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사와 함께 탐방을 하면, [1코스]처럼 이미 여러 번 와봤고 잘 아는 곳이었음에도 그에 얽힌 역사적 배경지식과 에피소드 등을 들을 수 있어 참 새롭다.
[3코스] 행선지인 영휘원과 숭인원, 홍릉 숲 역시 마찬가지로 이미 몇 번 방문했던 곳이었지만, 그에 얽힌 이야기는 잘 알지 못했었다.
2021년에는 해설탐방 정원이 3명으로 치열하여, 당시 1·2·4코스는 해설탐방을 했었지만, 3코스와 5코스는 하지 못해서 아쉬움이 남았었는데, 2022년 5월부터 11월까지 10명으로 늘어난 정원으로 동대문구 테마별 관광코스 해설 탐방이 다시 재개돼 빠르게 모두 예약을 하였다.
지난해 참여하지 못했던 두 코스 중 먼저 참여한 코스는 제3코스 홍릉 이야기이다.
동대문구 테마별 관광코스 - [3코스] 홍릉 이야기
<영휘원-숭인원 ~ 홍릉 숲>
* 탐방 일자 : 2022. 6. 11.(토)
방문지가 영휘원·숭인원과 그 범위가 매우 광활한 홍릉 숲으로 지점이 여러 군데인 다른 코스와는 달리 탐방 장소는 두 곳으로 단순했다. 많은 거리를 이동하는 것이 부담스러우신 분들께는 이 3코스가 안성맞춤일 것이다.
사실 아무것도 모른 채로 방문을 해도 조경이 매우 아름다워 좋은 곳인데 해설사의 이야기를 더하니 한 단계 더 재미있었다.
그럼 본격적으로 탐방 내용을 소개해 드리겠다. 집결지는 영휘원이었다.
영휘원은 고종황제 후궁 순헌귀비 엄 씨의 원, 숭인원은 고종황제 넷째 아들인 의민황태자의 장자인 이진의 원으로 청량리동에 있는 두 왕릉은 사적 제361호로 지정되어 있다.
입장료는 천 원. 다만, 동대문구민은 할인이 적용, 500원에 입장할 수 있었다. 입장 시작 시간은 9시이며, 입장 종료 시간은 시기에 따라 차이가 있음(16:30~17:30)을 유의하자.
입장을 하니, 해설사님과 오늘 함께 탐방에 나설 참여자께서 먼저 와 계셨다. 약속된 시간인 10시가 되자, 해설 탐방을 시작됐다.
숭인원
숭인원은 고종황제 넷째 아들인 의민황태자의 장자인 이진의 원이다. 의민황태자라고 하면 다들 잘 모르실 거 같은데 영친왕은 들어보셨을 것이다. 바로 영친왕과 이방자 여사 장자의 묘이다!
처음 방문했을 때는 왕족의 묘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후에서야 이 사실을 알았다.
영친왕 부부가 일본에서 이진을 낳은 뒤, 고종황제에게 보여주기 위해 귀국을 했는데 정확한 원인을 모른 채 이진이 급사했다.
해설사께서는 죽음에 대해 급사했다고만 표현해 주셨고, 어디서 주워들은 게 있었던 필자는 암살당한 것일 수도 있는지에 대해 여쭤보았다.
그러자 이를 포함한 여러 가지 설이 있는 것이 사실인데, 해설사로서 객관적으로 명백한 부분에 대해 알려드려야 해 이렇게 먼저 질문을 하지 않으면 되도록 가설에 대해서는 자제한다고 답해주었다.
수많은 해설 탐방을 경험해 본 결과, 다른 때 같으면 문제가 안되었을지 모르겠는데 해당 정부 혹은 지방정부 기관의 기자단으로서 탐방을 했을 때에 극히 일부지만 어떤 설명을 곁들일 때 “카더라” 혹은 “썰”을 정확한 출처 없이 객관적 사실로 착각이 들 수 있도록 해설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3코스 해설가님께서 가설에 대해는 자제해주시는 태도, 객관적 사실을 중심으로 말씀해주시는 자세는 매우 적절하다고 본다. 해설탐방을 막 시작했는데, 이내 해설가님에 대한 깊은 신뢰감을 가질 수 있었다.
아이의 무덤이어서인지 혹은 당시 일제 통치하의 시대적 배경에서인지 왕족의 무덤치고는 작더라. 무덤은 릉, 원, 묘로 구분되는 데, 왕과 왕비의 무덤은 릉, 세자와 세자빈 등은 원, 대군과 옹주 및 폐위된 임금(연산군과 광해군)의 무덤은 묘라고 불린단다.
무덤 앞에는 궁전이나 능 등 앞에 세우던 붉은색의 악귀를 물리친다는 의미가 담긴 "홍살문"이 있었다. 홍살문은 1코스 선농단역사문화공원에서도 봤던 바 있다.
무덤 바로 앞 우측에는 비석이, 좌측에는 제사를 지내는 공간이 있었는데 여기서 재미있었던 것은 계단이 신계와 어계로 나누어져 있었다.
