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은 하고 싶은데 아이러니하구먼
[그냥 빵을 사 먹으면 안 되는 걸까?]
초보 홈 베이커의 빵 만들며 드는 생각들
만약 내가 혼자 사는 1인 가구였다면 홈베이킹을 자주 하기 힘들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도지마롤을 아주 맛있게 먹고 있는 가족들을 보면서 들었다.
평소 입이 짧고 빵보단 밥을 좋아하는 나로선 빵을 만들어도 1개, 많아봤자 2개 정도 먹을 뿐 나머지는 모두 가족들이 먹는다. (부모님이 빵을 매우 좋아하신다.) 주방을 왔다 갔다 하면서 하나씩, 아침에 일어나서 커피와 함께 혹은 오후 3-4시쯤 출출할 때 드시기에 거의 하루 만에 동이 나 매일 새 빵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생기곤 한다. 식힘망에 올려놓은 빵들이 자고 일어나면 모두 사라져 있는 모습을 볼 때 그렇게도 뿌듯할 수가 없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내 살림을 갖고 싶다는 생각을 생각도 하게 된다. 내 집에서 내 취향의 디저트 접시에 방금 만든 빵을 올려놓고 향이 좋은 커피와 함께 먹는 상상을 해본다. 혼자서 행복하고 맛있게 빵을 먹다가 이런 생각이 들 것이다. '남은 빵들은 어떻게 하지?' 나는 친구도 별로 없고, 집에서 일해서 직장 동료도 없는데... 다행히도(?) 현재는 독립할 능력이 없긴 하지만 이런 상상을 하다 보면 '베이킹'이란 것을 떠올리면 왠지 사람이 북적이는 모습이 꼭 함께 따라온다.
몇 년 전에 일러스트레이터 수업을 듣다가 마지막 수업까지 나왔던 한 언니와 오빠와 함께 자주 모임을 갖던 적이 있었다. 이름도 정했었는데 일명 '이그모'라고 해서 원래는 함께 만나 그림을 그리자는 취지였지만 어째 예쁜 카페 탐방이 되어서 '이름만 그림모임'이라는 명칭을 지었다. 무튼 재작년 연말쯤에 셋이서 모이기로 했던 한 카페에서 모임 언니가 요새 베이킹 학원을 다니고 있다며 학원에서 만든 빵을 가득 가져온 적이 있었다.
언니는 지금 혼자 자취를 하고 있기 때문에 빵을 가져도 먹을 사람이 없다며 카페 사장님께 양해를 구하고 카페 안 사람들에게 만든 빵을 나눠주었는데 사람들이 굉장히 수줍게 받는 그 어색하면서도 훈훈한 모습을 보면서 '저 언니는 넉살도 참 좋아.'하고 생각했던 게 기억에 남아있다. 그러면서 다른 친구가 회사 동료가 홈베이킹을 하는 데 매번 맛난 빵을 싸온다는 말도 함께 떠올랐다.
베이킹은 유독 '함께'라는 말과 어울리는 것 같다. 또한 '나눔'과도 친밀한 관계인 듯한 느낌이 든다.
목표가 하나 생겼다. 나는 베이킹과 독립 중에 고르라면 단연코 독립을 고를 만큼 홀로서기에 뜻이 확고하지만 그 날이 다가오기 전까지 가족들에게 열심히 맛난 빵을 만들어주겠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