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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순댕 Jan 24. 2021

[그빵사]81. 바나나 커스터드 푸딩

그그그 유명한 그그그그

[그냥 빵을 사 먹으면 안 되는 걸까?]
초보 홈 베이커의 빵 만들며 드는 생각들


그빵사 [제79화. 캐러멜 우유푸딩]에 댓글로 바나나 커스터드 푸딩 요청이 들어왔다. 처음 이름을 딱 보았을 땐 '바나나 커스터드 푸딩'이라는 게 너무나 생소해서 일단 이게 뭔지 검색을 해보았더니 나도 먹어본 적이 있었다. 그것도 두 번씩이나!  바로 미드 '섹스 앤 더 시티'에서 나와서 유명한 매그놀리아 베이커리의 레드벨벳 컵케이크와 함께 투톱 인기 메뉴인 그 바나나 푸딩이었던 것이었다. 예전에 판교 현대백화점에 들어왔을 때도 먹어보고 심지어 뉴욕 본점에서도 먹어 본 적이 있었는데 기억이 제대로 안 나서 내가 먹어본 게 바나나 푸딩이 맞나 하고 방금 앨범까지 확인하고 왔다. (하하! 바나나 푸딩이 맞았다) 뉴욕에서 한국으로 들어오기 전에 유명한 곳을 돌아보자 하는 이유에서 갔던 걸로 희미하게 기억이 난다. 내가 갔을 때는 평일이라 줄도 딱히 길지 않아서 쉽게 사 먹었었는데 한국에 돌아오고 나서 판교 현대백화점에 매그놀리아 베이커리가 들어온다는 소식을 들었고 우연히 들른 현대 백화점 식품관에서 매그놀리아 매장에 서있는 너무나도 긴 줄을 발견하고는 이게 이렇게 유명한 것이었나! 하고 놀랬던 기억은 또렷이 난다. 1인당 살 수 있는 수량도 제한적이었고 긴긴 시간을 기다려서 엄마랑 언니랑 함께 바나나 푸딩과 레드벨벳 컵케이크를 사 먹었었는데 역시나 바나나 푸딩 맛은 영 기억이 나지 않는다. 마치 이 부분을 쏙 제거한 사람처럼 이렇게도 기억이 나지 않을 수가 있나 싶어서 이번 기회에 한 번 만들어서 먹어보기로 했다. 레시피를 찾아보니 노오븐 베이킹으로 캐러멜 우유 푸딩보다도 간단한 듯 보였다. 대충 훑어보고 제일 필요한 바나나를 외출하는 언니에게 어제 부탁했고 천사 언니는 사 와주었다. 그리고선 오늘 아침 만들기 전에 전체적인 과정을 쭉 보는데 제일 마지막 과정에서 계란 과자를 넣는 걸 발견했다. (헉!) 과자는 안 샀는데...! 사실 푸딩에 과자를 넣는다는 것 자체를 생각하지 못해서 레시피를 볼 때 빠뜨린 것 같았다. 급하게 다른 레시피를 찾아보니 계란 과자를 직접 만드는 유튜버도 있었다. 여기서 고민이 시작되었다.


과자를 사 오는 게 더 귀찮을까? 직접 만드는 게 더 귀찮을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일단 오늘 끝마쳐야 하는 중요한 일이 있었기 때문에 먼저 일을 했다. 3-4시간쯤 흘렀을까 이제 머리도 멍해 질 무렵 베이킹 생각이 났다. 기분 전환도 할 겸 푸딩을 만들어보기로 했는데 두 개의 선택지가 다시 떠올랐다. '외출을 한 지 얼마나 되었더라?' 기억을 더듬어야 할 때는 나가야 할 때인 것 같아서 모자를 눌러쓰고 과자를 사러 집 근처 편의점으로 향했다. 과자 코너로 갔는데 그 흔하디 흔한 계란과자가 보이지가 않고 다이제만 있어서 이걸 들었다가 눈에 '배배'라는 과자가 있길래 계란과자도 배배도 먹어보지는 않았지만 왠지 비슷한 느낌일 것 같아서 배배를 집어 들고 우유와 함께 사서 집에 돌아와 베이킹을 바로 시작했다.


먼저 커스터드 크림을 만들어야 하기에 계란 3개를 꺼내 노른자만 분리하여 보울에 넣고, (내일은 계란 흰자 베이킹 확정!) 설탕을 넣어 섞은 후 우유와 박력분을 넣고 섞어준 뒤 체에 한번 거르고 냄비에 넣어 불에 올려주었다. 진득하게 될 때까지 저어준 다음 불에서 내려서 바닐라 익스트랙을 넣고 섞은 뒤 푸드 커버를 씌워서 30분가량 식혀주는 사이 가족들과 늦은 점심을 먹었다. 언니가 점심 먹은 설거지를 끝내고 나서 다시 바나나 푸딩을 계속 만들어 보기로 했다. 휘핑크림을 꺼내서 설탕을 넣어 핸드믹서로 거품을 올리고 여기다가 커스터드 크림을 넣은 뒤 핸드믹서로 섞어주었다. 이제 드디어! 바나나를 잘게 썰어서 넣고 과자도 넣으려는 찰나 레시피에 과자 양이 130g이 적혀있는데 배배 과자를 보니 80g이 적혀있었다. (후.... 레시피 좀 잘 보자아...) 두 개를 사 왔어야 했지만 뭐 이미 다 만든 거 어쩔 수 없이 과자를 적게 넣을 수밖에 없었다. 봉지째 부순다음에 반죽에다 털어 넣고 주걱으로 열심히 저어주면 완성! 4개의 손바닥만 한 그릇에 꽉꽉 채워 담고 남은 것은 빈 반찬통에다가 넣고 랩을 씌워서 냉장고에 넣어주었다. 과자가 말랑말랑해질 때까지 한 5시간을 냉장고에서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일을 끝내고 난 뒤 시간은 5시간을 지나서 9시를 향해가고 있었다. 엄마는 너무 배부르시다고 패스하고 아빠와 나, 그리고 언니와 함께 바나나 푸딩을 반씩 먹어보기로 했다. 커스터드 크림이 많이 달지도 않고 중간중간 씹히는 바나나와 부드러워진 과자의 조합이 매우 맛있었다. 내가 알고 있던 말랑 탱글 한 푸딩의 느낌보다는 좀 더 크림에 가까운 느낌이었는데 조금만 먹어도 아주 든든할 것 같았다. 아빠께서는 베이킹 한 이래로 처음으로 레시피를 물어보실 정도로 매우 만족해하셨다. 기억이 정확히 안 나서 매그놀리아에서 먹었던 바나나 푸딩과는 제대로 비교할 수는 없지만 비슷한 질감과 맛이었던 것 같다. 뭐, 비슷하든 안 비슷하든 무엇이 상관이더냐! 맛있으면 장땡이지! 바나나가 있다면 또 만들어보고 싶을 정도로 매우 맛있고 심지어 간단하게 만들 수 있었던 최고의 디저트였다. (댓글 주신 분 감사합니다!)



아주 맛있었던 바나나 커스터드 푸딩이었어요.

또 만들어먹어 볼 예정이에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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