좌측의 신계는 신이 다니는 계단이므로 밟지 말라는 표지가, 대신 우측의 어계는 이용하라는 표지가 놓여 있어, 인간인 필자는 어계로 이동했다.
숭인원 탐방이 금세 끝나, 바로 옆에 있는 영휘원으로 향했다.
영휘원
영휘원은 조선 제26대 고종황제 후궁인 순헌귀비 엄 씨의 원이다. 순헌귀비는 의민황태자의 어머니, 즉 영친왕의 어머니이다. 영친왕의 아들과 어머니의 무덤이 숭인원과 영휘원인 것이다.
영친왕은 1907년 교육이라는 명목 하에 인질로 일본에 강제로 잡혀갔다가 1963년 귀국해 19070년 병으로 돌아가셨다. 참 비극적인 삶을 산 거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순헌귀비는 신교육에 관심이 많아 양정의숙, 진명여학교를 설립하는 등 근대 사학 발전에 크게 공헌했다고 하며, 명성왕후 시해 후 고종황제의 총애를 받았다고 한다. 원의 모습은 숭인원과 굉장히 닮아 있었다.
다만, 조금 더 갖춰져 있는 부분이 있었다. 텅 비어 있었던 숭인원과 달리, 향상과 축상, 제상 등 상이 놓여있었고, 원으로 향하는 향로와 어로가 있었다.
좌측의 향로는 제향을 지낼 때 혼령을 위한 향이 지나는 길로 밟으면 안 되는 길인 반면, 우측의 어로는 제향을 지내러 온 임금이 걷는 길로 걸어도 되는 길이더라. 필자는 임금이 아니어서 어로를 걸으면 안 되는 줄 알았는데, 이 길로 걷는 것이 맞았다.
영휘원과 숭인원은 휴식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해설사께서는 이렇게 릉이나 원이 있음으로 하여 녹지 공간이 확보될 수 있어 순기능이 많다고 했다.
이 말에 매우 공감한다. 지역 주민의 휴식처로서도 정말 소중한 곳이다. 크게 넓지 않아 부담 없이 잠시 쉬어가기에 딱 좋다.
무더운 여름철 나무로 그늘진 이곳을 방문해도 좋은데, 특히 단풍과 은행으로 울긋불긋 빼어난 풍경을 자랑하는 가을 시기에 꼭 방문해 보시길 강력하게 추천해 드린다.
가을의 영휘원과 숭인원
영휘원 숭인원 탐방을 마치고, 5분도 안 되는 거리에 위치한 홍릉 숲으로 이동했다.
홍릉 숲
현재 국립산림과학원 홍릉시험림인 이곳은, 1922년 임업시험장을 창설하면서 우리나라 최초의 수목원으로 조성되었던 매우 중요하고 의미 있는 곳이다. 과거 민둥산이 많았던 우리나라가 현재 이처럼 수목으로 우거진 산으로 탈바꿈한 데에는 바로 이곳에서의 역할과 기여가 매우 크다고 하더라.
개인적으로 두 번째로 방문하는 홍릉 숲은, 매우 광활하기에 한두 시간으로 전체를 제대로 구경할 수는 없다. 개인 방문 시에는 입구 기준 우측 경로로 탐방했었는데, 오늘은 해설사께서 좌측 경로로 가이드해 주셔서 필자 입장에서는 안 가본 경로를 가게 돼 더 좋았다.
해설사께서는 홍릉 숲은 해설사 조차도 자주 찾는 곳으로, 본인 또한 숲 해설가의 해설을 통한 탐방을 여러 번 하셨다고. 그럼에도 수목이 워낙 많아 모르는 것 투성이라고 하더라.
또한 뉴욕의 센트럴파크 조성 에피소드를 들려줬는데, 당시 센트럴파크 조성에 대한 반대 의견도 많았다고 한다. 그런데 이만한 숲을 만들지 않으면 이만한 정신병 환자를 수용할 공간이 필요하게 될 것이라는 말이 있었고 결국엔 조성된 됐다.
그만큼 현대사회에서의 숲은 인간들에게 힐링을 가져다주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말이다.
해설사님과 함께 참여한 참여자분들은 모두 역기 지역 주민이 아니셨는데, 홍릉 숲이 있는 이곳 지역 주민들은 너무 좋겠다며 부럽다는 말씀들을 하시더라.
누군가가 내가 사는 동네인 동대문구에 가볼 만한 곳이 어디가 있느냐고 묻는다면, 첫 번째로 홍릉 숲을 추천한다. 남녀노소 취향 및 호불호를 떠나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정말 멋진 곳이다. 홍릉숲은. 2천 종의 넘는 식물, 2만여 개체가 있으며, 80여 종의 새가 산다고 하더라.
볼거리가 가득한 이곳에서 크게 기억에 남았던 것은, 큰 나무 앞에 있는 얼핏 보면 기괴하게 생긴 형체들이었다. 알고 보니 낙우송의 뿌리였다. 어두울 때 보면 무서울 것 같았는데, 평소에 보지 못한 모습이라 신기하게 볼 수 있었다.
