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Go Back 고백

협조 부탁해요.

Go, Back - 4

by 미칼라책방


결혼하고 이사를 여러 번 했다.

전세 계약기간이 만료되었을 때도 있었고, 다른 이유로도 이사를 했다.

다행스럽게도 층간소음으로 인한 이사는 아니었다.

아랫집 복이 있었던 것 같다.

처음엔 11층에 살았었는데 아이가 한 명씩 늘어갈수록, 아이들이 커갈수록 아래층으로, 아래층으로 내려오게 되었다.

결국 여기 1층에 자리를 잡았다.

세 아이를 키우기에 1층은 더없이 좋은 곳이다.

단점이라면... 음... 뭘까?

바로 앞에 있는 자전거 정류장에서 아저씨들이 담배를 피운다는 것 말고는 다 좋았다.

빨래를 널다가 담배 연기가 나면 나는 일부러 크게 기침을 했다.

콜록! 콜록! 콜록!

그럼 아저씨들이 아이쿠야~ 하면서 다른 곳으로 가셨다.

아이들의 말에 의하면 엘리베이터 안 타는 것이 제일 좋은 점이고, 집에 빨리 들어왔다가 빨리 다시 나갈 수 있어서 두 번째로 좋은 점이라고 한다.

나는 화초들을 마음껏 기를 수 있어서 좋다. 땅의 기운을 흠뻑 머금고 자라는 식물들을 보면 내 아이들처럼 너무 예쁘고 감사하다.




아마도 재작년 여름.

화단에 누군가 담배꽁초를 버려 내가 손으로 집어 버렸다.

막내가 그걸 보고 "담배는 피우면 안 되잖아?"라고 물었다.

"불법은 아니야. 단지 허락된 곳에서만 피워야 한다는 건 알아야지."

그리고 그날 저녁 퇴근길에 나는 집 앞에서 한참을 웃었다.


주석 2020-08-22 164452.jpg


이면지에 삐뚤빼뚤. 맞춤법도 맘대로.

게다가 수수깡으로 세웠다.

하지만 너무 사랑스러웠다.

이 표지판을 보고 나는 너무너무 행복했다.

속이 시끄러웠던 퇴근길에 기적이 일어난 듯 고요해졌다.

보면 볼수록 웃음이 나온다. ㅋㅋㅋㅋㅋ

진짜 주옥같은 글이다.


이 날 이후 우리 집 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남자분들은 다른 곳을 물색하셨는지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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