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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의 역설

실패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

by 유지경성

우리가 흔히 보는 성공의 모습은 찬란한 정점에 서 있는 결과다. 하지만 그 사람이 정점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은 잘 보이지 않는다. 실패의 반복, 절망의 순간, 고통과 눈물은 대개 가려져 있다. 대신 천재적인 누군가의 성공담, 하루아침에 어디를 투자해서 10배가 된 이야기, 교과서만 보고 100점을 맞았다는 식의 이야기가 조금 더 우리에게 주목받는다. 그러나 가장 큰 성공을 이룬 사람들은 역설적으로 가장 많은 실패를 겪은 사람들이다.


우리의 학창 시절을 생각해 보면 시험을 준비하며 수없이 많은 연습문제를 틀렸다. 처음에는 무엇이 문제인지조차 몰랐지만, 반복해서 실수를 거듭하는 동안 문제를 푸는 법과 암기의 요령을 터득할 수 있었다. 시험장에서 빠르게 정답을 찾을 수 있었던 건 그 과정을 통해 쌓은 경험 덕분이었다. 더 많이 틀리고 준비할수록 우리는 시험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다.


나에게는 테니스도 마찬가지였다. 처음 라켓을 잡았을 땐 공을 제대로 맞추는 것조차 어려웠다. 포핸드와 백핸드는 엉망이었고, 서브는 네트에 걸리기 일쑤였다. 매일 실패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그 실패 속에서 내 몸은 테니스의 리듬을 조금씩 기억하기 시작했고, 어느 순간 실패의 빈도는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제야 공이 라켓에 제대로 맞았고, 라켓은 공을 코트 안으로 보냈다.


회사 생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처음 맡았던 업무는 생소함 그 자체였다. 사소한 실수 하나로 혼나고, 자존감이 무너지는 날들이 이어졌다. 때론 내가 제대로 성장하고 있는지조차 확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하루하루 버텼다.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 고민하며 노력했다. 그 시간들은 단순히 업무 능력을 쌓는 것이 아니라, 실패를 견디는 힘과 배우려는 자세를 길러주었다.


나는 회사에서 사업을 경영하시는 오너분들을 자주 만나곤 한다. 그중에는 유복한 환경에서 출발한 분들도 있지만, 정말 바닥부터 시작해 성공을 이루신 분들도 많다. 흥미로운 점은, 내가 처음에 가졌던 생각과 달리, 태생부터 사업에 성공한 분들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경제적 여건을 갖췄다 해도, 시장은 차갑게 반응하기 마련이고, 회사와 조직 또한 결코 만만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분들 사이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각자의 성향과 특성은 다를지언정, 대부분 끈기와 배포라는 중요한 자질을 갖추고 계신다. 더불어 사업에 대한 강한 집념도 빠지지 않는다. “되면 되고, 안 되면 말고”라는 식의 태도가 아니라, 자신과 사업을 동일시하는 수준의 몰입과 열정을 보인다.


또한, 단순히 운이 좋아서 성공한 분들은 드물다. 대부분은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하며, 실력을 쌓아가는 과정에서 외부적인 ‘운’이라는 요소를 만나 성공의 기회를 잡은 경우다. 물론 노력과 실력이 있어도 대외적인 여건에 따라 성공하지 못할 때도 있다. 하지만 노력, 끈기, 실력이 없다면 운이 찾아왔을 때조차 성공을 이루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느꼈다. 결국, 성공은 운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노력과 실력이 토대가 되고, 끊임없이 도전하며 실패를 견디는 힘이 더해질 때 비로소 운이 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성공한 분들의 이야기를 통해 배울 수 있었다.


결국 실패는 우리 삶의 일부이자, 성장의 토대다. 실패는 우리의 전체를 정의하지 않는다. 한 번의 실패는 단지 하나의 과정일 뿐이며, 그것을 흘려보내고 다음을 준비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삶은 성공의 순간만으로 채워지지 않는다. 오늘 넘어져 힘들다면 이렇게 생각해 보자. 오늘의 실패는 언젠가 더 큰 성공으로 돌아올 씨앗일지도 모른다.


오늘, 지금이 많이 힘들다면 한숨 돌리고 내일을 준비하며, 실패 속에 담긴 가능성을 믿어보자.


서울 성수동 서울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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