홍릉숲에는 일본에서 들여온 50년 된 노블포플러 나무가 있었는데, 태풍에 잘 쓰러지는 특성이 있어 열 개중 지금은 단 두 개만 남았다고 한다. 그 근처에는 딱따구리가 구멍을 낸 나무도 보였다
(좌) 노블포플러 나무 (우) 딱다구리가 구멍 낸 모습
그리고 연구목적의 인공 새집이 보였는데 너무 높으면 맹금류에 낮으면 뱀의 공격을 받을 수 있어 이를 고려해 중간 위치에 달았다고 하더라.
이외에도 자기 보호가 뛰어난 은행나무의 암수 구별법 이야기와 고려시대 문화재 재료로 많이 쓰였으며 학자들이 우리나라 대표 나무로 손꼽은 느티나무 이야기 등 좋은 정보 및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해설 탐방이 굉장히 유익했다.
(좌) 느티나무 / (가운데) 문배나무 기준표본목 / (우) 정이품송 후계목
문배나무 기준표본목 등 의미 있는 나무와, 정이품송의 혈통을 유지한 후계목을 생산하기 위해 정이품송의 수꽃(아비나무)과 강원도에서 선발된 수형목(형질이 뛰어난 나무) 암꽃(어미나무)의 인공교배 기술로 얻어진 종자를 채취해 파종한 후 묘목을 키워 자란 정이품송 후계목도 볼 수 있었다.
위풍당당, 홍릉 숲의 상징 나무 중 하나인 멋진 반송 나무도 봤다. 정말 볼거리가 넘쳐 나더라.
여러 종류의 새들도 볼 수 있었는데, 이름은 모르겠지만 굉장히 크고 기품 있어 보이는 새를 운 좋게도 만났다. 처음에 조형물인 줄 알았다. 그런데 한 탐방객께서 근처에서 전문가용처럼 보이는 카메라로 집중해서 찍고 계시길래 살펴보았더니 새 조형물이 아니라 리얼 새였다!
큰 새를 가까이서 보는 것은 일상에서는 접할 수 없었던 광경이지만, 이곳에서는 일상 같은 일이다. 이날 정말 극히 일부분을 봤고, 극히 일부의 이야기만 들은 것임에도 상당히 많은 볼거리와 유익하고 재미있는 정보를 체험할 수 있었다.
시간적 공간적 한계상 이번 탐방에서는 홍릉 터를 마지막 종착지로 찾았다. 홍릉 터는 고종 황제의 왕비 명성황후가 묻혔던 곳이다.
1895년 명성황후가 시해된 뒤, 2년 후인 1897년부터 22년간 무덤이 이곳에 있었다가 고종 승하 후 경기 남양주 금곡동으로 합장되었다. 이곳이 홍릉 숲으로 불린 이유가 바로 홍릉이 있었기 때문이다.
단순 터만 남아있어 뭔가 아쉬웠는데, 그래도 옛 사진이 있어 조금은 달랠 수가 있었다. 명성황후와 관련한 스토리텔링을 더한 조형물이 있었으면 더욱 좋겠다.
코스를 마친 뒤 내려가는 동선에서 어정을 보았는데, 홍릉에 들렀던 고종이 잠시 쉬며 목을 축이던 곳이라고. 100년 전 고종이 물을 마셨던 우물인 어정을 지나가며 보는 것을 끝으로 홍릉 숲 탐방과 제3코스 탐방은 종료됐다.
개인적으로는 제3코스 ‘홍릉 이야기’는 홍릉 숲 단독 장소로 체험 코스를 꾸리고, 영휘원과 숭인원은 집결지가 동일한 제2코스로 넣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글이 너무 길어질까 봐 홍릉 숲에서의 해설 및 탐방 이야기를 많이 담지 못한 것과 한 시간이 훨씬 넘는 시간을 탐방했음에도 홍릉의 일부분만을 돌아본 데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홍릉 숲은 사시사철 모두 빼어난 곳이며 시기에 따라 색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해설사께서는 4~5월 봄꽃 필 무렵에 와볼 것을 특히 추천해 주셨고, 필자는 가을에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혀를 내두를 정도로 아름다웠기에 가을 단풍들 무렵에도 방문해 보시길 권해드리는 바이다.
근데 뭐 특정시기 아니라도 좋다. 연중 언제든 색다른 모습의 매력을 엿볼 수 있는 홍릉 숲을 자주 찾으시라!
기왕이면 여러 번 언급했던 것처럼, 해설사와 함께하는 코스별 탐방 예약을 통해 방문하시길 바란다.
해설탐방 참여가 불가피하다면, 위 글의 정보 등을 배경지식 삼아 혼자 혹은 가족 및 친구들과 방문해 보시길 바란다.
"힐링의 홍릉 숲"에 자주 들러 일상생활에서 겪은 스트레스를 풀고, 힐링의 시간을 가져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