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크셔 해서웨이의 23년 주주서한을 보면서
이 질문에 대한 내 대답은 시기에 따라 달랐다. 어릴 적에는 많은 사람을 알고 지내야 하며, 어느 정도 깊이 있는 관계를 유지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모든 사람과 친해지는 것은 불가능할뿐더러, 많은 사람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데 쏟는 시간은 내면을 들여다볼 기회를 빼앗는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생각이 달라졌다. 모든 사람과 깊이 친해질 수는 없지만, 소수의 사람과는 깊은 유대를 유지하고, 다수의 사람과도 원만한 관계를 이어가는 것이 더 현실적인 최선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사람은 혼자 살아가는 것이 가장 편하다고 생각한다. 혼자 결정하면 핑계를 댈 필요도 없고, 결과를 온전히 받아들이면 된다. 타인으로 인해 감정적으로 흔들릴 일도, 실패를 남 탓할 일도 없다.
친구와 동업을 하면 망한다는 말이 있고, 가족끼리 사업을 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도 있다. 우리는 무언가 시작할 때 주변인과 시작하는 것이 가장 쉬운 선택이기에 이런 선택들이 나온다. 나는 단순히 가까운 사이였기 때문에 실패했다고 보지는 않는다. 무엇인가 공동의 목표로 함께하는 사람과의 관계는 단순한 친분을 넘어 인생을 바라보는 가치관, 노력, 근성, 그리고 타인을 대하는 태도,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선함 같은 요소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깊이 있는 한 사람, 흔히 '오른팔'이라 부르는 존재가 없는 사람들은 조직에서 오래 살아남기 어렵다. 특정한 이해관계로 관계를 유지할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조직에서 버티는 것은 쉽지 않다. 물론, 완전히 혼자 성공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나는 혼자서 성공하는 것보다 현명한 친구나 동료와 함께할 때 더 멀리 나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 인생은 성공의 연속이 아니며, 상승과 하락의 사이클이 존재한다. 하락의 순간에 누군가와 함께 일어서고, 잘못된 선택을 했을 때 보완할 수 있는 관계는 건강한 선순환을 만들어준다.
그런 깊이 있는 관계를 형성하려면 두 사람 사이에 노력과 능력, 정서적인 교감이 어느 정도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한쪽만 일방적으로 희생하거나 받아주는 관계는 오래 지속될 수 없다. 그래서 이런 동반자를 한명이라도 만나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행운이다.
나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주이다. 찰리 멍거는 99세의 나이로 2023년 11월 28일 세상을 떠났다. 2024년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워런 버핏이 그와 함께한 60년 이상의 시간을 회고하는 글을 읽으며, 그 관계의 깊이를 짧지만 강렬하게 느낄 수 있다. 워런 버핏은 항상 자신이 대중에게 인식되는 사람이었지만 그 공로에 대해서는 찰리가 있었음에 가능한 것이었음을 따듯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나도 60년 이상 누군가와 함께 일하며, 공감하며 무엇인가 만들어볼 수 있는 기회가 있기를 기대해 본다.
찰리 멍거 – 버크셔 해서웨이의 설계자
Charlie Munger – The Architect of Berkshire Hathaway
찰리 멍거는 11월 28일, 그의 100번째 생일을 단 33일 앞두고 세상을 떠났다. 그는 오마하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삶의 80%를 다른 곳에서 보냈다. 그렇기에 내가 처음 그를 만난 것은 그가 35세였던 1959년이었다.
1962년, 찰리는 자산 운용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리고 3년 후, 그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내가 버크셔의 경영권을 인수한 것은 어리석은 결정이었다고. 그런데도 그는 내게 확신에 차서 말했다. 이미 저지른 일이니, 그 실수를 바로잡는 방법을 알려주겠다고.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당시 나는 작은 투자 조합을 운영하고 있었고, 그 자금으로 버크셔를 인수했다. 그러나 찰리와 그의 가족은 그 조합에 단 한 푼도 투자하지 않았다. 게다가, 우리 둘 다 찰리가 버크셔 주식을 갖게 될 거라고 예상조차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65년, 찰리는 단호하게 조언했다. "워렌, 버크셔 같은 회사를 또다시 사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해. 하지만 이제 네가 버크셔를 손에 넣었으니, 훌륭한 기업을 적정한 가격에 사들이는 방향으로 가야 해. 반대로, 그저 괜찮은 기업을 터무니없이 싸게 사려는 전략은 버려야 해. 즉, 네가 존경하는 벤저민 그레이엄에게서 배운 모든 것을 내려놓으라는 뜻이야. 그 방법이 효과가 없다는 게 아니라, 작은 규모에서만 통하는 방식이니까."
나는 이 말을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걸렸고, 때때로 뒤로 물러나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그의 가르침을 따랐다.
수년 후, 찰리는 나의 파트너가 되었고, 내가 옛 습관으로 돌아가려 할 때마다 정신을 차리게 해 주었다. 그는 세상을 떠날 때까지 그 역할을 계속했다. 그리고 우리는, 처음부터 우리와 함께했던 투자자들과 함께, 찰리와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큰 성공을 거두었다.
사실, 버크셔의 오늘을 설계한 사람은 찰리였다. 나는 그가 그린 청사진을 따라 건설을 진행한 ‘현장 소장’이었을 뿐이다. 찰리는 결코 자신이 설계자라는 공을 탐내지 않았다. 오히려 나에게 모든 찬사와 영광을 양보했다.
그와 나의 관계는 형과 동생 같기도, 자상한 아버지와 아들 같기도 했다. 그는 자신이 옳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에게 결정을 맡겼다. 그리고 내가 실수를 하면, 단 한 번도 "정말 단 한 번도" 그 실수를 상기시키지 않았다.
우리는 건축물 하면 설계자를 떠올리고, 그곳에 콘크리트를 붓고 창문을 단 사람들은 곧 잊힌다.
버크셔는 이제 위대한 기업이 되었다.
내가 현장에서 공사를 지휘해 왔지만,
그 설계자는 영원히 찰리로 기억되어야 한다.
Source : https://www.berkshirehathaway.com/letters/2023ltr.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