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해설사님과 함께하실 구민께서 와 계셨더라. 역시 이때도 어김없이 단 3명만이 해설 탐방에 함께 했다. 서울시 도보관광 해설사로 활동한다는 해설사의 가이드 아래 코스 관광이 시작됐다.
먼저, 집결지인 영휘원에 대한 설명을 해주셨다. 영휘원은 영친왕의 어머니인 엄 씨의 원, 숭인원은 영친왕의 아들인 이 진의 원이다. 고종의 후궁이었던 엄 씨는 명성황후 살해 이후 실질적으로 황후 역할을 했지만 공식적으로 오르진 못했다고 한다.
엄 씨의 아들인 영친왕은 이방자 여사와 결혼한 후 고종에 아기를 보여주기 위해 덕수궁에 잠시 머물렀는데 거기서 무슨 이유에선지 아기가 죽었다고. 영친왕의 비극적인 삶을 나타내는 곳이었다.
작년에 이곳을 방문했음에도 영친왕과 이방자 여사의 비극적인 생애와 관련 있는 곳인지 몰랐는데, 이래서 해설사와의 탐방이 필요했다.
영휘원에서 나와 청량사로 가기 위해 약간의 언덕길을 올라갔는데, 당시 재개발을 앞두고 있어 건물에 철거 표시가 보였다. 이곳 홍릉 및 청량사 일대가 역사적으로 유서 깊은 곳인 만큼 재개발이 이러한 명소와 조화롭게 이뤄졌으면 좋겠다.
청량사
오늘 코스의 테마가 도심 속 산책길로 도심 속 사찰이 두 곳이 포함되어있는데, 첫 번째가 바로 청량사였다. 주택가 속에 이러한 사찰이 있었다니! 예상도 못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굉장히 오래된 역사를 가진 의미 있는 곳이더라. '청량리'라는 명칭이 청량사로부터 유래됐다니 말이 있을 정도로 유서가 깊은 청량사다. 만해 한용운 선생께서 바로 이곳 청량사에 머무르셨고, 회갑연도 여기서 하셨다고 한다.
청량사가 입구에서 봤을 때에는 다소 작다고 생각했는데, 구불구불 길을 통해 여러 건물들이 꽤 있더라. 먼저는 무량수전에 갔다. 해설사 말씀으로는 대웅전은 석가모니 부처님을, 무량수전과 극락전은 아미타 부처님을 모시기 위한 곳이라고 했다.
사찰은 예쁜 조경과 주변 풍경이 좋았다. 마지막으로 대웅전 주변을 보고 청량사를 떠났다. 재개발로 주변에 높은 건물들이 많이 들어서 사찰이 더 꽁꽁 감춰질까 걱정되는데, 부디 도심과 조화를 잘 이루길 바란다.
홍릉 근린공원
청량사를 나와 홍릉 근린공원으로 들어가 쭉 걸었다. 주민들을 위해 참 잘 조성했다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냥 여기서 한참 있고 싶기도 했다. 그러나 오늘 가야 할 행선지가 남아있었기에 오래 머물지는 않았다. 자연 속에서 잠시 힐링을 한 뒤 동대문구 정보화도서관을 지나 다음 목적지에 도착했다.
회기동 안녕마을
회기동 안녕마을은 여느 벽화마을과 크게 다르지는 않아 보였다. 그런데 아니었다.
안녕마을은 2013년, 서울시 범죄예방환경디자인(CPTED, 셉테드) 사업을 통해 새롭게 조성되었고, 주민 안전모임과 구청이 협력해 안전활동과 마을 환경개선 사업이 이뤄졌다고 한다.
양심거울, LED 가로등, 비상벨 등 안전 관련 장치들이 곳곳에 있었다. 단순히 벽화 등으로 환경개선을 한 것이 아니라, 셉테드 사업으로 안전한 마을로 조성한 것이 매우 인상 깊었다. 실제로 범죄도 줄어들었고 하더라. 하니 굉장히 바람직한 도시재생 사례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벽화도 굉장히 예뻤다. 벽화를 통해 잠시나마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었고 골목을 걷는 그 짧은 순간이 참 행복했다.
그리고 정말 사진 맛집 이기도 했다. 안녕마을에 들어서기 전에 해설사께서 기대하고 방문하면 실망할 수도 있다고 밑밥(?)을 던졌었는데, 기대를 크게 안 하기도 했지만 기대를 했었더라도 실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 정도로 만족스러웠다.
연화사로 가기 위해 안녕마을을 나와 경희대 방면으로 향했다. 경희대병원 장례식장 바로 좌측 부근에 있는 있더라. 연화사는 구민들에게 개방이 잘 이뤄지고 있었다. 문화 강좌가 이뤄지는 모습도 보였다.
연화사
바로 불과 1~2m 옆 양식 건물이 있었음에도 위화감이 전혀 없이 조화로웠다. 청량사와는 또 달랐다. 청량사가 마을 속 사찰에 가까웠고, 연화사는 도심 속 사찰에 더 어울렸다.
연화사는 연산군의 생모인 폐비 윤 씨의 명복을 기리기 위해 지어졌다고 했다. 사찰 내부라 사진을 찍지 않았는데, 서울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유산들도 곳곳에 있었다. 그리고 입구에는 회기마루 작은 도서관과 카페가 있었습니다. 주민들이 쉬어가기 참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서 깊은 사찰부터 산책하기 좋은 공원, 예쁜 골목 마을과 주민과 함께하는 사찰까지.
각각의 장소가 개성이 있어서 좋았다. 특히 혼자서는 사찰과 골목길을 탐방하기가 어려웠을 텐데 해설 탐방이었기에 수월하게 탐방할 수 있었다. 해설 탐방의 중요성과 유익함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인근에 대학가가 있어 2030 세대도 찾기 좋은 곳이었고, 녹지대가 잘 어우러져 어르신들께서도 즐기기 좋은 코스였다.
길게 이야기할 필요 없이 이 한마디만 하겠다, 6개 코스 중 어디가 가장 좋았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제2코스가 가장 인상 깊었다고 대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