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연휴 첫날에 자라섬을 처음으로 찾았다. 내가 지금 사는 곳으로 이사 온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교통편 좋은 청량리역 인근 이기 때문. 그 장점을 활용했다. 경춘선 타고 한 시간 10분 여 만에가평역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것도 자리에 앉아서.
가평역에서 자라섬 꽃 페스타 현장까지는 도보로 약 30분 거리였는데, 날도 좋고 한적한 시골길을 걷고 싶어 걸어갔다.
길가의 꽃과 하천에서 노니는 새 보며, 새소리를 들으며. 쌩(?) 시골까지는 아니지만, 서울 도심을 벗어나 한적한 시골길을 걸으니 마음이 치유되더라. 자라섬이나 남이섬이 아니라도, 경춘선 타고 춘천 방면으로 1시간 여 간다음 가평역이나 그 앞 뒤 역에서 내려 걷고, 맛있는 점심 먹고, 커피 한잔 마시는 것만 해도 충분히 힐링 여행이 될 것 같았다.
한 20분 걸었더니 자라섬 입구길이 나왔는데 거기서부터 가을꽃이 펴 있었다. 꽃 위에 벌과 나비가 있었는데, 그러고 보면 참 오랜만에 보는 광경이었다.
입구에서 5분 더 갔더니, 본격적인 자라섬 꽃 페스타 현장에 도착해 입장했다. 입장료가 인당 7천 원이나 지역 식당 등에서 쓸 수 있는 5천 원 권이 주어져 사실상 2천 원에 입장했다고 볼 수 있다.
여느 꽃 명소와 두물머리와 같은 물 명소를 합쳐 놓은 듯한 것이 자라섬의 큰 매력이었다. 꽃과 물과 산이 한눈에 들어왔다. 기온이 살짝 높았지만 물가의 바람이라 그런지 시원했다. 정자가 곳곳에 있는데 그곳에 머무르니 힐링 돼, 나중에는 일어나기 싫더라.
섬을 가득 메운, 다채로운 가을꽃을 실컷 볼 수 있었다."꽃멍" 제대로 했다. 양쪽의 나무 사이 길을 걸을 때에는 숲 냄새가 확 느껴져 너무 기분 좋았다. 힐링당했다.
꽃과 나무 말고도 곳곳에 볼거리가 있었다.특히 스즈메의 문단속을 연상케 하는 문은 매우 흥미로웠고,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에 들어와 있는 듯한 환상에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거 설치하신 분의 센스가...!
출구 근처에는 수세미, 조롱박 같은 신기한 식물들이 달려있는 터널을 지났는데 역시나 이 구간도 좋은 볼거리라 기억에 남았다.
바로 눈앞에는 꽃과 나무와 나비와 벌이 어우러져 있고, 조금 앞 시야에는 물이. 그 너머에는 푸른 산과, 그 위에는 푸른 하늘과 조각구름이! 이 좋은, 완벽한 힐링지 자라섬을 '재즈 페스티벌' 장소로만 알고 있었다니...
연휴 첫날이라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 않아 조용해서 더 좋았다. 충분히 즐기고 돌아오는 길에, 입장 시 받은 5천 원 권 지역 상품권을 쓰려 가평역 인근의 음식점 <토담>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이 마저도 대 만족이었다. '가평 잣두부 버섯전골'과 밑반찬이 건강식 느낌을 주면서도 포만감까지 있었고, 지역색이 있어 참 좋았다. 닭갈비와 막국수가 아닌 이 식당과 메뉴 선택은 신의 한 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