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쉬운 게 손이 가
[그냥 빵을 사 먹으면 안 되는 걸까?]
초보 홈 베이커의 빵 만들며 드는 생각들
몇 달 전에 언니가 외출하고 돌아오면서 유명한 제과점에서 가장 인기가 많다는 식빵 러스크를 사 온 적이 있었다. 일반적으로 알던 러스크와는 다르게 통 식빵을 사용해서 겉면이 달콤 바삭한 캐러멜 맛이 나는 것으로 정말 맛있게 먹었는데 그 후로 종종 러스크가 생각나서 직접 만들어 보기로 했다.
보통 유명 제과점 이름과 빵 종류를 함께 검색하면 비슷하게 만들 수 있는 레시피가 나오는데, 이건 똑같은 레시피를 찾을 수 없어서 보통 알고 있는 식빵을 길게 잘라서 만드는 러스크 레시피를 하나 골랐다. 이미 있는 식빵으로 만드는 거라 재료도, 방법도 매우 간단했다.
집 냉동실에는 안 먹은 호밀식빵 한 줄이 그대로 있어서 이걸 먼저 해치우기로 했다. 소스 재료는 무염버터, 설탕, 물엿 단 3가지뿐이었는데 물엿이 없어서 조청으로 대체했다. 냄비에 세 가지 재료를 계량해서 한 번에 넣고 녹인 다음 식빵 3~4개를 세로로 4등분을 해서 자른 다음에 소스에 적셔서 오븐 팬에 가지런히 팬닝을 했다. 식빵으로 가득 찬 팬을 오븐에 넣고 135도에서 40분 정도 말리듯이 구우면 바삭바삭한 식빵 러스크가 완성이 된다.
오븐에서 갓 나온 러스크를 식기도 전에 한 입 먹어 보았는데 바삭하다고 하기엔 좀 더 딱딱한 느낌이었지만 달콤한 게 입맛이 당기는 맛이었다. 가족들이 매우 좋아했는데 의외로 아빠께서 러스크를 정말 좋아하셨다. 티비 보면서 하나 두 개씩 드시더니 금세 한 팬을 다 드셨다. 뿌듯하면서도 러스크가 생각보다 딱딱해서 걱정이 되어 검색해보니 아마도 물엿 대신 사용한 조청 때문이지 않을까 싶었다. 지식인에 검색해 보면 물엿과 조청은 비슷하다고 말하는데 (성분 차이가 있을 뿐) 베이킹 카페에서는 제과에선 물엿 대신 조청은 절대 쓸 수 없다는 댓글을 보았다.
엄마께서 마트를 가신 김에 물엿을 사다 주셔서 이번엔 진짜 물엿이 들어간 러스크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빵집에서 우유식빵을 하나 사온 뒤에 혹시 몰라서 다른 레시피도 찾아봤는데 만드는 방법은 거의 비슷했다. 꿀이 들어간 레시피가 더 달콤할 것 같아 꿀을 추가해 만들어 보았다. 딱딱한 게 많이 나아진 느낌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조청을 썼을 때 보다 물엿을 썼을 때 맛이 좀 더 가벼워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식빵 러스크는 베이킹 시작한 이래로 최초로 5번 넘게 한 레시피로 등극이 되었다. 쉽게 만들 수 있고 맛도 있으면서 계속 집어먹을 수 있게 되니 이만한 간식이 또 없었다. 지금은 러스크를 일단 굽고 다른 레시피를 하는 일도 많아졌다. 결국 쉬운 레시피에 자주자주 손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