 닿을 때마다 담배연기의 색이 바뀌었다. 붉은색에서 푸른색으로, 그리고 다시 푸른색에서 붉은색으로. 그걸 본 현이 말했다.


"사이렌 같네."


수가 아이가렛을 이곳저곳 살펴보며 대답했다.


"신기하지. 이게 프리미엄 모델이라 기능이 별게 다 있어. 그나저나 쟤들 요즘 들어 수가 더 많아진 것 같아. 비둘기 내쫓을 만한 기능은 없나."


"먹을게 많아서 그런가?"


"아닐걸, 내 생각에 길고양이들이 사라진 것 때문인 것 같아. 얼마 전에 고양이들 살처분 결정 내려졌잖아. 천적이 없으니까 개체수가 계속 늘어나는 거지. 내가 보기에 고양이 다음은 쟤네 차례야."


"그런 것도 차례가 있나. 비둘기마저 사라지면, 그다음은 누굴까?"


"모르지. 너도 조심해. 살아남으려면 죽을 듯이 노력해야 해. 날개 흔드는 걸 멈추지 마. 살아보니까 세상이 그래."


그때 아이가렛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붉은 연기가 순식간에 수를 뒤덮었다. 수는 연기 속에서 열심히 팔을 휘둘러 봤지만 연기는 사리지지 않았다. 연기 밖에서 그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현은 손사래를 치며 수에게서 멀어진 뒤 기침을 하며 말했다.


"이거 왜 이래? 너 괜찮은 거야?"


"아, 미안 미안. 이것저것 누르다가 이렇게 됐네. 이거 어떻게 끄는 거야."


"그냥 버려두고 나와, 너 그거 다 마시면 큰일 나."


"또 그런다 또. 이런 걸로 안 죽어. 쫄지좀 마."


현은 주변을 한 번 둘러보고는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119를 눌렀다가 다시 뒤로 가기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가만히 서서 점점 커지는 연기를 바라봤다. 연기덩어리가 조금씩 커지더니 비둘기들이 앉아있던 쓰레기 더미까지 집어삼켰다. 그러자 잠시 후 비둘기 무리가 일제히 날아올랐고, 연기가 비둘기를 따라 점점 길어졌다. 마치 에어쇼를 하는 전투기처럼 비둘기들이 하늘에 그림을 그려나갔다. 곧 수가 있던 곳의 연기가 걷혔고, 그곳에 수는 없었다.


현은 수가 서있던 자리를 멍하니 바라보다 수에게 받은 서류봉투를 그곳에 내려놓고 그곳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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